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건 네 잘못이 아니야

구스 반 산트의 <굿 윌 헌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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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애적 성향의 수학 천재

<굿 윌 헌팅>은 자기애적 성향을 가진 수학 천재 윌에 관한 이야기다.  MIT 청소부로 일하는 윌은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던 중, 폭력 문제로 경찰에 구금된다. 그는 수학, 법학, 역사학 등의 지식으로 폭행, 사기, 상해, 절도, 체포불응죄 등을 직접 변론하여 패소 판정을 받을 만큼 해박하다.

MIT 램보 교수(스텔란 스카스가드)는 2년 간 풀지 못한 문제를 윌이 하루 만에 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구금당한 윌을 꺼내주겠다고 제안하며, 두 가지 조건을 말한다. 첫째 자신을 매주 만나 수학 증명에 관해 검토하는 것, 둘째는 매주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윌이 심리 치료를 거부하자, 램보 교수는 숀(로빈 윌리엄스)을 직접 찾아가 그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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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회적 경향성

윌은 내면의 공격성을 외부로 투사하는 반사회적 인격을 가진 인물이다. 폭행, 사기, 상해, 절도 등의 이력만 보더라도 사회 안에서 주의를 끌만한 일을 자주 일으킨다. 게다가 경찰에 구금된 상황에도 반성하기는커녕 건방진 태도로 법정을 모독한다. 또한 윌은 지적 탐구에 목말라하면서도 본능적인 욕구(술, 게임, 농담)를 해소할 친구를 찾는다. 윌의 과대주의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월감 회복을 위한 대상을 만나는 것이다. 이는 불안과 고통으로 얼룩진 참자기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방어기제 중 하나다.

윌은 세 번의 입양과 파양을 겪었다. 그동안 환경적 보살핌을 얻으려 양육자에게 집착한 나머지 지식을 도구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세상과 고립된 상태에서 유일한 소통 창구인 책으로 호기심과 상상력을 채워 나갔을 것이다. 잠재적 격노나 우울증을 피하기 위해 많은 지식을 쌓아 안정감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잦은 이별과 박해는 윌의 정서적 발달에 치명적인 결함을 안겼고, 폭력과 학대가 반복되면서 자신의 약점을 부인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 뒤 무력하고 취약한 자신의 감정을 방어하기 위해 과대적 이미지를 강화시킨다. 자신의 약점과 우울한 현실을 인정하기 싫어 거짓된 자기를 키워온 것이다. 이는 손상된 참자기의 잠재적 공허함, 분노, 우울을 활성화하지 못하도록 막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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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자기 회복하기

램보 박사는 윌을 유명한 정신분석학자, 체면치료사와 대면시키지만 실패한다. 윌은 상담자의 약점을 파고들어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한 뒤, 상담 자체를 포기하도록 만든다. 자기애적 성향의 사람들은 정서적 밀착상태가 되면 손상된 자기의 고통스러운 감정이 드러나기 때문에 상담자와의 밀착을 꺼린다. 그들은 오직 팽창된 거짓자기를 충족시켜 줄 지원을 필요로 하며, 완벽함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을 목적으로 이용할 뿐이다. 표면적으로 우호적이고 진실해 보이지만 과대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한다.

윌은 불쾌한 언행으로 숀을 밀어내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 숀은 선생님처럼 친근히 대하면서 윌의 말에 적극 호응한다. '책은 세상의 이치를 모두 담고 있지 않다. 가짜가 아닌 진짜 너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너를 받아준다'라는 말로 설득한다. 세 번째 만남에서 두 사람은 1시간가량 말없이 서로를 응시한다. 숀은 입을 닫은 윌의 행동을 일종의 시위로 여기면서도 재촉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그 다음 상담은 주로 일상적인 대화로 이뤄지는데, 윌은 애인의 불완정함을 지켜볼 자신이 없어 헤어졌다고 말한다. 그러자 숀은 여자친구가 아닌 자신의 이미지를 망치기 싫어서 이별한 거라며, 그런 방식으로는 진실한 관계를 이룰 수 없다고 충고한다. 그 뒤 숀은 아내를 간호하기 위해 6년간 휴직한 것을 평생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윌은 타인을 도구적 가치로 여겼기에 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숀의 진심이 통한 것일까. 상담이 진행되면서, 월은 참자기의 실체를 받아들이고, 대상을 도구가 아닌 존재 그 자체로 인정하게 된다.

윌은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는 허약하고 우울한 자기를 단단한 방어막으로 억압했기에, 내적 욕망에 대해 자문하지 않았다. 이에 숀은 윌의 거짓 자기의 방어막을 부수기 위해 강압적이진 않지만 단호한 방식으로 대한다. 손상된 참자기를 인정하기 위해, 거짓 자기에 균열을 일으켜 스스로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숀은 윌의 과시적 가면을 벗겨내기 위해, 윌의 공격적인 저항을 끝까지 버텨낸다. 결국 윌은 숀의 도움(공격성 버텨내기, 안아주기)으로 거짓자기를 무너뜨리고 참자기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내면의 분노를 은폐하려 했던 윌은 "이 모든 것이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숀의 품에 안겨 통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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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윌 헌팅>은 반사회적 성향의 심리 요인을 밝히고, 근원적 외상을 치료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상담 과정을 통해 관계 회복은 사회 조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 동시에 양육에 있어 부모와 스승의 역할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이에 <굿 윌 헌팅>은 연기파 배우 맷 데이먼과 로빗 윌리엄스의 케미는 물론이요,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놓쳐서는 안 될 작품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