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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Amazing India 27화

바라나시(Varanasi)

생명의 강이 흐르는 도시 바라나시

by Euodia

현재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 중 가장 오래되었다는 도시, 어쩌면 전설 보다도 더 오래된 도시라고 알려지는 ‘갠지스(Ganga) 강’이 흐르는 바라나시(Varanasi)에 도착한 새벽은 안개 같은 뿌연 연기로 가득했다. 이곳은 인도에서 가장 성스러운 곳이며 힌두교 순례자들이 모든 죄를 씻어내기 위해 방문하는 곳이다.


‘생명의 강, 어머니 강이라고 불리는 강가(Ganga), 갠지스강’


이 도시는 수많은 여행객들과 힌두교인들이 모이는 곳이어서 어디를 가던 인파가 몰린다. 갠지스 강 근처에는 매일매일 사람이 넘쳐나고, 혹시나 떠밀려 강물에 빠질까 봐 제대로 구경하는 것조차도 어려운 날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인파 속에서 며칠간을 지내며 오래된 이 도시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다.


힌두교도에게 이 갠지스 강은 신성한 강이며 강물은 성수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식수이면서 생활 급수이기도 한 갠지스 강. 힌두교도들은 이곳에서 목욕을 하고 조상과 신에게 경의를 표하며 디아(Dia)를 흘려보내는 곳이다.

힌두교 전통에서는 갠지스 강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인도의 오랜 문명의 상징이며 변함없는 어머니 강(여신)으로 이곳에서 태어나 죽으면 다시 돌아가는 곳이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용서하기에 사람들이 죽으면 이곳에 유해를 뿌린다.

만약 죽은 사람의 뼈 하나만이라도 갠지스 강물에 닿으면 그 사람은 천국에서 명예롭게 살 것이다

라는 말이 있듯 이들에게 갠지스 강의 사후 의식은 매우 중요하다. 심지어 이 도시에서 죽으면 막샤(Moksha: 탄생과 죽음에서 해방)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갠지스 강가

삶의 터전인 사람들은 그곳에서 목욕이나 빨래를 편하게 하기도 하고 성수라고 생각하기에 강물을 마시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침과 저녁에는 ‘아르띠 뿌자(Aarti Puja)’를 드리며 중간중간 꽃도 뿌리고, 디아(Dia)를 강에 흘려보내기도 한다.


막샤(Moksha): 해방, 열반, 종말론적 의미에서 죽음과 환생으로부터의 자유, 또한 자아실현, 자아의식을 말한다.

아르띠 뿌자(Aarti Puja): 어머니 강을 숭배하기 위해 거행되는 5가지 의식 중 하나. 저녁 아르띠에는 수천 명의 지역 주민과 순례자가 모여 어머니 강에 기도드리는 하루의 마지막 의식이다.

디아(Dia): 뿌자의 행위로 장미 꽃잎과 기름을 채운 작은 접시에 불을 밝혀 띄우는 것

아르띠 뿌자와 구경하는 사람들

바라나시 골목골목을 다니다 보면 사람들 뿐 아니라 큰 소들과 기타 동물들도 다니기에 배설물들이 곳곳에 즐비한데, 상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몬순(우기)에는 물이 무릎까지 차기도 한다. 이 물은 결국 갠지스강으로 모두 흘러간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과학적 이해와는 관계없이 갠지스 강의 물은 항상 순수하고 정화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목욕을 하며 현재의 죄와 평생의 죄를 씻어낸다.


갠지스 강의 화장 가트

바라나시에서 가트(Ghat)는 강에서 부두나 화장터로 이어지는 계단을 지칭하는데 강가를 따라 다사스와메드(Dasawamedh), 아씨(Assi)가트 처럼 종교의식을 하는 가트도 있지만 잘센(Jalsain), 하리스찬드라(Harishchandra) 가트와 같은 화장터도 있다. 바라나시에 새벽녘 도착해 느꼈던 뿌연 안개는 바로 이 화장터의 연기였다. 이곳에서 일주일 넘게 지냈는데 화장터에서 연기가 나지 않는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화장 가트에서는 고인을 화장한 후 뼈와 재를 이 갠지스 강에 뿌린다.

지금도 성직자, 임산부, 나병이나 수두에 걸린 사람, 자살한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 5세 이하의 어린이는 화장하지 않고 그 시체가 자유롭게 떠다니며 물에서 그냥 썩도록 내버려 둔다. 게다가 시체를 소각하는데 필요한 나무의 양을 살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다 태우던, 태우지 못한 시체이든 간에 모두 강으로 떠내려 보낸다. 배를 타고 유람을 하다가 미처 다 타버리지 못한 다리가 떠오르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콜레라가 이 지역의 풍토병이었다는 유래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화장하지 않은 시체 수천 구가 이곳에 버려져 질병이 퍼졌다고 한다. 그곳에서 들었던 한 이야기 중 외국인이 강물에 뛰어들었다가 병에 걸려 한 달을 깨어나지 못했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외국인에게는 감염의 위험이 있는 물이기도 했다. 강물을 이용해 목욕, 설거지, 양치질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질병(위장병, 콜레라, 이질, A형 간염, 장티푸스 등)의 발병률이 연간 66%로 매우 높다고 하니 여행자들은 가급적이면 이 물을 마시거나 들어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신기한 것은 이곳에 핑크색 강돌고래가 살고 있다는 것. 운이 좋으면 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갠지스 강에서는 고행자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영적 수행자다. 사회적인 규범을 포기하고 자신의 이름, 가족, 성별을 포함한 정체성을 벗어던지는 입문과정을 거치고 새로운 이름을 받는다. 강을 보호하려는 사람들, 벌거벗은 온몸을 하얗게 칠하고 일반적인 삶을 포기한 사람들 등 이 고행자 중에는 단식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엄격한 생활 방식을 실천하는 고행자도 있다.

갠지스 강의 고행자들

이 갠지스 강에서는 강가를 따라 가트(Ghat)를 다니며 어떤 의식이 행해지고 있는지 보고 강가를 유람하거나 밤이 되면 진행되는 아르띠 뿌자는 꼭 경험해 볼만하다.

갠지스 강가 유람 | 작은 배를 타고 유람을 하다보면 목욕하는 사람, 유유자적한 외국인, 커플의 데이트 등 다양한 삶을 볼 수 있다


바라나시는 골목이 좁아서 차나 릭샤가 다니기 어렵다. 대부분 걸어 다니는데 구시가지의 시장이나 골목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시장에서 파는 다양한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예쁜 유리공예 액세서리 가게도 많이 있다. 가장 좋았던 건 견과류가 저렴해 캐슈너트를 500g에 500원~1,000원 사이로 구입할 수 있었는데 인도는 캐슈너트가 유명하니 꼭 사 먹어보자.


또 버나러스 힌두 대학(Benares Hindu University)은 인도의 예술, 음악, 문화, 철학 교육으로 유명하다. 이 덕분인지 바라나시에서 힌디어를 배우는 어학연수과정, 전통 인도 음악 강의, 요가나 힌두 철학을 배우는 곳도 있다. 대학이나 센터에서도 배울 수 있다. 그냥 이들의 예술을 즐기고 싶다면 전통 악기인 시타르(Sitar) 음악 공연이나 전통 댄스 공연을 하는 곳들도 많다.

바라나시 구시가지 골목


‘사랑의 인사’


바라나시에서 오래 머물면서 영화가 보고 싶어 졌다. 뭄바이에서도 영화관을 가보고 싶었지만 조금 어색하기도 했고 무엇을 봐야 할지 몰라서 망설이다가 시일을 놓쳤다. 바라나시에 며칠 머무르며 꼭 경험해 보고 싶었던 인도 영화를 관람을 해보기로 했다.

바라나시의 영화관

살람-에-이쉬크(Salaam-e-Ishq) ‘사랑의 인사’라는 뜻의 이 영화는 인도판 러브액츄얼리로 주인공들의 러브스토리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린 영화였다. 인도에서 가장 유명한 3대 칸 중 한 명인 ‘살만 칸’과 미스 월드 출신이며 할리우드에서 한창 활동 중인 ‘프리앙카 초프라’, 감독이며 각본가로도 유명한 ‘카란 조하르’ 등 많은 인도 배우들이 나오는 러브 스토리 영화였다. 인도 영화는 상영 시간이 길고 중간에 인터 미션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3-4시간 정도는 생각하고 가야 한다. 역시 이 영화도 3시간 40분 정도, 인터 미션 때문에 거의 4시간 가까이 되었다. 오후 4시쯤 들어갔는데 나올 때는 8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다.


영화관을 들어갈 때는 가방 검사를 하는데 무기가 될만한 것은 없는지 폭약이나 칼 같은 것들을 확인한다. 팝콘과 음료수를 주문했는데 처음부터 가지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자리로 가져다준다며 자리 확인을 분명히 했는데 영화를 보는 중에 도대체 언제 가져다주는지 궁금했다. 한참 영화에 빠져들어 팝콘과 음료수를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인터미션 시간에 뒤에서 툭툭 치며 주문한 팝콘이 나왔다며 가져다준다. 배가 고플 때쯤이었던 거 같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인도 영화 중에 음악과 춤이 나오면 정말 사람들이 일어나서 춤을 추는 가’였는데, 정말 음악과 군무가 나올 때 앞자리와 통로에 앉은 사람들이 일어나서 춤을 추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들에게는 영화 관람도 파티 같아 보였다. 어떻게 그런 어깨춤을 출 수 있는지 온몸에 다른 센서가 장착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에는 이런 영화관 문화가 어색했는데 몇 시간을 춤추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 보니 음악이 나올 때면 흥이 저절로 난다. 어깨가 들썩이는 것은 물론이고.


결혼식 퍼레이드와 춤추는 사람들

영화가 끝난 후 구시가지를 지나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가는 길 결혼식 퍼레이드가 진행 중이었다. 인도를 여행하면서 경험해 보면 좋을만한 일 중에 하나였는데 다양한 축제도 대단하지만, 결혼식 행렬이 있다면 지나치지 말고 참여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조명을 머리에 이고 행렬을 인도하는 사람들 사이로 엄청난 규모의 인도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의 음악이 울려 퍼지며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춤을 추면 마을 사람들은 하나 둘 행렬에 가담한다. 음악을 온몸으로 느끼며 신나게 흔들어 댄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행렬에 들어오라며 손짓을 하고 함께 춤을 춘다. 인도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음악에 군무라니, 이날 저녁 몇 시간을 (누구의 결혼식인지도 몰랐지만) 수많은 인도 사람들과 춤을 추느라 깊은 밤이 되어가는 지도 몰랐다.


원래는 4-5일 정도 머물 예정이었는데 다음 행선지인 콜카타(Kolkata)로 가는 기차표를 구할 수 없었고 그다음 도시인 홍차로 유명한 다즐링(Darjeeling)으로 가는 기차표도 구할 수 없었다. 여행 일정이 며칠 남지 않아서 다음날에 다시 시도했지만 가고 싶은 도시(북부로 더 올라가 네팔까지 가는 일정)로 가는 기차나 버스표를 구하지 못해 결국 남부 지방인 첸나이로 가게 되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내가 가려던 시기에 다즐링에서 네팔로 넘어가는 국경에 분쟁이 일어나 버스가 전복되고 사람들이 다치는 등 위험한 일들이 있었다고 한다. 어쩌면 혼자 여행하면서 위험할 수 있었기에 가지 못한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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