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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덕골 이선생 Apr 03. 2024

과거의 무게가 현재를 짓누르다

토드 헤인즈의 <메이 디셈버>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위험한 사랑


충격적인 로맨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그레이시(줄리안 무어)와 조(찰스 멜튼). 그레이시는 13살 조와 성관계를 가진 죄로 감옥에 갇힌  아이를 출산한다. 출소 이후 아이의 부모로 살아가던 그녀에게 뜻밖에 소식이 전해진다.


두 사람사랑이 영화로 제작된다 소식과 함께 배우 엘리자베스(나탈리 포드만) 그들을 찾아온다. 그녀 그레이시 가족 차례로 만나며 두 사람의 일상탐구한다. 엘리자베스가 자신의 삶을 면밀히 관찰하자, 조와 그레이시 관계에 균열이 일어난. 그레이시는 엘리자베스의 과도한 관심에 불편함 느끼는 반면, 조는 자유를 향한 갈망으로 심적 변화를 일으킨다.



욕망의 작동 원리


그레이시유부녀로서 13살 소년과 사랑했고 세 명의 아이를 출산하며 비판과 모욕을 견뎌왔. 하지만 미성년자와의 사랑은 당사자의 동의를 얻더라도 영원히 인정받지 못할 범죄다. 이를 적용해 보면 그레이시와 조 인정받을 수 없는 사랑임에도 행복을 꿈꾸며 살아왔다.  불순물이 담긴 소포를 일상적으로 대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환영받지 못할 사랑의 아픔이 느껴진다. 평생 죄인으로 살 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 이미지 출처: 네이버]

<메이 디셈버>는 사랑에 대한 심리학적 관점을 중심으로  영화다. 먼저 조는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을 이끌면서, 아픈 동생을 보살핀 인물이다. 어린 나이에 가족을 위해 희생한 조는 이른 나이에 어른이 돼야만 했다. 13살 어린 나이에 부모가 감당해야 할 모든 짐을 수용해야 했던 조. 부모와의 관계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조는 그레이시를 통해 결핍된 사랑을 채워나간다. 그는 '내면 아이'의 형성으로 성인이 된 이후에도 유아기적 모습을 지속한다. 부부 관계에서도 의존적 태도를 보이는 조. 그런 그가 어느 순간 그레이시의 통제와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그는 엘리자베스를 통해 자유에 대한 내적 갈망확인하고 심적 변화를 겪는다.


반면 그레이시는 억압된 환경에서 받은 심적 외상을 숨긴 채 살아간다. 강박적 어머니와 폭력적인 오빠들을 견디며   그레이시. 그녀는 스스로 자존감이 높은 존재라 여기지만 현실과는 다르다. 가장 인상적인 것 그레이가 주문받은 케이크가 취소되자, 모든 게 끝난 것처럼 슬퍼하는 장면이다. 값을 치르겠다는 고객의 전화에 오열하는 모습은 빈약한 자존감이 초래한 결과다. 케이크 주문을 취소하는 것이 자신을 거부하는 행위여긴 그레이시. 그녀는 자신의 존재감과 우월감을 확인할 수 있는 대상으로 조를 선택한다. 그레이시는 조 자신의 사랑 방식 맞춰, 자존감을 성취해 왔을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만든 세상을 수용하는 조를 통해 우월감과 만족감키워온 것으로 보인다.


[ 사진 출처: 네이버 ]

결국 사람은 과거의 무게(내적 결핍) 현재의 사랑을 선택했고, 그로 인해 비난의 무게를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는 엘리자베스라는 관찰자 시점을 덧붙여, 그레이시와 조의 내적 욕망, 그 속에 감춰진 숨은 진실을 밝힌다. 더불어 꿈을 실현하기 위한 엘리자베스의 집요함, 그 욕망의 근거를 발견하는 재미도 적지 않다. 그렇기에 <메이 디셈버>는 심리적 기저에 놓인 욕망의 작동 원리를 파헤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사랑에 대한 도덕적 잣대를 걷어내는 동시에 상대주의 관점에서 인간을 이해하려는 접근 방식이 흥미롭다.




<메이 디셈버>는 다소 느린 영화다. 인간의 외부적 갈등보다도 심리적 측면으로 집중하기에, 관객들의 몰입도를 증폭시키기는 데 한계 다. 이에 감독은 아카데미가 인정한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논란 없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배우들의 명연기는 손색이 없고, 거친 효과음은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그 덕분에 거칠지만 섬세하고 느리지만 아슬아슬한 스토리를 완성했다. <메이 디셈버>는 극의 긴장감과 스릴감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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