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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덕골 이선생 May 08. 2024

누구나 마음속에 아이가 있다

크레이그 질레스피의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 사진 출처: 네이버 ]


그녀는 내게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예요


라스(라이언 고슬링)는 배려 깊고 착한 청년이지만 타인과의 접촉을 두려워한다. 형수의 식사 초대에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피하기 일쑤다. 어느 날 라스는 형 내외에게 자신의 애인 비앙카(리얼 돌: 인형)를 소개하고, 예기치 못한 라스의 행동에 두 사람은 어쩔 줄 모른다. 결국 형 내외는 라스가 인형을 상대로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자 의사 버먼을 찾아가 상담을 요청한다.


라스는 비앙카와 교회, 파티, 호수를 다니며 데이트를 즐긴다. 형 내외는 라스의 환상을 인정하라는 버먼의 말을 수용하고, 이웃들도  치료를 위해 적극  돕는다. 그 덕분에 비앙카는 옷가게 모델, 책 읽기 봉사로 바쁜 일상을 보낸다. 라스는 비앙카와 분리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초조함을 느끼며, 버림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평소 감정 표현에 소극적이었던 라스는 비앙카를 향해 격노의 감정을 드러낸다. 비앙카와 심리적 거리를 좁히지 못하게 되자 떠나보낼 결심을 한다.


[ 사진 출처: 네이버 ]


비앙카를 통해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냈어요


라스의 아버지는 아내를 잃은 슬픔을 두 아들에게 전가시켰다. 라스는 어머니의 죽음이 자신과 결부된다고 믿었기에, 아버지의 강압에 저항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 촉진적 환경을 제공받지 못한 라스는 대상관계에 매우 소극적이다. 그동안 어머니의 유품(숄)을 애착물로 지녔지만 세상 밖으로 걸어 나갈 자신은 없었다. 양육자와 관계에서 전능감(모든 것을 해결하는 놀라운 능력: 자기애-자아존중감)을 형성할 기회가 부족했기에, 외적 관계로 나아갈 용기가 부족했다. 이별에 따른 죄책감을 감당하기 어려워 대상과 거리를 두었고, 이는 장시간 삶의 형태로 굳혀진 상태다. 


이때 현실 세계와 주관적 세계의 과도기적 영역(중간대상, 놀이)은 대인관계에서 느끼는 갈등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완충제가 된다. 아이가 놀이(장난감)를 통해 세상을 받아들이도록 훈련하는 것과 같다. 라스는 중간대상인 비앙카를 직접 선택한 뒤 자신의 환상을 실현시킨다. 비앙카와 접촉  큰 변화를 일으키는데, 주관적 자기가 강화되 대상관계의 불안덜어냈다. 어머니의 대체물인 중간대상(비앙카)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동시에 내면적 공격성을 표출한다. 그녀에 대한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면서 대상의 한계점도 발견한다. 그 뒤 비앙카에 대한 흥미를 잃어감에 따라 그 존재를 차츰 외면한다. 비앙카와의 심리적 거리가 좁혀지지 않자, 그녀를 심정지 상태(죽음)인식하는 라스. 그 뒤 집착하던 어머니의 숄도 찾지 않고, 동료와소통에도 거부감을 덜어낸다. 비앙카의 죽음은 어머니의 부재를 인정하는 동시에 현실 세계로 나아갈 신호탄이 되었다. 


[ 사진 출처: 네이버 ]

중간대상의 존재는 라스만의 영역은 아니다. 그의 직장에 전시되어 있는 인형과 로봇은 마고와 커트의 내적 불안감과 공허함을 달래주는 보물이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라스가 마고의 인형에게 인공호흡을 해 생명을 불어넣는 장면이다. '너의 소중한 보물을 인정할게'라는 신호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 하나의 소통이 다. 이와 같이 본 영화에는 중간대상을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 라스의 곁을 지켜 주는 형 내외와 이웃들 그리고 사랑과 존중이 있었다.


한 아이가 성장하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누구나 마음속에 아이가 있다. 울고 있는 아이, 화난 아이, 외로운 아이, 슬픈 아이  무의식 안에 숨겨둔 소외된 아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왜 냐고, 왜 화가 났냐고 안아주고 다독여야 한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는 이러한 성장통을 겪는 청년의 이야기로,  따뜻한 온정이 느껴지는 영화. 의사와 가족, 이웃이 라스의 중간 영역(비앙카)을 인정하며 타리가 되어주는 모습이 아름답게 다가온. 라스에 대한 사랑과 신뢰로 끝까지 수용하는 그들의 태도에 감탄이 나온다. 분명 네이버에 명시된 '코미디'라는 소개가 무색하리 만큼 진중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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