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작
여느 때처럼 토마토와 감자, 식빵을 사가지고 돌아오던 길에 할아버지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한 분이 길가에 앉아계셨다. 힘이 없어 보이는 체격이었지만, 내 마음이 온통 빼앗겨 버릴 정도로 눈빛만은 너무도 강렬해서 카메라를 들었다.
“Why?"
주변을 바라봐도 나에게 말 거는 이가 없었다.
또 다시 들리기를
“Why?"
누군가 분명히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나 여전히 주변에는 말을 거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순간, 누군가 나에게 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분명하게 느껴지기에 나는 내면의 소리에 집중했다.
여전히 내 안에 “Why?"라는 의문만을 남겨둔 채.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나는 걸으며 그 물음과 마주하기로 했다.
“Why?"
무슨 뜻일까... 나에게 어떤 걸 가르쳐 주기 위함일까?
발걸음을 돌려 흙먼지 날리는 길가를 걸으면서 내 안의 물음은 계속되었다.
왜, 왜지? 하필이면 인도였을까. 전혀 관심없었던 이 나라, 인도에 왜 오게 되었을까.
“Why"라는 이 의문의 소리로 인해 무언가 변화가 있을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막연하게 이 물음에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나 혼자만의 여행을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굳어졌다.
함께 하기로 했던 이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나, 혼자 여행하고 싶어.”
혼자 떠나는 첫 여행, 그것도 인도라니.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행 가이드와 지도를 펼쳐 놓고 어떤 테마로 다녀야 할지 고민하는데 일주일이 걸렸다. 워낙 계획 세우는 걸 좋아하는 파워 J성향이라 ‘인도’ 가이드 책만 수십번 들여다보다가 문득, 책 속에 내 자유를 빼앗기는 것만 같아 전체적인 방향만 잡아놓고 다니면서 자세한 일정을 정하기로 했다. 남부 서쪽을 시작으로 S모양으로 전국 다녀보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느긋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주변에서 혼자 하는 여행은 너무나도 위험하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기도 했고 겁쟁이 딸을 둔 부모님께서 걱정하는 소리가 핸드폰 너머 들려오면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두려움 보다는 용기를 택해보기로 했기에 많은 생각을 뒤로하고 설렘으로 여행 가방을 준비했다. 걱정하는 말들을 한 마디씩 건네고 자주 전화하라며 포옹과 함께 서로의 여행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