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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May 02. 2024

놀라운 성공

2배 성장? 3배로 해드리지요

유럽본부의 준비부터 본사 예산 집행, 법인의 서포트까지 엉망진창이었던 멤버스위크는 광고 집행의 효과를 거의 못 본 체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행사 시기, 할인가격, 행사페이지며 광고 내용이며 광고 집행 시기까지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죠.


하지만 저희에겐 기회가 있었습니다. 업계 최고 대목이라는 블랙 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가 코 앞이었거든요.

목표 매출 금액은 작년의 두 배.


작년 블랙프라이데이 때도 역대급의 성장을 했던 터라 내부적으로는 쉽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습니까. 멤버스 위크 때 실패를 교훈 삼아 최대한 꼼꼼하게 내용을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번에는 비협조적이었던 계열사 직원들도 "멤버십위크처럼 유럽본부 껴서 할 때보다, 본인들과 직접 하면 더 잘 된다는 걸 보여주려는 지" 이번에는 좀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래도 알력싸움은 여전하긴 해서 저한테 말로만 진행되고 있다고 할 뿐, 여전히 메인 비주얼이며 행사페이지, 광고 문구 같은 중간 결과물은 공유해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번처럼 깜깜이로 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법인장님을 팔아서 중간 결과물은 보고하는 자리를 만들어 같이 진행상황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재고 도착부터 마케팅, 결재, 배송까지 필요한 모든 업무 진행표를 만들어 업무별 담당자와 진행상황을 업데이트해서 관련자 전원에게 자주 공유하며 일정을 챙겼고요.


목표가 두 배라는 말은 단순히 두 배 파는 것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관련된 시스템도 그 물량을 소화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온라인몰은 한국에 nice처럼 결재를 대행하는 업체를 쓰고 있었는데 이 업체의 신용이 그다지 좋지 못해서 결재한도가 낮게 정해져 있었습니다. 이미 전년보다 늘어난 매출 탓에 법인장님 품의를 받아 한도를 증액시켜놓은 상태였지만, 한도를 넘어가면 더 이상 판매가 안 되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습니다. 한도를 추가로 더 늘리려면 유럽본부까지 결재를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이제까지 판매트렌드로 봤을 때 지금 한도도 충분하다고 재무담당 팀장님은 걱정 말라셨습니다. 그리고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시작하면 매일 한도가 얼마 남았는지 모니터링해서 공유해 줄 테니 걱정 말라고.


과연 얼마나 팔 수 있을까?


여기에 와서 처음 하는 큰 행사라 준비를 아무리 잘한다 해도 걱정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전년도과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전년은 폐쇄몰만 운영했던 터라 행사가를 타 채널보다 1%라도 싸게 해주는 전략을 쓸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홈페이지에서 바로 판매하는 터라 다른 채널과 할인 가격이 동일하게 세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블랙프라이데이 파워는 대단했습니다. 수요자체가 많은지 평소 같으면 10일 동안 팔릴 양이 몇 시간 만에 팔려 준비해 놓은 인기 제품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그전까지 적은 트래픽을 문제 삼으며 온라인몰에 회의적이었던 제품팀들의 말들이 무색했습니다. 적절한 광고 비용에 적절한 가격과 재고만 보장된다면 이 햇병아리 같은 온라인몰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매출을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니까요.


하지만, 매출이 늘어나기 시작하니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중앙에서 모든 물류를 관리하는 ERP와 온라인몰 사이를 연결해 주는 시스템에 오류가 생겼습니다. 주문과 재고가 잘 물려서 재고가 없는데도 과잉주문이 받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정된 배송 준비 인원으로는 늘어난 주문을 소화해 내기 역부족이어서, 주문이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창고에서 물건을 빼서 송장을 붙이고 배송을 준비해도 배송업체 또한 과부하 상태였기에 리드타임이 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고객센터에도 각종 문의들이 빗발치기 시작했습니다. 결제 오류부터 시작해서 품절 제품의 재고 입고 문의, 배송 상태 관한 문의들이 끝없이 들어와서 다른 채널 업무를 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제일 큰 사건은 결제가 막힌 것입니다. 걱정 말라고 많이 팔아서 넘기기나 하라시던 재무팀장님의 장담이 무색하게 빠르게 신용한도가 찼고 결국 행사 중간에 더 이상 결제가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다행히 빠르게 유럽본부까지 증액 품의를 진행해서 하루 만에 풀리기는 했지만 그동안 고객 불만이 여러 건 접수되었고 기회 매출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 냈고, 전년 대비 무려 3배의 주문이라는 큰 성공을 얻었습니다. 목표가 전년 대비 2배인 걸 감안했을 때 꽤 뿌듯한 결과였습니다. 비록 시스템이 부족하고 완벽하진 않지만,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통해 온라인몰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볼 수 있었기에 준비만 더 잘 되어있었다며 4-5배의 매출도 충분히 해내리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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