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3
글로 기록돼 있으니 꽤나 차분하게 보인다. 전 챕터에서 말한 회원 한 무리를 내보내야만 했던 그때 말이다.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때는 정말 괴로웠다. 그리고 그때 겪은 고통 덕에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된 것 같다. 그 이후로는 새 회원을 모집하려 노력하지 않았다. 그에 따라 적극적으로 모임을 홍보하지도 않았다. 모임 안에 남은 자원들을 가지고, 남은 회원들을 위한 운영을 하게 되었다. 저전력 운영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더 이상 충전 없이, 남은 배터리를 가지고 여행이 끝날 때까지 기기를 켜 두는 것과 같은 운영.
새로운 회원들이 계속 들어올 때는, 주기적으로 모임과 이벤트를 하려 애썼다. 귀한 시간을 들여 참석하는 것이고, 회비까지 내서 오는 것인데,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운영진의 임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기획으로 여러 행사를 준비했고, 그때그때 재밌는 순간을 보냈다. 하지만 한 이벤트가 지속되면 첫 회차만큼의 반응이 오지 않았고, 그때마다 다른 행사를 또 기획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내 몫이었다. 행사를 기획하는 것도, 진행하는 것도, 그리고 시들해진 행사를 접는 것도, 모든 과정이 스트레스를 준 셈이다. 어쩌면 모임을 잘 운영하는 것보다 잘 굴러가지 않는 상황을 견뎌내는 일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운영이 잘 되면 즐거워서 잘하게 된다. 하지만 운영이 잘 되지 않는 순간은 누구나 실망스럽기 마련이다. 그때를 잘 견뎌내는 것이 차이를 만들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나가고 나서, 예전처럼 계속 이벤트를 열어야 하는 의무감은 사라졌다. 운영에 대한 열정이 식었다기보다, 세 번 만날 걸 한 번 만나더라도, 확실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는 생각으로 모임을 운영했다. 음악이라는 테마를 추구해야 한다는 강박을 많이 내려놓게 되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즐거운 것이 가장 행복한 운영인 것인데, 남은 구성원들은 그저 모여서 이야기만 해도 즐거웠다. 그리고 나름대로 각자의 음악을 추구해 나가는 이들이었다. 굳이 모임 차원에서 음악적인 활동을 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음악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음악이 아닌 이야기로도 즐거운 것이었다. 새로운 회원을 받지 않게 되면서 운영의 부담을 상당 부분 내려놓게 되었고, 몸도 마음도 편해지게 되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떠나보낼 때, 그런 일을 많이 겪지 않았을 때는 마음이 힘들었다. 모임을 더 잘 운영했다면 이 사람이 떠나지 않았을까, 모임의 어떤 부족한 부분 때문에 이 사람이 떠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일을 거듭해서 겪고 나서, 지금은 크게 동요하지 않게 되었다. 모임과 안 맞으면 떠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한다. 봉사에 가까운 운영을 하는 와중에, 잠재적인 회원들의 니즈 파악을 하고 그에 따른 새로운 노력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모임과 모임원과 맞는 사람은 남는 것이고, 아닌 사람은 즐길 만큼 즐기고 또 다른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한 명씩 떠나보낼 때마다, 코어 멤버들의 존재가 기적처럼 느껴졌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 이렇게 성향이 잘 맞으면서 의리도 있는 사람이 일곱이나 모였다는 사실. 운에 기대 모임 운영을 이어왔지만, 가장 큰 운은 좋은 코어 멤버들을 만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 모임은 아지트 임대차 계약의 종료까지 느긋한 항해를 하고 있다. 돛을 펼치고, 바람이 보내는 대로 나아가는 항해. 배에는 작은 구멍이 나서 조금씩 가라앉는 그런 여정. 새로운 회원을 받으려 애쓰지는 않을 것이다. 계절이 지나면 가전이나 물품들을 팔아 회비를 조금씩 충당하고, 마지막에는 모든 물건을 처분하고 아지트를 떠날 것이다. 그리고 모임은 계속될 것이다. "아스가르드는 장소가 아니다."는 말처럼, 아지트를 떠나더라도 지금의 모임원들이 있으면 우리의 모임은 계속되는 것이다. 그렇게 계속될 것이기에 이 모임은 성공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모임에 가입하기 전을 떠올려본다. 모임에 가입하기로 한 이유는 음악이라는 취미를 나눌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음악 취미를 나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으니 그 목적은 달성했다. 심지어 음악 이야기 말고 어떤 이야기를 해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으니, 반박할 여지없이 목적 달성이다.
모든 것이 그런 법이다. 유한한 시간을 알차고 즐겁게 보내고 사그라드는 때가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모임이 피고 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한때는 활짝 피었으니 잘 해낸 것이다. 그리고 모임이 성장을 멈추고 아지트마저 없어져도, 여전히 모임을 존재하게 할 모임원이 일곱 명이나 되니 정말 잘 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은 미래를 엿보았을 때 그럴 것 같다는 것이다. 함께할 때 즐거우면서도 음악에 열정이 있는 일곱 명의 회원, 음악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아늑한 아지트, 음악 또는 즐거움으로 가득 찬 행사. 우리 모임은 그렇게 열심히 활동 중이다.
여기까지가, 음악이 좋아서 운영하게 된 모임에 대한 이야기다.
* 몇 편의 수필과 맺는말을 추가로 연재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