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내게 여러 모로 의미가 크다.
이 글이 재미있는 점 중 하나는 모임을 운영하며 쓴 글이라는 사실이다. 그 덕분에, 모임을 운영하며 달라지는 내 생각이 글에 착색된 것 같다. 감이 좋은 독자라면 모임에 대한 내 태도가 미묘하게라도 바뀌었음을 알아챘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글을 쓰는 나로서는, 첫 부분을 쓸 때와 마지막 부분을 쓸 때 모임에 대한 생각이 똑같지는 않다.
도입부를 쓸 쯤에는 모임 운영으로 아주 바빴던 때다. 마치 모터처럼, 엔진처럼. 모임은 열렬히 움직였고 분위기는 한참 뜨거웠던 시기다. 그 동력과 열기는 다른 이들과 함께하며 나왔다.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내가 운영에 몸담고 있는 모임에서 즐겁게 활동해주는 모습을 보면 이 성취에 고무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주제로 운영하는 모임에서, 같은 취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활발하게 활동하는 가운데 서서, 모임 운영을 잘 하고 있다는 생각에 매일이 기뻤던 것 같다.
그리고 글의 뒷부분에 적은 사건이 있었다. 모임이 생각보다 잘 굴러가진 않은 것이다. 나를 비롯한 운영진들은 결국은 큰 계획은 없는 아마추어일 뿐이었다. 다만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운이 - 대부분은 인복이 - 따라주었을 뿐이다. 그래서 학원 소모임으로 끝났을수 있는 모임이 꽤 많은 회원들과 아지트를 가진 모임까지는 되었지만, 그 뒤는 자연히 내리막이 찾아오게 된 것이다. 원래 플루크란 그런 것이다. 한 타석을, 한 경기를, 정말 운이 좋으면 한 시즌을 좋은 기록으로 끝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커리어 내내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큰 무리의 사람들이 나가고 나서 모임의 활력이 크게 떨어진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소규모 모임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한 법인데, 반 이상이 모임을 떠나게 되었으니까, 모임의 자원과 동력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모임 운영이라는 차원에서는 나쁜 선택이라 평할수 있다. 그런데 그 나쁜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운 지점 같다. 모임의 시작과 운영, 모두 아마추어 운영진 세 사람이 하고 싶다는 일념만으로 걸어온 길이다. 그러니까 모임의 운영을 위해서는 참아야 하는 선택을, 마음이 시켰기 때문에 내린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임에 가져다주는 활기, 그리고 실질적인 문제인 돈을 위해서 회원을 유지하는 선택을 했다면, 아지트 계약 종료까지는 어찌저찌 모임이 굴러가기는 했겠지만, 별로 하고 싶지 않은 모임이 됐을 것 같다. 하지만 비록 모임이 반쪽이 되더라도, 더는 함께하기 힘든 이들과 함께하지 않기로 선택하고 반쪽짜리 모임을 운영하게 된 것까지, 의지 하나만으로 끌고온 모임의 행보와 결이 같은 부분이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이 에필로그를 쓰기 전 클라우드에 저장된 글들을 뒤적이다, 22년에 쓴 글을 읽었다. 작은 연습실을 빌려 혼자 음악을 하던 시기에 쓴 글이었다. 책상과 의자를 두면 가득 차던 방에서 혼자 이런저런 연습을 했다는 내용. 그때의 나는 비좁은 연습실에서 혼자 음악을 하며, 누군가와 음악을 나누기를 갈망했다. 지금은 넓은 연습실도 있고, 함께 음악을 나눌 사람들도 있다. 계속 같은 것을 바랐고, 결국에는 음악 모임이라는 더 나은 경치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지금의 모임은 한창때처럼 뜨겁게 박동하는 엔진은 아니다. 모임을 잘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보다 부족한 활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이 나의 선택의 결과임을 알기 때문에. 하지만 찬찬히 돌아보니 이 모임은 충분한 성취다.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길을 따라서 도착한 곳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결이 맞는 이들이 모였고 그들도 모두 즐겁게 모임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예전보다 활발하지 않을 뿐, 모임은 여전히 살아있다. 엔진은 뜨겁지만 살아있는 것은 아니다. 나무는 따뜻하지도 움직이지도 않지만 살아있다. 지금의 모임은 나무다. 가만히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지만, 돌아보면 조금씩 자라있는 나무. 그렇게 생각하면 한창 커가던 모임에 비해 지금의 모습이 더 나빠진 것이라고 단정할수도 없는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모임이 한창 활기를 띄던 시기에는 모임을 운영하는데 치중했던 것 같다. 이번 주는 어떤 행사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을까, 모임 운영비의 가치를 할 수 있을까, 모임을 잘 운영하기 위한 고민들을 했었다. 그러다보니 내 음악적인 성장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 같다. 과거 연습실에서 좋은 녹음을 하려고 애쓰던 때, 혹은 학원에서 매달 무대를 준비하며 열심히 연습하던 그 때는 항상 열심이었다. 더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모임 운영에 치중하면서, 기획을 하느라, 그리고 모임 운영에서 수반되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느라, 정작 본질인 음악에 대한 생각을 할 틈이 없었던 것이다.
예전처럼 시끌벅적하지도, 뜨겁지도 않은 모임이지만, 돌아보면 조금씩 자라있는 나무같은 모임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조금은 소홀했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욕심도 더 챙겨, 음악이라는 취미도 나무처럼 서서히 자랐으면 한다. 의미가 많은 글이다. 나의 이 지금 순간의 생각과 감정들을 담은 글. 그리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면 조금 더 좋을지 생각을 정리하는 글. 그리고 조금 시들해진 모임의 활기에 모임이라는 성취가 약간은 덜 자랑스럽단 생각이 들었지만, 충분히 자랑스럽게 여길만한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생각해보면 이 모임을 하며 더할 나위 없이 잘 맞는 친구들을 알게 되었고, 또 평생 함께할 여자친구를 만나게 되었으니 모임에 대한 마음이 시들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그런 글의 끝매듭을 지어보려 한다.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