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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밈 Feb 05. 2021

알콜스왑;

014. 과민에서 무신경으로

  알콜스왑의 존재는 (부끄럽지만) 새끼발톱의 무좀 때문이었다. 비 오는 날 물에 푹 젖은 운동화를 오래 벗지 않았던 날 이후 발톱에 이상이 생겼고, 피부과에 갔고, 어느 무좀약을 처방받았다. 약상자 안에는 무좀약과 바르는 도구와 알콜스왑이란 낯선 것이 들어있었다. 이렇게 편리하게 알코올을 바를 수 있는 시대가 왔군.


  이후 약국에서 일하던 언니가 알콜스왑 한 박스를 사 와서는 핸드폰을 닦을 때 쓰면 된다고 했다. 이렇게까지 닦는 건 좀 예민하지 않을까? 웬만한 물건은 변기보다 세균이 많은 세상에서 알콜스왑으로 닦는다고 큰 소용이 있겠나 싶었다. 그런데 얼마 후 좋아하던 유튜버의 왓츠인마이백에서 알콜스왑이 나오더라고. 청결에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알콜스왑을 쓰나 싶어 핸드폰이 너무 더럽게 느껴지는 날 가끔 알콜스왑을 꺼냈다.


  그리고 코로나가 터졌다. 회사에서 마스크와 함께 알콜스왑을 사주었다. 당부의 말을 적은 기관장의 메일에는 손을 깨끗이 씻으란 말과 함께 알콜스왑으로 자주 핸드폰을 닦아주란 말이 있었다. 모두의 책상에 알콜스왑이 있었고 매일의 파우치에 알콜스왑을 챙겼다. 핸드폰 닦기가 귀찮아 무심코 거른 날이면 온 손에 세균을 묻히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빠르게 신경과민에서 빼먹으면 무신경해지는 행위가 또 있을까. 알콜스왑은 마스크와 함께 코로나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꼭 사용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물건이 되었다. 대 코로나 시대가 지나가도 알콜스왑을 이렇게 열심히 챙길지 모를 일이다. 빠르게 필요로 변했든 빠르게 불필요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 아직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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