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로 몸을 씻은지는 1년 가까이 됐다. 비누로 머리를 감은 지도 몇 달이 됐다. 정확히는 도브 뷰티바로 온몸을 씻는다. 맞다. 바로 그것. 우리 머릿속에 도브 하면 떠오르는 흰색의 비누. 깔끔한 향이 참 좋다.
익숙한 바로 이것
플라스틱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 후 욕실에서 주기적으로 나오는 욕실용품 용기를 줄여보기로 했다. 적응이 가장 쉬워 보이는 비누로 몸 씻기를 실행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건조했지만 참다보니 적응이 됐다. 비누로 몸을 씻은 지 한 달쯤 후 머리 감기에 도전했다. 몸은 아무 비누로 씻었지만 머리는 좀 신경이 쓰였다. 검색해보니 인터넷 구루들은 도브의 뷰티바(우리가 아는 그 도브 누가 알고 보니 뷰티바였던 것이다)를 추천했다. 내부 비닐 포장도 없는 간결한 종이포장에 어쩐지 독일산인 점도 믿음이 갔다. 시도했다. 퍼석퍼석. 파마한 머리가 난리가 났다.
그래도 억지로 비누로 씻었다. 솔직하게 1주일 정도는 머리가 산발이었다. 평소에는 빗질을 전혀 할 필요가 없게 엉키지 않는 머리였는데 엉킨 머리를 풀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정 못 견디겠는 날에는 린스를 좀 써가며 버텼다. 점점 린스를 쓰는 날이 줄어들었다. 머리가 덜 엉켰다기보다는, 머리가 엉키지 않게 조심조심 말릴 수 있게 됐다. 그럼 몸과 머리만 감고 얼굴은 따로 닦나? 놀랍게도 뷰티바는 클렌징도 가능해서 선크림 바른 얼굴도 벅벅 씻었다. 이렇게 완벽한 올인원 제품이라니!
비누로 씻으면 샤워 시간이 미친 듯이 줄어든다. 머리 감고 얼굴 씻고 몸 씻는 시간보다 칫솔질하고 워터픽하는 시간이 훨씬 길다. 그냥 비누를 집어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문지르면 된다. 도브 비누는 하나에 천 원도 하지 않으니 저렴하기도 저렴하다. 상큼한 향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요즘은 물비누를 쓰는 사람이 많다. 다양한 향이 특히 메리트라 보는데, 깔끔한 디자인의 생활공작소의 물비누 세트는 집들이 선물로 안성맞춤임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비누를 긍정할 수 없는 건 플라스틱 펌핑 용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지 않다. 충분히 쓰지 않을 수 있다. 그럼 그 정도는 지구에 양보해줄 가치가 있다.
*동구밭이라는 의의도 좋고 품질도 좋고 환경에도 좋은 국내산 비누 판매처도 있다. 독일 기업 말고 국내 업체를 응원하고자 한다면, 또 샴푸바 트리트먼트바 바디바 등을 각각 쓰길 원한다면 동구밭을 추천한다. 나는 안써봤지만 품질도 꽤나 좋은지 웬만한 제로웨이스트샵에는 거의 입점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