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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chrome blues Jul 01. 2022

나와 같았으면 하는 그런 마음.

혼자서도 잘해요. 하지만,

   유튜브 알고리즘은 오늘도 시청자 취향을 대신 고민해주는 것이 틀림없다. 최근 업로드되었다며 성시경 님의 영상이 떡하니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요 며칠 새 ‘성시경의 먹을 텐데’란 맛집 리뷰 영상을 열심히 보긴 했다만, 그렇다고 또 이렇게 최상단 노출이라니. 심지어 이번 편은 공교롭게도 평소 좋아했던 막국수집이다. 이건 안 볼 수가 없다. 늦은 밤, 이런 위험한 영상을 시청한 뒤 냄비에 물을 안 올리고 배길 수 있으려나.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뭔가에 홀린 듯 재생 버튼을 눌러본다.


   답십리가 본점이고 논현이 분점인 곳. 본점은 너무 멀어 손가락만 빨고 있었는데 몇 년 전 분점이 생겼단 소식을 듣자마자 한 달음에 달려갔고, 이내 빠져들었다. 쿰쿰하고 심심하지만 묘한 중독성이 퍼지는 그 맛. 코로나 전엔 곧잘 갔던 곳이었는데. 잊고 있었다. 그래서 새삼 반갑다. 올여름엔 꼭 다시 가야지.  


   생각해보니 저곳에 갈 땐 늘 혼자였다. 언젠가부터 호불호 갈릴만한 일은 혼자 하는 편으로 굳어졌네. 타인의 취향에 선입견 비스무리한 것이 생겼을 수도 있고, 원체 혼자도 개의치 않으며 이른바 혼밥도 버겁지 않아 하는 성격이라 그럴 수 있다. 좋아하지 않아 할 만한 건 혼자서 오롯이 즐기는 게 편하니까. 전시회가 그렇고 노포 맛집 탐방이 그러하며 평양냉면 맛집 순례 역시 같았다. 누군가에게 공감을 바라면서까지 함께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탓이다. 저 영상 속 막국수집 역시 그런 곳 중 하나였다. 평양냉면 애호가 사이에서도 호불호 갈릴만한 집이라 서다. 빠지면 출구가 없는데 입구에 걸린 자물쇠 비밀번호 자릿수가 생각보다 많다.  


혼자가.


   그런데 말이다. 혼자 품고 있던 맛집을 평소 좋아하는 가수가 추천하고 있고, 그곳 음식에 대해 좋아했던 포인트를 엇비슷하게 짚어나가는 순간들이 뭔가 좋았다. 유명인이라서 끌린다기 보단 문득 저 형과 술 한잔 기울이고 싶어졌다. 술이 약한 탓에 반에 반에 반만치도 따라갈 수 없겠지만. 마주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무슨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당신의 목소리에 기대어보고 싶다. 이 모든 게 문지기도 모르는 새 비밀번호가 눌리고, 우연처럼 자물쇠가 열려버린 탓이다. 속마음을 들킨 기분.  


   정확한 이유를 짚어낼 수는 없는데, 그냥 그런 지점들이 맘에 들어찼다. 하는 말들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었다. 그러다 성시경 님이 나긋나긋하게 내뱉은  문장이 번개처럼 이내 마음에 꽂혀 들어왔다.  


나와 같았으면 하는 그런 마음


   ‘나와 같았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란다. 나와 같았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라니. 상대가 공감해주었으면 하는 마음.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거나. 혹은 그와 별개로 자연스럽게 공감할  있는 그런 지점.  


   대체 그게 무어란 말인가? 이러한 마음은 어디서 샘솟길래 사람을 흔들어 놓을까? 어째서 갈구할게 될까? 공감은 구태여 설명하거나 눈치 보지 않더라도 편히 내려놓을  있는 감정의 베이스캠프다. 혼자 즐기는 시간은 불편한 상대와 경험에 무조건 이길 자신이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과의 공감에 겨내기 어렵. 따뜻하고 행복하니까. 혹여나 포기하고 있던 삭막한 공감대일지라도, 그런 곳에마저 달의 첫발 내딛듯 누군가 발자국이 힌다면. 당신 신발에 묻어온 꽃씨가 우연히 싹을 틔우고, 우연의 우연이 겹쳐 부슬비가 촉촉하게 내려준다면. 결국 사막 한가운데서도  무더기 향기가 피어오를지도 모른다.  


예상치 못한 곳에 움튼.


   하지만 말이다. 평양냉면까진 걸레 빤 물이란 오명을 들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친구들과 함께 하겠다만, 저 막국수집만큼은 강남 한복판에 있음에도 누군가와 함께할 자신이 없다. 차라리 원래부터 저곳을 좋아하는 술꾼 선배라던가 아저씨들을 찾는 일이 빠를지도 모른다. 선입견일지라도 그간 경험해온 주변인들의 취향을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니니까.  


   그렇지만. 이상하리만치 영상  목소리에는 묘한 힘이 실려있었다.  번쯤은 우연을 믿어보고 싶어지는 그런 지점이 생긴다. 공감에 목매진 않지만 괜히 한번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어떠할지 상상하게 된다. 너무 닮아도 좋지만 그렇지 대도 괜찮은 누군가. 다른 대로 나쁘지 않을 수도 있고, 혹여 혼자 즐길거리가 생기더라도 따로 또 같이, 불편하진 않을 그런 지점.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 살면서 처음으로  사람의 지인들이 부러워졌다. 그리고 영상은 그렇게 끝이 났고 아쉬움만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미 침대에 누운 뒤라서. 다행히도 오늘 밤 냄비 속에 비가 내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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