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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밈 Feb 08. 2021

스투키;

016. 인테리어용 스투키 참회의 스투키

  북유럽 인테리어가 유행하면서 인테리어 사진에 스투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뭐지, 이 식물 같지 않은 시크한 길쭉이는. 주로 시멘트 화분에 심겨 있어서 더 신선해 보였던 스투키를 보며 북유럽 인테리어로 집을 꾸미게 된다면 이 식물을 꼭 사리라 결심했었다. 물론 내가 집을 마련하는 속도보다 북유럽 인테리어의 유행이 지나가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당연하다. 집은 아직도 없다.).


  사무실 데스크테리어에 고심하던 어느 날, 스투키는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아 사무실에서 키우면 딱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의 회사는 시보를 떼거나 승진을 하면 부서에서 화분을 선물해주곤 했다. 나는 내심 스투키 화분이 갖고 싶다고 친한 옆 부서 동기에게 말했다. 그리고 동기만 먼저 승진을 했다. 화가 난 내게 잘못 없는 동기가 미안하다고 말했다.


  몇 달 뒤 나도 승진을 했다. 동기가 조용히 계단에서 접선하자는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인가 놀라서 나갔더니 동기는 하얀 도자기에 심긴 작은 스투키를 내밀었다. 이거 갖고 싶다고 했잖아. 내가 무명 도예가의 작은 작품을 사고서 너무 좋다며 떠들어댄 걸 기억하고 비슷한 화분을 골라왔댔다. 나는 나의 좁은 속이 한없이 초라했다. 화분이 너무 내 취향에 잘 맞았다.


  그날 이후 책상 위의 스투키는 늘 부끄러움을 떠올리게 했다. 어느 날 나는 화분을 집으로 옮겨다 두었다. 하루에 8시간씩 부끄러움을 견디기에는 내 인격 수양이 한참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종종 스투키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물도 잘 안 주는데 변함이 없었다. 나는 나의 개미만 한 속을 넓게 품어준 동기의 따뜻함에 존경의 의미를 담아 조화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변화 없는 이 스투키를 잘 기르기로 했다. 40년쯤 반성하면 될까. 그때엔 우리 모두 퇴직하겠지. 40년이면 스투키가 말하는 능력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럼 내게 한 마디 할지도 모른다. 그때 네가 속이 너무 좁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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