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안지호)은 충동적인 아빠와소극적인엄마 사이에서 혼란을느낀다. 술에 빠진 아빠는 강압적인방식으로가족을 대하고, 엄마는 그런 남편을 피해 달아난다. 훈은엄마와 살고 싶지만,아빠의 충동성(알코올 중독과 자살 기도)이걱정돼그의곁을 떠나지못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혼란만과중되는 가운데, 동급생 기철의 괴롭힘에하루도편할 날이 없다. 게다가 문학동아리에서 쫓겨나고 절친에게배신당하면서, 더 이상 의지할 곳없는신세가 된다.
훈은엄마에게 줄 삼겹살을 챙기고, 아빠의 들뜬 머리를 매만져 주는 착한아들이다. 그러나 아빠의 폭력성, 어머니의 가출이 지속되자, 불안한자아를붙잡은 채위태로운 삶을 살아간다. 장시간 갈등과 소외에 노출되면서, 내면의공격성을 외부로 표출하기 시작한다. 기철의괴롭힘에적극적으로 대항하고,아빠에게주먹다짐으로반항하는 훈. 그는 실망하는 아빠에게 매달려보지만,잔인하게 돌아서는그의 뒷모습을 지켜볼수밖에 없다.
<검은 소년>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부모가 아들의 진심을 헤아리지 못하는데 있다. 아들의 심리적 불안을 달래주지 못하는 엄마,그의 공격성을 버텨내지 못하는 아빠. 두 사람 모두 서로를 원망하며자기 생존에 급급한 상황이었다.다행스러운 점은 훈이 내적 공격성을제어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데 있다. 외부적 다툼이 발생할 때 죄책감을 느끼며스스로를 통제한다. 또한 자신의공격성을 문학으로승화시킬수 있는 재능이 있다. 훈은 내면의 슬픔과 분노를 글로 표출하여해방감을 느낀다.결말부에 훈이책방을찾는 장면에서안도감이 느껴진다.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창고(문학)가 생겨 다행스럽다. 그가 내면의 공격성을 창조적 에너지로 사용할 수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만 대상관계에 있어 수동적으로 대응하며, 타자의 기분에 맞춰 살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우려가 된다.
나는 살기 위해 성직자가 되려 해요
[ 사진 출처: 네이버 ]
<거인>은 보호 시설에 사는 영재(최우식)의 내면적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아버지를 피해 보호시설(이삭의 집)에서 생활하는 영재는 성직자가 되는 게 꿈이다. 그는 대입(신학대학)을 목표로 보호시설에 생활하고 싶지만,기간연장이어렵다는 답변을 듣는다. 집으로 돌아가기 싫은 영재는 원장의 눈밖에 벗어나지 않으려애쓴다.그러나 유기 불안을참지 못한 채,보호시설의신발을 훔치는 영재. 얼마 후 아버지가 시설로 찾아와동생을맡기려 하자 반대한다. 결국 아버지를 막아 세우며 자해 소동을 벌이던 영재는다른 시설로 옮겨진다.
영재는 내면의공격성을 인격 안에 통제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한 상태다. 내면에 우울함과 불안함을 회피하기 위해 집을 나오고,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제어하려 애썼다. 그러나 생존의 불안감이 과중된 상태에서 동생을 돌봐야 할 부담이커지자 심리적 불안 상태에 빠진다. 보호시설의 신발을 훔친 것도 그때부터다. 원장의 원하는 바를 수용하며 거짓자기에 충실하지만, 내적 불안감이 과중될수록 절도행위에 더 빠진다.
영재는 내적 결핍을 채우고 안정감을 찾기 위해 타인의 물건을 훔친다. 그의 불행은 가난에서 비롯된 일이므로, 물건을 훔쳐 이익을 얻는데안정감을 느낀다.그는성직자가 되고 싶다기보다 살기 위해 성직자를 꿈꾸는데, 이러한 강박은 영재를더힘들게만든다.영재는 생존을 위해 거짓자기를 내세우고, 참자기의 실체가 드러날 걸 우려해거짓말을 일삼는다.과연그는새로운 시설에서잘생활할 수 있을까. 성직자의 가능성을 의심받으며불안에 시달리지 않을까.
소리 없는 외침에 주목하자
청소년기 아이들은 안아주는 환경을 재경험하려 한다.가장 큰 문제는 박탈의 증후를 지극히 평범하게 여기기 쉽다는 거다. 우리는 왕처럼 군림하며 자신의 욕구 충족에급급하거나 내면의 공격성을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외면해선 안 된다. 청소년 시기 내면의 끊임없는 외침이 외부로 소통되지 못한 채 남겨질 걸 걱정해야 한다. 그들의 공격성이 사랑 안에서 융합되지 못한 채 무의식에 남겨지게 되면, 인격 발달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긴다.내적 결핍이불안과 분노를만들어 긴 시간 잠재될 때,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