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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덕골 이선생 May 15. 2024

여성 혐오의 그림자

김정훈의 <탐정: 더 비기닝>

[ 이미지 출처: 네이버 ]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강대만(권상우) 만화방을 운영하며 미제살인사건 블로거로 활동한다. 어느 날 친구 준수(박해준)가 살인 누명을 쓰게 자, 사건 해결을 위해 강역계 형사 태수(성동일) 손을 잡는다. 사건 분석에 의견차를 보이던 두 사람은 마지막 피해자를 구하고 친구누명도 벗긴다.


대만은 공무원 신체검사에서 떨어져, 경찰에 대한 미련을 품고 있다. 생활비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형편이지만, 꿈을 향한 의지만큼은 누구 못지않다. 이상(프로파일러)과 현실(가장) 사이에서 혼란을 겪으며 아내의 구박을 견뎌 대만. 거실 한 편의 ‘꿈의 공간(파워블로그)’ 아들의 장난감 전시대로 사용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아내는 생활비조차 주지 못하는 처지에 경찰서를 기웃대는 대만을 이해 수 없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욕망(프로파일러) 실현시키려 애쓴. 형사 놀이라 비웃는 아내에게 대항하지 못한 채 무릎 꿇은 대만은 눈속임이나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한다. 그는 친구가 살인 누명을 쓰 혼신 다하는데, 과거의 은덕을 외면하지 않고 보답하려는 그의 진심이 느껴진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
여성 혐오의 그림자      


악처에 관한 심오한 격언이 떠오른다. 악처를 둔 남자는 철학자가 된다’, ‘악처가 효자보다 낫다’는 말이 그것이다. <탐정: 더 비기닝>에도 악처에 가까운 여성상이 나온다. 돈 못 버는 남편에게 생활비를 요구하며 잔소리를 퍼붓는 아내. 그녀는 대만 진심을 무참히 짓밟는데, 친구살인 누명을 썼다는 말에도 동요하지 않는다. 게다가 아빠를 걱정하는 아들의 진심을 묵살하는 불친절한 엄마다. 태수의 아내는 어떤가. 과외 교사 앞에서 남편의 위신을 떨어뜨리는가 하면,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의 학습장을 망친다. 


영화는 슈퍼맘의 고충보다 가장의 자아실현에 집중한다. 아내의 힘든 삶을 위로하기보다 꿈을 좇는 남편을 이해하려 애쓴다. <탐정: 더 비기닝>은 이상적 삶을 살아가는 남성들을 부각한다.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자아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대만. 후배에게 괄시와 모욕을 당해가며 부조리에 항거하는 태수. 대만의 술주정을 말없이 받아주고, 이혼 위기에 처한 선배를 돕는 준수. 이상적이고 포용적인 남성현실적이며 이기적인 여성대립이 그것이다.


'세상의 모든 여자는 육식동물이다, 그래도 우리 아버지 때는 살만했다'라는 남성들의 대화는 부정적 여성관의 단적 표현이다. <탐정: 더 비기닝> 남성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여성, 치정에 얽힌 여성들을 단죄하는 남성들을 통해 여성관의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 여성 혐오의 그림자가 영화 색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코믹범죄스릴러'라는 종합선물세트


범죄 수사물은 긴장감과 스릴감을 제공하면서도, 일반적인 룰을 따르지 않는  원칙이다. 눈치 빠른 관객들에게 결말을 읽히면 흥미와 감동이 떨어지기 때문이. <탐정: 더 비기닝> 반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코믹범죄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 관객들은 대만의 고전 분투에 웃음을 유발하는 동시에 사건 해결 과정에서 스릴감을 느낀다. 다만 극의 흐림이 대화에 집중되어, 설명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대만의 에피소드(초반 코미디)에 치중하면서, 범인 특정 과정(후반 스릴러) 압축된 느낌도 지울  없다.


태수는 ‘아내가 살해되면 범인은 남편이다’라는 원칙을 세우고, 대만은 ‘교환 살인’이라 주장한다. 서로의 의견에 반기를 들면서 티격태격 달려가는 모습유쾌하지, 하다 싶은 부분 다. 문득  모 교수님 내게  떠오른다. “난, 말이야. 형사들끼리 어쩌고 저쩌고 말로 푸는 형식이 식상해.” 나도 커피를 마시고, 술을 마시며, 운전 에 주고받는 형사들의 긴 대화는 식상하다.         



<탐정:  더 비기닝>은 살인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웃음 코드와 버물려 만든 영화다. '코믹범죄스릴러'라는 종합선물세트를  개봉한 느낌이랄까. 권상우와 성동일의 케미에 정신없이 웃다 보면, 잔인한 인간의 속성과 마주하된다. 다만 장르 혼합이라는 구성 자체가 흥미로운 건 맞지만, 여전히 비판의 도마에 오르내리겠다는 우려는 거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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