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네가 있어 힘이 돼
끝이 안 보이는 터널 3
하지만, 오늘은 괜찮다. 수민과 함께 점심 약속이 있으니. 얼른 수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늦어서 미안, 급하게 통화해야 할 일이 있어서 좀 늦었네, 나 지금 나갈 수 있어, 1층에서 보자’
‘옹 옹, 배고프다. 맛있는 거 먹자’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니, 먼저 내려온 수민이 보인다. 안 그래도 작고 말라서 힘이 없어 보이는데 오늘따라 눈이 더 퀭해 보인다.
“괜찮아? 오늘 얼굴색이 좀 안 좋아 보이는데?”
“아니, 말도 마. 어젯밤에 둘째가 밤에 코 막힌다고 어찌나 울던지, 달래다가 나중엔 소파에서 안고 잤더니, 너무 피곤하네. 도대체 이 놈의 감기는 몇 살쯤 되면 안 걸리는 거니? 아주 죽겠다.”
수민의 아이들은 한국 나이로 7살, 5살이었다. 6살, 4살인 겨울의 아이들보다 한 살씩 많았다. 어떤 사람들은 아이들이 서너 살만 되어도 감기 걸리는 횟수가 확 준다던데 수민의 둘째도 아직인가 보다.
겨울도 아이 낳고 밤에 푹 자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겨울의 둘째는 유독 잠을 깊이 자지 못 하는 편이라 감기가 안 걸려도 12시와 3시에 한 번씩 깨서 울었다. 수면 교육 책 보면, 그 마저 잠자는 중에 일어나는 일이니 괜히 토닥여서 아이를 깨우지 말고 모르는 척하라고들 한다. 하지만, 가만히 두면 첫째까지 깨도록 울음소리가 커지는 탓에 겨울은 한밤에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잠 못 자게 하는 고문도 있다던데, 아이를 낳으면 자동으로 그 벌을 받는 건가.
수민과의 대화는 어느새 남편에 대한 서운함으로 옮겨갔다. 도대체 귀가 어떻게 되었길래 애가 밤새 칭얼거리는 소리를 한 번도 못 듣고 그냥 잘 수가 있는지, 옆에서 미동도 없이 자는 남편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게다가 수민이 그렇게 밤새 난리를 치며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어나 아침에 애들 등원 준비 시키는데 남편이 화장실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하고 있다나. 맨날 자기만 동동거리는 것 같아 아침부터 잔뜩 화를 내고 나왔단다.
겨울은 남편을 생각했다. 선우는 잠 귀가 밝고 쉽게 깨는 편이었다. 아이들이 칭얼거릴 때면 잠귀가 어두운 겨울을 대신해서 아이들을 달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롯이 모든 것을 겨울 혼자서 해내야 했다.
빠르게 점심을 먹고 카페에 들어갔다. 15분도 못 앉아있을 걸 알면서도 커피 한잔의 여유를 포기하긴 쉽지 않았다. 수민과 마주 앉아서 회사 일, 아이들 이야기를 할 때면 머릿속을 괴롭히는 고민들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사라지는 듯했다. 방금 전에 공장에서 온 전화가 못내 마음에 걸렸지만, 어차피 다들 점심시간이라 겨울이 당장 할 일은 없었다. 수민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사무실에 앉자마자 메신저가 깜박거렸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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