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읽고 있는 책은 ‘인스타브레인’이라는 책이다. 재미있게도 이 책을 읽으며 이제 정말 유튜브가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을 한다. 조금만 집중해서 책을 읽으려고 하면 스마트폰에 메시지가 오고 메시지를 확인하면 어김없이 웹 서핑의 유혹에 빠진다. 종착역은 결국 ‘유튜브’이다. 나이가 많은 나 같은 사람도 한순간에 홀려버린다. 순식간에 1~2시간이 흐르고 때론 새벽까지 유튜브에 빠진 나를 보며 ‘이게 무슨 짓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직업이 가르치는 일이라 평생 책을 읽어왔다. 최소 한 달에 한 권 많이 읽을 때 일주일에 두세 권, 요즘은 한 학기(6개월)에 3권 정도 읽으려나, 책을 읽을 때 한 호흡에 쭉 읽고 난 후 다시 중요한 내용을 흩어 읽어보는 버릇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아니 스마트폰을 사용한 후부터) 한 호흡에 책을 읽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정도에 이르렀다.
아이들을 키우며 정말 열심히 한 것은 ‘책 읽어 주기’이다. 또 어떻게 하면 책을 읽는 삶을 물려줄 수 있을지 고민하며 아이를 키웠다. 대학 진학에 실패한 후 백수인 아들은 시간의 대부분을 스마트폰과 게임에 파묻혀 살아가고 있다. 아들이 장문의 글로 자신이 왜 스마트폰이 필요한지 써서 나에게 준 것이 초등학교 4학년 때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이런 글을 쓸 정도라면 나의 아들은 자제력을 가지고 사용할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만심에 불과했다. 그 후 비슷한 방법으로 중학교 때 제 엄마에게 자신 소유의 노트북(고성능 게임 노트북)을 얻은 후로는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
이러한 글을 써야겠다 결심한 날도 나는 런닝머신에서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막 오십 대에 접어들며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온 터라 건강과 관련한 영상을 보고 있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앤드류 후버만이라는 스탠퍼드대학 교수의 주장은 건강한 생활을 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면 핸드폰을 보고 싶겠지만 태양을 바라보라고 그렇게 한다면 여러 가지 효과가 있는데 요약하자면 이렇다. 첫째 이 주장은 과학적인 근거를 가진다. 둘째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태양을 보는 것은 하루를 말끔하고 컨디션 좋게 시작하는 가장 긍정적인 자극이 된다.
오래전부터 수면에 문제가 있던 나는 이 사람의 주장이 꽤 과학적이고 좋은 주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망해 마지않는 아이비리그 명문대의 교수이지 않은가. 이런 사람의 주장이라면 믿어 볼 만했다. 그러면서 들은 생각은 ‘꼭 책일 필요가 있을까?’이다.
가진 것 하나 없던 나의 어린 시절의 멘토는 오로지 책이었다. 책을 읽으며 삶의 방향을 잡았고 힘들 때 위로를 얻었으며 나의 길을 잃었을 때도 책이 있었다. 내 아들에게도 책 읽는 삶을 물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이 새로운 세상이 꼭 좋지만은 않지만 ‘적응하고 좋은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돌고 돌아 또 유튜브란 결론에 이르렀다. 유튜브의 수백만 동영상에는 세계 최고 석학들의 강의가 들어가 있다. 또 각 분야의 성공한 이들, 삶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이들이 가득하다. 이걸 잘 활용한다면 ‘유튜브가 내 어릴 적 책의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읽기 힘든 시대에 양질의 동영상이 그 역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