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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덕골 이선생 May 22. 2024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받는다

박지완의 <내가 죽던 날>

[ 사진 출처: 네이버 ]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감당해야 할 모멸감


수현(김혜수)은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남편은 이혼 소송에 유리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 거짓 루머를 퍼트린다. 이로 인해 그녀 스트레스에 짓눌린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는데, 신체 마비를 겪을 정도로 불안정한 상태다. 심리적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자해를 시도할 만큼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


태풍이 몰아치던 어느 날, 한 소녀(노정의)가 섬에서 사라진다. 수현은 소녀의 실종 사건(경찰 조사)을 종결지으라는 상관의 지시를 받고 섬을 찾는다.  소녀가 머문 숙소를 점검하고  마을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소녀가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을 거라 추측한다. 그러나 소녀 남긴 흔적을 찾은 결과,  사건예사롭지 않음을 직감한다. 


수현은 소녀의 마음을 이해할수록 점점 더 그녀에게 몰입한.  두 사람 모두 가족의 배신으로 인해 모멸감을 느꼈고, 이는 삶의 의지를 상실하게 만든 원인이 되었. 자신의 편이 되어줄 거라 믿었던 가족의 배신, 그것 칼날에 베인 상처보다 더 쓰라리고 아프다.


[ 사진 출처: 네이버 ]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받는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받는. 상처 입은 사람만이 상처받은 이의 아픔을 아는 .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공감한다면. 그 고통에 방관할 사람은 . 자신의 내면과 마주할 힘이 있다면, 상대의 슬픔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현은 상처받은 소녀의 마음을  헤아리며, 가족(오빠, 아버지)의 잘못으로 고통받아야 하는 상황에 함께 분노한다.


본 영화에서 관객들의 신금을 울리는 존재 다름 아닌 춘천댁(이정은)이다. 소녀의 상처를 보듬어주며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인도한 사람. 그녀는 뇌사에 빠진 조카를 돌보며 한평생 섬사람으로 살아야  운명에 놓인 인물이다. 고통 속에 살아왔을 그녀가 삶의 의지를 상실한 소녀에게 말없이 손을 내민다. 춘천댁은 "아무도 우리 안 구해줘. 니가 우리 몫까지 살아줘. 니가 너를 구해야지. 인생은 니 생각보다 훨씬 길어."라는 말로 소녀를 위로한다.

 

[ 사진 출처: 네이버 ]
니가 너를 구해야지


수현은 소녀의 삶을 관찰하며 진흙탕 속에 빠진 자신을 발견한  희망을 찾는다. 결국 지옥으로 몰아넣은 건 남편이 맞지만, 구원할 자는 바로 자신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 뒤 남편과의 전쟁을 회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기로 결심한다. 수현은 남편을 찾아가 "내가 싸웠다는 걸 남기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거야"라며 소리친다. 불신과 배신으로 얼룩진 인연말끔히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세상 모든 존재는 고통 속에서 헤매기 마련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지옥 속 구원자는 오직 자신뿐이다. 모든 희로애락은 나에게서 비롯되고, 삶의 구원자 또한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아니라 걱정과 충고를 아끼지 않은 사람들이 내 곁에 존재한다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녀에게 춘천댁이 있다면, 수현에게도 아파할 친구가 곁에 있다.



<내가 죽던 날>은 고통받은 사람이 상처받은 사람을 위로하는 이야기다. 나를 아프게 하는  인간이라면, 가장 힘이 되는 존재도 인간이다. 사랑과 위로의 나눔은 가족이라서, 부자라서 가능한  아니다. 고독의 무게를 경험해 본 사람만이 사랑 다. 영화는 소녀의 실종 사건을 시작으로 소통, 배려, 구원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상처받은 영혼의 자기 구원'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담은 수작으로, 한 마디로 말하자면 괜찮은 영화다. 혜수와 이정은의 출연, 청룡영화상(신인 감독상)과 백상예술대상(시나리오상)수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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