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희크 Oct 11. 2023

9. 점점 폐쇄적이 되어가는 공동체

호기심이 사라지고 고인 물이 되는 흐름

공동체의 시작에는 여러 사람들이 참여하고 구경 오는 사람도 생기고 특히나 다큐나 신문 기사에 나가고 나면 전화 오거나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우동사나 카페오공의 구성원들은 외향적인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을 점점 부담스러워했다. 빨래가 걸려있는 것을 보여주기 싫다 거나 내 생활공간이 보이는 게 싫다는 게 이유였는데 더 정확히는 내가 좋아서 사는 것인데 그걸 뭐 굳이 보여주나, 얘기하나라는 것도 있었다.

그러니까 공동체로 살아보니 좋은데 내가 좋게 살고 싶은 것이지 이것을 확장하겠다, 모델로 삼아 여러 사람이 더 이렇게 살면 좋겠다 는 감각은 대표 말고는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2012,13년에 전체 밥상 모임을 하면 왜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의 토로가 많았고 그것을 수용하는 분위기였다.

작년, 올해 오늘공동체를 갔을 때 깜짝 놀란 것 중에 하나는 방문객에게 열려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태도였다. 모두가 외향적인 사람은 아닐 텐데 왜 다들 반가워할까 궁금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이렇게 커뮤니티를 이뤄서 살아보니 너무 좋은데 이런 곳이 전국 각지에 많으면 서로 얼마나 힘이 되겠나! 이런 곳 이런 사람들이 늘면 좋겠다는 공동체원 간의 가치 공유가 분명히 있었다.


내가 좋아서- 에서 끝나는 것과

내가 좋으니 너도 좋았으면 하는 사회로 향하는 마음의 차이가 10년 후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우동사는 지금 우동사를 궁금해서 오고 싶다는 사람들이 연락할 루트도 없고 들어가 볼 집도 없다. 각자 가족의 집이 되었고 “우동사”가 왜? 함께 모여서 사는가에 대한 비전이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너무 좋아서, 재밌어서 모여 살기 시작했고 한 때 6호 집까지 생기고 60여 명이 모여 살던 때를 생각하면 점점 우리끼리 가 강해지면서 각 집 단위로 놀고, 다른 사람이 오는 것을 꺼려하고, 우리끼리 깊어지고 싶은데 라며 타인에 대한 외부에 대한 벽이 생기면서 우동사는 고인 물이 되어갔다.

고인 물이 활기를 잃어가는 것은 너무 뻔한데 나와 우리는 그것을 전혀 몰랐고 모르는 척을 하며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아쉽다.



이전 08화 8. 공동체가 쇠락해 가는 순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