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에게 안전한 사람일까?
산책길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결에 깊은 가을 냄새가 가득 담겨있습니다.
기온차가 크니 옷차림도 챙겨 나서야 감기에 걸리지 않겠지요.
계절의 변화가 찾아오고 체감하게 되면 마음에도 '울렁울렁' 변화의 파도가 밀려옵니다.
둘이 세트로 꼬옥 붙어 다니니 더 챙길 것들이 많은가 봅니다.
며칠 전 20 중반의 청년과의 대화가 떠오릅니다.
'사랑하고 싶지만 안전한 사랑을 하고 싶다. 그래서 망설여지고 깊어지는 관계를 두려워한다.'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아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생각의 시간을 만들어봅니다.
사랑을 하면서도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분명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생활 속에서 나만의 고요한 공간을 지키고 싶은 마음 분명 있습니다.
연인뿐만 아니라 부부관계에서도 사랑스러운 자녀들과의 관계에서도 찐친들과의 관계에서도 소중하고 감사한 인연이고 함께하는 시간이 나의 인생의 큰 영향력을 끼치는 그들은 없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존재이면서, 가끔은 상처를 주고받고, 외롭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소중한 존재란, 마음을 열어 대하는 대상일 텐데 나의 가장 여린 부분을 내어주었고, 그들에게만 보여주는 숨김없는 나를 보여주는 사이일 텐데요.
그런 만큼 안전하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어느 순간 그들을 향해 '하악~'질을 하게 된다면 그건 안전함이 깨어졌거나, 신뢰할 수 없는 순간을 만났기 때문이겠죠.
며칠 전 만나 이야기 나누었던 청년 또한 그 안전한 대상에 대한 신뢰와 안전한 감정에 상처받았던 경험을 가지고 있어 새로운 관계형성에서 깊은 인연으로 만들어 가는 것에 불안을 느끼고 거부하면서 반면, 안전한 사랑을 하고 싶은 욕구가 함께 있는 듯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남편을 한참 지켜보며 다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거실 한 벽면을 온전히 차지하고 있는 오디오를 정성껏 닦고 점검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취미생활의 일부이며 기쁨이라 합니다.
유일하게 집중적으로 시키지 않아도 해내고 있는 청소의 영역입니다.
남편을 향한 시선을 멈추고 나를 향해 봅니다.
안전한 사람 앞에서는 저렇게 평안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할 수 있는 거겠죠.
나도 남편에게 안전한 사람이 되어주었고, 남편 또한 안전한 사람의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어 주기 때문에 내 방에서 글을 쓰고 요가수련을 하는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우리는 지금과 같이 서로에게 안전한 사람이 되어준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 동안 수많은 '티키타카'와 '티격태격' 그보다 더 수위 높은 순간들을 경험하며 타협해 온 결과가 아닐까?
극복해야 하는 그 시간, 서로를 지켜봐 오며 타협해와야 하는 그 시간의 불편함을 견뎌내는 것에 처음부터 두려워하고 불편함을 밀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한참 이어집니다.
함께한 시간 속에서 내가 그에게 그가 나에게 안전한 사람이 되고 평안한 공간을 만들어가는데 힘을 보태는 협력자의 모습이 되기 위해서는 건너지 않으면 안 되는 구역이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번 그 청년을 만나게 되면 어떤 모양으로 내용을 정리해 들려주면 좋을까요.
오늘도 나에게 주문을 걸어봅니다.
" 이 세상에서 한 사람에게 만이라도 안전하고 평안한 사람이 되어주는 일, 쉽지 않았을 텐데..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안전한 사람이 되어주는 소중한 일을 해낸 나는 그 힘과 경험으로 앞으로 두어 명 ~ 서너 명에게 안전한 사람이 되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야. 나에게 안전하고 평안함 사람이 되어준 부모님과 남편, 친구들의 선물 같은 사랑을 흠뻑 받아먹었으니 불안해하는 그 청년에게 나의 방식으로 따뜻하게 안전함을 만들어가는 행복과 즐거움을 가치를 전해보자. 전달할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