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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상혁 Oct 15. 2015

교육과정에 돌직구를 던지다

배움과 삶이 일치하는 교육과정을 위하여

함께 읽는 책 No. 09

정성식(2014), 『교육과정에 돌직구를 던져라』


정성식(2014), 『교육과정에 돌직구를 던져라』


학기 초나 학기 말이면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묻는 것이 있습니다. “너의 꿈은 무엇이니?” “너는 커서 무엇을 하고 싶니?”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과연 미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상상할 수 있을까?’ 자신이 서 있는 발밑을 보지 않고 저 멀리만 바라볼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커서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묻기 전에 지금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합니다.    

여름방학 직전 학생들과 함께 ‘성장을 위한 여름방학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침 운동을 하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든, 아니면 친구들과 함께 놀이공원을 가든 삶을 풍성하게 만들 ‘성장 계획’을 세우는 것이 취지였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독창적이면서도 방학에 대한 설렘이 녹아있는 계획서를 만들었지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해하거나 고작 학원 공부 시간표를 적고 마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아이들에게 학교란 고작 시간표에 적혀 있는 교과목을 배우는 곳이며, 학생이란 교사와 학부모가 정해준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문득 지난 1월 독일의 한 고등학생이 트위터에 올려 SNS를 떠들썩하게 했던 짧은 글이 떠오릅니다.    


“나는 곧 18세가 된다, 하지만 세금, 집세, 보험 등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그러나 시를 분석하는 데는 능하다. 그것도 4개국 언어(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공부와 삶이 분리된 학교교육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이 글로 인해 독일 사회에서는 한동안 격렬한 교육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이것은 결국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부끄럽지만, 내가 해왔던 교육은 다 종이 교육이었다. 온갖 미사여구만 가득했다. (……) 교육과정은 삶에서 한참 멀었다. 그저 때가 되면 후다닥 처리해야만 하는 행정 업무였다”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교육과정에 돌직구를 던져라>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배움과 삶이 되는 교육과정’을 위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이란 무엇인가


교육과정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의미를 갖습니다. 첫째, 지난 9월 23일 자로 고시된 2015 개정 교육과정과 같이 ‘문서화된 교육과정’을 말합니다. 이 때 교육과정은 교과들의 목록이나 교과별, 학년별 교수 내용의 체계를 의미합니다. 둘째, 학교에서 ‘교육계획’에 따라 일정한 교과목을 가르치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의 교육과정은 학생의 입장에서는 학습해야 할 내용이고 교사의 입장에서는 가르쳐야 할 내용이 됩니다. 셋째, ‘학습 경험의 총체’를 말합니다. 이때의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갖게 되는 의도되고 계획된 경험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교육과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제2차 교육과정이 고시된 1963년입니다. 총론 중 ‘교육과정 구성의 일반 목표’를 보면 교육과정을 “학생들이 학교의 지도하에 경험하는 모든 학습 활동의 총화”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에서 일반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교육 계획의 구체성이 결여되어 현실 사회와 유리된 획일적 경향이 나타난다. 모든 사물이 지역성과 역사성에 규제된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과 같이, 각 지역 사회에 존재하는 학교도 마땅히 그 지역 사회와 밀접 불가분의 관련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각 학교의 교육 목적, 교육 방법, 교육 평가 등이 이러한 지역성을 등한시하고 획일적으로 다루어져 왔기 때문에, 지역 사회의 교육적 필요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결함을 시정하여 사회에서 요구되는 산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각 지역 사회의 학교는 국가적 기준에 의거하여 각 지역 사회의 실정에 맞는 교육 과정을 재구성하여야 한다.”

- 제2차 교육과정 총론, <교육과정 개정의 취지>     


제2차 교육과정이 나온 지 50년이 넘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여덟 번의 교육과정 개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사회와 유리”되지 않은 ‘삶을 위한 교육과정’은 여전히 구호에 불과할 뿐입니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도 학습 내용을 한 학년 위로 올렸다 아래로 내렸다 하는 그런 전면 개정 말고 진짜 새로운 판을  짜야하지 않을까? 그 속에 교유과정 운영의 실질적인 전문가인 교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면서 말이다. (……)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학교교육과정도 답답할 때가 많다. ‘복사해서 붙여 넣는다’, ‘연도와 학교 현황만 바꾼다’, ‘혼자 만든다’, ‘만들어놓고 안 본다’, ‘시수 맞추느라 헛기운만 쓴다’,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가 따로 논다’는 생생한 속내를 들여다보면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다.”     



다니고 싶은 학교를 상상하라


“아빠는 학교가 좋아?”

“글쎄, 좋을 때도 있지만 안 좋을 때도 있지.”

“에이, 선생님이 학교를 안 좋아하는데, 어떻게 학생들이 학교를 좋아해?”     


아들이 무심코 던질 말에 충격을 받은 저자는 ‘어떻게 해야 다니고 싶은 학교가 될까?’라고 자문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제자와 동료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던졌습니다.      


“당신이 다니고(보내고) 싶은 학교는 어떤 학교입니까?”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학교교육과정의 첫걸음으로 삼았습니다. ‘닌텐도 학교’, ‘캠핑하는 학교’, ‘동물 키우는 학교’, ‘요리하는 학교’, ‘라면 먹는 학교’, ‘소통이 잘되는 학교’, ‘꽃이 가득 피어있는 학교’, ‘목공 교실이 있는 학교’, ‘재미있는 학교’, ‘선생님 없는 학교’, ‘교과서 없는 학교’, … 다모임, 교육과정 워크숍, 학부모 간담회를 통해 모아진 학생, 교사, 학부모의 아이디어들은 고스란히 학교교육과정에 담겼습니다.      


과연 저자의 학교는 학생들이 다니고 싶은 학교, 교사들이 출근하고 싶은 학교, 학부모가 보내고 싶은 학교가 되었을까요? ‘종이 교육은 그만하고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저자의 꿈은 이루어졌을까요? 저자의 닫는 글을 인용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종이 교육’에 대한 성찰을 시작으로 교육과정에 삶을 담고자 했던 작은 움직임은 아이들과 나에게 상장보다 훨씬 더 기쁜 성장을 맛보게 해주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과연 미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상상할 수 있을까?’ 자신이 서 있는 발밑을 보지 않고 저 멀리만 바라볼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커서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묻기 전에 지금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합니다.  



함께 읽는 책 No. 09

정성식(2014), 『교육과정에 돌직구를 던져라』

정성식(2014), 『교육과정에 돌직구를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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