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밈 Jan 26. 2021

칫솔;

007. 내가 쓴 네가 동산을 이루었겠지

  언제부터 이를 닦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게 나는 매일 이를 닦았다. 칫솔질을 세게 하면 칫솔모가 빨리 벌어진다. 칫솔을 입에 물고 다른 일을 하는 버릇도 좋지 않다. 알면서도 고치기가 어려워 칫솔모가 제법 빨리 벌어지는 편이라 생각했다. 근데 칫솔은 한 달에 한 번 교체해야 한다네. 그렇다면 별로 빠르진 않은가. 모가 벌어지기 전에 칫솔을 교체하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칫솔모는 역시나 미세모다. 칫솔 머리의 크기는 큰 쪽이 좋다. 엄마는 구석구석 잘 들어간다며 좀 작은 칫솔을 사 오기도 하지만 난 커다란 칫솔로 팍팍 닦는 게 좋다. 아빠는 칫솔모의 길이가 여러 가지인 칫솔을 쓴다. 무슨 특별한 점이 있다는 스위스제 비싼 칫솔도 인터넷에서 발견했는데 차마 구매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칫솔을 비싸게 쓰면 치약도 비싸지겠고 구강청결제도 비싼 거 써야 하고 쓰려고 들면 돈은 계속 들고.. 


  그러던 중 포털 메인에서 나무 칫솔과 씹는 치약을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발견했다. 플라스틱이 문제라 그렇게나 생각하면서도 칫솔이 플라스틱이라고는 깨닫지 못하다니. 몇십 년간 내가 버린 칫솔이 한 무더기가 되었을 테다. 한 달에 한 개씩 꼬박 버렸다면 그것은 내 키를 훌쩍 넘었을까. 내가 지구에서 사라지고 나서 내 치아는 없는데 내 칫솔만 남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무 칫솔을 샀다. 그마저도 모는 나일론이 아닌 것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사용감은 일반 칫솔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나 쉬울 줄 알았으면 진작 나무 칫솔을 썼을 텐데. 비닐을 만든 이는 사실 종이 가방을 만들기 위해 잘려나가는 나무를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나는 반대로 플라스틱이 많아지는 게 안타까워 나무를 사용하기로 한다. 무엇이든 써버리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게 사람인가. 칫솔질을 한 어금니가 맨질맨질하다. 확실히 칫솔질을 포기할 순 없다.

이전 06화 전화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