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4
어느 날 하얗고 작은 체구의 나이 든 강아지 한 마리가 한 통의 편지를 입에 물고 다가와 내 앞에 놓고 사라졌다
하얀 봉투 위에는
‘2021년 6월 24일의 당신을 초대합니다 ‘
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는데
하얀 종이 위에 꾹꾹 눌러쓴 한 줄의 글씨가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2021년의 나? 그때 나를 초대한다고
머릿속을 뒤엉키게 만들었던 슬픈 기억들이 떠올랐다
내 뺨에 흐르던 눈물이 봉투 위에 떨어졌다
글씨가 번져버렸다
21년 6월 24일 목요일 병원 처음 간 날
코로나 터진 이후로 나는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다
친정 가는 발걸음은 언제나 설레었는데 오늘은 마음이 좀 무겁다
일찍 일어나 마음속으로 그래도 좋을 거야 주문을 걸었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 가족은 못 만난 이후로 많이 변해있었다
아빠는 조금 여의였고 남동생은 살이 쪘다
집에 남편과 아이들을 놓고 옛 내 집을 오니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나로 돌아온 것 같다
아직도 우리 어릴 쩍 손이 닿았던 물건과 사진들이 고스란히 있었다
많은 시간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조용히 우리는 차를 타고 대학병원으로 갔다
40여 분의 긴장된 기다림은 우리를 고요하게 만들었다
아빠의 이름 석자가 불리고 그 고요함은 빗발치게 흔들렸다
뼈 통증은 없으셨어요? 의사의 첫마디에 머릿속은 하얘졌다
손을 우물쭈물하며 떨린 목소리로 말하는 아빠 모습에 너무 마음이 아프다
그렇다 그날은 아빠와 함께 병원에 가서 아빠가 전립선암 4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온 날이다
컷툰의 그림도 함께 볼 수 있어요
https://tobe.aladin.co.kr/n/158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