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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Sep 17. 2024

쉴 사이 없이 몰려드는 요청들

끝이 안 보이는 터널 4

직영채널 경남 영업팀에서 보낸 메시지였다.

‘과장님 안녕하세요, 혹시 재고 여유 있으시면 xx에센스 100개만 더 받을 수 있을까요?’
이번달에는 제품이 생각보다 많이 팔렸는지 재고를 더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있었다. 겨울은 재빨리 생산물류 시스템에 들어갔다. 해당 제품의 영업팀별 재고 현황을 보니, 이번달이 10일 밖에 안 지났는데 경남영업팀만 잔여재고가 0에 가까웠다.

‘잘 팔면 좋지..’

겨울은 남겨놨던 여유분 재고를 경남으로 할당해 주었다. 할인 행사하는 재고 같은 경우에는 모든 영업팀에서 많이 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행사 시작 전에 영업팀별로 재고를 나눠놓는다. 그러면 영업팀은 다시 각 지점별로 적절하게 재고를 배분한다. 겨울은 올해 영업팀별 매출 목표, 전년도 실적과 지난달 실적, 그리고 영업팀에서 요청하는 수량을 고려해서 배분하지만, 예측은 빗나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업팀에서 가지고 간 재고가 생각보다 잘 팔리지 않고 있어도, 행사 기간 끝나기 전에는 자기 몫의 재고를 다른 영업팀에 잘 나눠주지 않는다. 영업팀에서는 막판스퍼트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브랜드팀에서는 10퍼센트 정도의 재고를 남겨놓는다. 이렇게 예상보다 잘 파는 영업팀에 재고를 나눠주기 위해서이다. 조삼모사처럼 보여도, 처음에는 모자란 듯 재고를 주고 나중에 더 주는 게 나았다. 안 그래도 싫은 소리 들을 일이 많은 자리인데, 못 판다고 이미 할당했던 재고를 다른 팀으로 옮겨서 욕먹을 필요가 없었다.

메신저로 온 요청 사항을 몇 개 더 처리하고 메일함을 열었다. 기획관리팀에서 본 이번달 예상 비용 추정해서 공유해 달라는 메일과 법무팀에 의뢰했던 계약서가 검토를 마쳤다는 메일이 새로 와 있었다.

겨울이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이 부서 저 부서에서 연락이 왔다. 그들은 겨울에게 늘 무언가를 달라고, 무언가를 해달라고 한다. 여기저기서 오는 요청들을 해내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일들은 뒤로 밀리기 십상이었다. 메신저는 늘 열 몇 개씩이나 켜져 있었고, 메일은 끊임없이 왔다 갔다 했다. 그 와중에 오늘처럼 사고가 터진 날이면 자잘한 요청들에 휩쓸려 중심을 잃지 않도록 정신이 바짝 차려야 했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답신을 하고 조금 시간이 걸리는 일은 답신해줘야 하는 날짜에 표시해 놨다. 언제든 요청 일자 전에 시간 나면 바로 마무리지어 보내줄 수 있도록 말이다.

메신저와 메일에 답을 하다 보니 어느새 시계는 1시 30분이 가리켰다. 겨울은 상자 업체가 무사히 불량품을 수거해서 재작업을 시작했는지 궁금해졌다. 급하고 중요한 건은 조금 유난스러워 보여도 중간중간에 체크해 주는 게 좋았다. 한 번은  공장 물류 담당자까지 반품받으러 온다는 얘기가 전달이 안 되었는지, 반품받으러 온 트럭이 마냥 기다리다가 타이밍을 놓칠 뻔하기도 했다. 겨울이 물류에 전화 한 통 하면 해결될 일인데도 겨울이 눈치채지 못하면 이런 일들이 일정을 하루 이틀은 우습게 밀리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다행히도 잘 굴러가고 있었나 보다. 수화기 너머로 이미 상자들이 업체로 넘어가서 작업을 시작했다는 말에 들리자, 겨울은 옅은 미소를 띠고는 회의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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