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덕골 이선생 Mar 27. 2024

엄마에게 힘샘이 필요해요

레니 에이브럼핸슨 감독의 <룸>


[ 사진 출처: 네이버 ]
절망 속에서 찾은 희망


<룸(Room)>은 7년간의 감금 생활을 다룬 한 여성 이야기다. 조이(브리  라슨)는 닉(숀 브리저스)에게 납치되어 아들 잭(제이콥 트렘블레이)을 낳아 기른. 그녀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아들챙기며 성장 발달에 애를 쓴다. 얼마 후 닉이 난방을 끊고 생필품을 지 않자,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조이는 아들을 탈출시키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아이가 밤새 고열에 시달리다 사망했다는 거짓말로 닉을 속이고, 시체를 가져가라며 소리친다. 닉은 갑작스러운 잭의 죽음에 놀라지만, 조이의 요구에 순순히 따른다. 잭은 차근차근 탈출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트럭 짐칸에 누워 기회를 엿보던  닉에게 발각되지만, 행인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다.



충분히 좋은 어머니


[ 사진 출처: 네이버 ]

<룸>은 2008년 오스트리아의 밀실 감금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을 영화로 제작한 작품이다. 한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에 집중했기에, 사랑과 양육을 중시했던 위니컷의 '충분히 좋은 어머니'에 비추어 볼 부분이 . 좁은 창고에 갇힌 채 아이를 양육하는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는 조이. 외부적 충격으로부터 아들을 보호하고 욕구 충족에 반응하는 것으로 볼 , 헌신적인 어머니가깝다.


먼저 어머니는 생리적인 모욕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해야 하며, 심신의 성장과 변화에 신경 써야 한다. 유아가 처리할 수 없는 갈등이나 침범의 상황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현실 속에서 존재의 연속성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조이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비타민을 챙겨 먹이며, 아이의 건강 상태나 생활 지도에 많은 애를 쓴다. 또한 닉의 폭력적 행위에 잭이 상처받지 않도록 방어하고 보호한다.


조이는 잭의 요구에 충분히 반응한다. 욕구 충족이 좌절될 경우에 충분히 설명하며 안아주는 환경을 만든다. 다섯 살 생일 파티에 케이크를 만들고 초를 꼽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자 투정하는 잭. 아들의 욕구가 좌절되자, 조이는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고 공감한다. 잭이 좌절하지 않도록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며 상처받은 마음을 안아준다.



[ 사진 출처: 네이버]


조이는 자발적 욕구와 몸짓에 세밀하게 반응한다. 잭의 요구에 귀 기울이며 책과 노래로 소통하는 등 감정 표현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수년간의 감금, 성폭행으로 피폐해질 상황에서도 양육 의지를 꺾지 않는 조이. 잭이 현재 상황에 절망하지 않고, 긍정적 사고로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놀이의 장을 만든다. 놀이는 어머니와의 융합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연습 단계다. 잭은 룸으로부터 벗어나 현실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실험과 연습을 강화해 왔다. 그림을 그려 붙이고 폐품을 이용해 장난감도 만드는 놀이의 을 제공한다. 잭이 혼자 힘으로 탈출해 조이를 구한 것도 놀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대상과의 접촉을 훈련한 덕분이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공격성을 잘 버텨낸다. 엄마를 향해 불만을 토로하듯 질문을 쏟아내는 잭. 그녀는 잭이 자아를 형성하는 단계에서 발생된 혼란과 절망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이로 인해 잭은 주변 환경이 안정하다고 느끼면서 내적 세계와 외적 세계에 대한 정보를 경계 없이 받아들인다. 이에 따라 잭의 내면은 더욱 풍부해졌고, 자신이 실재하고 있다는 생생함을 느끼게 되었다.



울타리가 되어주는 사회

잭을 낳고 뭐가 달라졌나요? / 잭을 낳고 정말 달라졌어요. 아이가 너무 예뻤고, 애를 지키고 싶었고 / 물론 그렇겠죠. 이해합니다. / <중략> / 그 남자한테 줄 생각은요? 데려가라고 안 했나요? / 데려가요? / 예를 들면 병원에 놓고 울면 누군가 데려갈 테니까요. / 왜요? / 잭이 자유롭게요. 물론 애를 키우신 건 엄청난 희생이었지만, 애가 평범하게 클 수 있게 할 수 있었잖아요? / 애한테 내가 있잖아요. / 물론이요. 하지만 그게 잭에게 최선이었을까요?

                                                                                                                  - 언론 인터뷰 대화 -


조이는 탈출에 성공한 이후, 잭을 평범하게 키우지 못했다며 괴로워 한다. 아들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했던 조이는 자신의 행동이 최선이 아니었을지 모른다는 데 죄책감을 느낀다. 결국 그 고통을 이겨내지 못한 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조이. 그녀 사건의 당사자였지만 아이의 양육을 위해 억압과 인내를 감수해야 했다. 치료와 안식이 필요했던 그녀에게 자신의 상처를 보듬을 만한 여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조이는 주변인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참 좋은 어머니로 거듭난다.


잭이 정신적 외상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건 조이의 힘만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해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준 할머니, 지인 레오의 힘이 컸다. 이렇듯 위니컷이 말한 '참 좋은 어머니'는 생모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어머니, 즉  이웃, 학교, 사회, 국가라는 차원의 울타리로 확장해 보아야 한다.




<룸>는 7년간의 감금, 지속적인 성폭행, 아들의 출산과 양육을 소재로, 한 여성의 삶을 섬세히 다룬 수작다. 먼저 캡틴 마블로 활동하고 있는 브리 라슨의 색다른 연기가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라슨은 이 작품으로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과 각종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쓴 이력이 있다. 무엇보다 아이의 인격 성장을 위해 '충분히 좋은 어머니'가 되고 싶은 분, 사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실 분들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가 아닐까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