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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의 완성을 향해

챕터 11

by 이이육

다양한 플랫폼에 모임 홍보글을 올렸다. 아지트의 존재로 신입 회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점이 생기기도 했고, 그 아지트를 유지하고 이런저런 물건을 구입하기 위한 회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자의든 타의든, 아지트가 존재하니 모임 활동이 한결 더 본격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모임은 생각보다 꽤 인기가 있었다. "왜 장사가 잘 되는 건데!" 하고 절규하는 모 영화의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이렇게까지 사람이 많이 들어올 거라곤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 월세를 못 내서 운영진이 사비로 추가비용을 내야 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는데, 신입이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책의 초반부에 말한 것과 같이 관심을 보일 만한 컨셉을 가지고 있으니 사람들이 모여든 것이라 생각한다. 마치 처음 학원에서 모임을 시작할 때 많은 원생들이 관심을 가져준 때의 생각이 날 정도로 많은 가입 문의를 받았다.

모임 운영에 대한 큰 청사진은 한 번도 없었다. 아무래도 본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느 이상 품을 들이는 것은 지양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그때그때 처한 상황에 맞게 앞으로 나아왔을 뿐이었다. 또 나아갈 방향을 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큰 그림은 그리지 않았지만 처음 생각한 기본 원칙은 지켰다. 모든 갈등은 사람에서 시작된다는 것. 사람을 내보내는 것보다 안 받는 것이 더 쉽다는 원칙. 그래서 가입 신청을 한 모든 사람들과 대면 인터뷰를 했다.

운영진 세 명의 시간을 맞춰서 빼야 한다는 것은 일정이나 체력적으로 꽤나 부담이었다. 각자의 삶이 있는 성인 세 명의 시간을 맞추려면, 아무래도 어느 정도의 희생이 필요했다. 또 질문을 하는 입장임에도, 체력적으로는 힘들었다. 물론 대답하는 사람이 더 피곤할 테지만, 여러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고 하루를 마치며 자신을 돌아보면 한 건 없는 것 같은데 몹시 피곤한 상태였다. 비용도 여러모로 문제였다. 인터뷰이의 차 값은 우선 회비로 계산해서 개인 돈이 들지는 않았지만, 인터뷰만 잔뜩 하고 신입을 받지 않는 경우는 회비만 소진되는 격이었다. 그리고 운영진이 먹은 음료수는 각자 계산했다. 차 한 잔이 엄청 비싼 것은 아니었지만, 좋은 신입을 못 만나고 끝나는 날엔 개운하게 돈을 쓴 느낌이 안 났다.

운영진이라서 해야 하는 고생이 있었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속에서 재미를 찾으며 잘 극복한 것 같다. 음악을 좋아해서 모임까지 가입하려 온 사람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거의 항상 재미있었다. 열정의 정도나 방식이 다를 뿐, 각자의 방식으로 음악을 좋아하고, 계속해오는 모습들은 흥미로웠다. 간혹 너무 성의가 없거나, 무슨 목적으로 가입 신청을 한 건지 모르겠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지원자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그런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서, 시간과 비용을 들이면서도 모임 운영을 즐겁게 할 수 있었다.

“당신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 같다. 완전히 막연하고 답이 없는 질문이라서, 글쎄요... 하고 얼버무리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모임 생활을 즐겁게 함께 한 회원들은 인터뷰에서 그 질문을 받았을 때, 눈을 반짝이며 무엇이라도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냥 대화를 나눌 때의 느낌을 봤던 것 같다. 툭 튀어나온 부분은 낯선 이들 앞에 서서는 잘 가려지지 않는구나, 깨달았다. 기본적인 대화를 할 때 편한 사람이 함께 모임 활동을 할 때도 편하고 즐거웠다. 공모전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음악을 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서 풍기는 느낌을 봤던 것 같다. 절대 맞고 틀리고를 판단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운영진 셋의 성정이 어떤 지원자에게는 너무 슴슴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모임의 분위기와 지원자가 가지고 있는 느낌이 잘 맞는지를 판단했던 것 같다.

모임이 커지면서 운영의 방향성과 정체성이 되는 대로 잡혀갔다. 모임이 있을 때 말고 비어 있는 아지트는 개인 연습 공간으로 제공하기. 한 달간 자유롭게 연습실을 이용하는 댓가로 일정 금액의 회비를 받기. 아지트를 구하기 전부터 막연히 구상했던 체제가 현실이 되었다. 음악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개인 연습실이 필요할 것이었고, 보통 연습실의 월 임대료보다 꽤 낮은 금액을 회비로 설정하면 모임 회원 입장에서는 메리트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지트에 드럼과 앰프 등을 가져다 두어, 간소하게나마 합주를 가능한 공간으로 조성하기, 합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신입으로 받기. 모임을 만들기 전부터 있었던 "노래방 모임"에 대한 거부감.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음악에 진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주와 합주에 관심이 있는 이들을 모임에 받으려 애쓴 이유였다. 그렇게 언젠가는 밴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음악 취미를 가진 이들에게 연습 공간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밴드에 관심 있는, 깊은 음악 취미를 하는 이들을 모아 모임 안에서 소통하게 하는 것. 돌아보니 이 두 가지 정도를 모임의 정체성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바탕 아래 신입이 꾸준히 들어오고, 모임이 커졌다. 그렇게 모인 회비로는 에어컨 구입 비용까지 모두 정산하게 되었다. 아지트 운영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렇게, 모임을 만들고 아지트를 꾸려나간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다. 다음 장에서는 지금의 모임은 어떤지에 대한 이야기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조금 아쉬웠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면 어떨까 싶다.

결과적으로는 열심히 모임을 운영해, 회비로 에어컨까지 구비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판단들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이야기들을 다음 장에 해볼까 한다. 모임을 운영할 계획이 있다면, 타인의 실패 사례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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