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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덕골 이선생 Apr 24. 2024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나카시마 테츠야의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

[ 사진 출처: 네이버]


영원한 사랑을 꿈꾸다


<혐오스러운 마치코의 일생>은 한평생 사랑을 갈구하다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마츠코의 이야기다. 마츠코의 아버지는 아픈 딸 대한 죄책감으로 모든 일상을 쿠미에게 맞춘다. 츠코는 동생 쿠미가 사랑을 독차지하자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아무 소용없다.


마츠코는 부모로부터 긍정적 보상을 지 못한 채 집을 나온다. 수많은 남성들에게 사랑을 애원하던 그녀는 성매매, 마약 배달,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지른다. 파란만장한 그녀의 인생은 출소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는다. 결국 대상과의 접촉을 거부하던 마츠코는 환영과 환청에 시달리며 고립된 생활을 이어간다.


[ 사진 출처: 네이버]


정서적 불안과 충동적 자기 파괴


마츠코는 대상 항상성이 확립되지 않아, 대상에 대한 긍정적 내면화를 이루못한 인물이다. 대상 항상성이란 양육자와 정서적 애착이 형성되어, 대상이 없어도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는 심리적 안정을 뜻한다. 이것은 유아기와 아동기뿐 아니라 성인이  이후에도 대상과의 관계 형성많은 영향을 미친다. 대상 항상성이 확립되지 못한 경우 양면적 감정을 통합하지 못한다. 즉 대상을 '나쁨'과 '좋음'으로 나누고, 분열된 방식으로 대상을 인식한다. 이러한 분열이 과도하게 되면 상대를 평가절하하거나 이상화하는, 다소 극단적인 방식으로 평가한다. 또한 문제 상황을 즉흥적으로 처리하거나 욕구 충족 시 자기 절제력을 게 되어, 창조적 기쁨을 누리거나 성취감을 획득하지 못한다.


[ 사진 출처: 네이버]


마츠코는 환경적 보살핌이 없었기에 내면의 통합된 자기상을 갖지 못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견뎌낼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상과의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없다. 온전한 자기를 확립하기 어려워  삶의 목표를 세우는 조차 힘들다. 그녀는 늘 대상에게 버림받을  두려워하며 불안정한 상태로 존재할 뿐이다. 


마츠코는 중요한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낄  사랑과 인정에 매달린다. 많은 남성들과 애정 관계를 유지하다 급작스레 이별하는 경험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소설가 야메카의 폭력을 견뎠고, 기둥서방 오노데라를 위해 매춘에 뛰어들었다. 샐러리맨 오카노, 미용사 시마즈와 진실한 사랑을 기대했지만 금세 버림받았다. 제자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던 류조차 그녀를 잡아주지 못한다. 결국 마츠코는 정서적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남자들을 만나지만, 의미 없는 성관계에 매달리거나 충동적인 자기 파괴로 스스로를 나락에 빠뜨린다.


[ 사진 출처: 네이버]
애착과 신뢰의  재정립


마츠코는 내면의 대상 항상성이 결핍된 상태로, 대인관계에서 지속적인 불안을 경험한다. 그녀는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라고 쓰면서 극단적 자기 비하에 빠진다. 또한 분리에 대한 공포로 까마귀에게 공격받는 환영에 시달린. 어느 날 '인생이 무의미하다'라는 환청에 시달리던 그녀는 병원 옛 친구 메구미를 만난다. 그녀가 자신의 회사에 미용사가 필요하다며 명암을 내밀자 마츠코는 삶의 희망을 발견한다. 이토록 불행한 일이 있을까. 그날 밤 마츠코는 동네 불량배에게 폭행당한 후 허망에게 세상을 떠난다.


주변 사람들 중 한 사람이라도 그녀를 진심으로 대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그녀에게 신뢰를 주고 긍정적 피드백을 면서 애착관계를 재정립했다면 불안과 허무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던 그녀영원한 사랑을 꿈꾸며 누군가를 기다렸을 것이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선택과 회피를 반복했을 마츠코. 목마른 영혼에 단비가 되어 줄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인다.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은 일본 작가 야마다 무네키의 원작을 영화한 작품이다. 2007년 일본 아카데미상(9개 부분)을 수상하고, 2017년 한국 뮤지컬로 제작될 만큼 임팩트가 큰 영화다. 화려한 영상미와 유쾌한 노래가 뮤지컬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여자의 비극적 엔딩이 오래 남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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