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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덕골 이선생 Mar 20. 2024

너의 생각을 알고 싶어

데이비드 핀처의  <나를 찾아줘>

[ 사진 출처: 네이버 ]


쇼윈도 부부로 살아남기


닉(벤 애플렉)과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는 쇼윈도 부부다. 닉은 오랜 휴직 생활을 깨고 동생과 술집을 운영하고, 에이미는 변해가는 남편을 원망하면서도 관계 회복을 위해 애쓴. 그러던 어느 날, 에이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며칠 후 혈흔 자국이 발견되면서, 용의자 선상에 오르는 닉. 그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언론을 이용하게 되고, 부부의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된다.


불륜을 저지른 닉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작극을 벌인 에이미. 그녀는 보험, 카드를 이용해 살인 동기를 만들고, 바닥에 피를 뿌려 증거를 조작한다. 아내를 살해한 남편으로 몰아, 닉을 감옥에 보낼 작정인 에이미. 결혼의 종지부를 찍으려던 그녀TV출현한 닉을 보며 집으로 돌아온다.



결혼 지옥이 되어버린 현실

 
(닉) 우리가 지금껏 했던 것이라고는 서로에게 분노하고, 서로를 조종하려 하고, 서로에게 상처 주었던 것이 전부잖아!  /  (에이미) 그게 결혼이야.


로맨틱한 결혼 생활꿈꿔온 닉과 에이미. 그들은 서로에게 상처와 충격을 안겨주며 통쾌함을 느낀다. 이들 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게 된 이유는 뭘까. 여자들은 남편을 감시하는 CCTV가 되어버린다며 결혼 회의감을 느끼는 닉. 그는 자신을 끼워 맞추듯 조종하는 아내에게 싫증을 느끼며, 외도를 통해 삶의 무료함을 달랜다. 반면 에이미는 남편과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다. 그러나 변해버린 닉의 마음을 붙잡지 못한 채 배신감과 모멸감을 느끼던 에이미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이별을 준비한다.


결혼은 사랑의 감정을 교감하고 희로애락을 공유할 동반자를 만나는 일이다. 그러나 사랑의 열정과 끌림은 점점 옅어지기 마련이다. 때론 서로 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상대의 마음을 은근슬쩍 통제하기도 한다. 이는 결혼 생활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지거나 존재감과 우월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결혼은 사랑, 인정, 배려, 희생 등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관계에서 더 견고해진다.  <나를 찾아줘>는 이러한 결혼 생활을 바탕으로 인간의 본능과 내면 심리에 관해 묻는다. 


[ 사진 출처: 네이버 ]


인정을 향한 끝없는 욕망

감독은 에이미의 병적 심리에 집중한다. 그녀 어머니의 베스트셀러 ‘어메이징 에이미’의 실제 모델이다. 긴 시간 가상의 인물에 맞춰 살아온 에이미는 치부감추고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주변을 통제한다. 그녀는 닉이 자신을 '의미 없는 존재'로 만든다며, 내적 희망을 짓밟는 건 살인이라 말한다. 존재감이 사라지는 걸 염려한 나머지 강박적 집착에 이끌리는 에이미.


에이미는 존경과 관심의 대상이 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맞춤 아내, 맞춤 며느리로 살아온 그녀는 착한 이웃으로 변신하면서 타자의 마음까지 조종하려 한다. 에이미는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 주변 사람을 열등한 존재로 치부한다. 자신의 남편, 이웃에게 선량한 웃음을 보이지만, 자신을 호의적 대상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일 뿐이다. 반대로 상대방이 자신에게 무관심하게 되면 철저히 모독하거나 응징한다.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을 경우, 상대방을 파렴치한 인물(강간범, 살인범)로 몰아간다. 닉을 인생의 절벽으로 이끈 것도 무관심과 배신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향한 부정과 비판을 견디지 못한다. 자존감의 결함을 메우기 위해 거짓말, 왜곡, 살인 서슴지 않는다. 출중한 외모, 뛰어난 학식, 친절한 이웃의 탈은 결핍된 자아를 채우기 위한 환상에 불과하다. 그녀에게 대상관계란 이상을 실현할 수단일 뿐이다. 범죄를 은닉한 채 가련한 이웃의 탈을 쓴 에이미. 인정(사랑)향해 달려가는 그녀의 집요함이 섬뜩한 동시에 애처롭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닉의 선택이다. 닉은 자신을 살인자로 몰고 간 부인을 떠나지 못한다. 자식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라는 그의 변론은 뭔가 충분하지 다. 마지막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닉은 “우린 일종의 공범들이죠.”라고 말한다. 결국 닉은 선량한 남편의 이상향에 자신을 맞춘 듯 보인다. 사회적 시선과 비판이 두려웠을 닉. 타자의 시선에 맞춰 살아갈 그의 운명에 어두운 그림자가 예견된다.


[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는 현실의 변형이다. 사실을 바탕으로 극적 요소를 부여하며 관객들의 흥미를 이끈다. 다만 주제 의식을 드러내기 위해 작품의 서사 구조가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이를 전제로  본다면, <나를 찾아줘>는 장르적 특색을 극대화했을 뿐 아니라 스릴러의 구성 자체가 참신한 작품이다. 이야기 전개 방식은 느리지만, 긴장감과 공포감을 유지하는 연출의 힘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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