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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덕골 이선생 Mar 06. 2024

묫바람의 실체를 찾아서

장재현의 <파묘>

[사진 출처: 네이버]


묫바람의 실체를 찾아서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 사연을 듣는다. 그들은 미국에 의뢰인과 접촉한 , 묫바람이 화근이라는 사실을 알아챈다. 귀국 후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을 만나 이장 계획을 세운다. 상덕은 악지에 세워진 묘를 보며 이장에 참여할 수 없다고 거부하지만, 화림의 끊임없는 설득으로 마음을 바꾼다. 


파묘 당일 불길한 기운이 온 산을 뒤덮는다. 상덕화장을 미루기로 결정하고, 관을 시신 보관소에 안치한다. 그날  관계자의 부도덕한 행동에 관이 열리면서 혼귀나타난. 상덕은 3대로 이어지는 불행의 그림자를 좇으며,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풍수 뒤에 숨겨진 민족의 그림자


장재현 감독은 초현실적 세계에 관심이 많다. 그는 영적 세계를 가시화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신과 인간, 선과 악의 대치를 분명히 했던 그의 전작들-<검은 사제들(2015)>, <사바하(2019)>-이 이를 증명한다. 이번에는 일본 정령을 소재로, 색다른 공포감을 선사한다. 정령은 사물에 깃든 혼으로, 신비롭고 기묘한 힘을 가진 존재다. <파묘>는 이러한 정령에 도깨비불을 혼합하면서, 더 강력해진 악의 모습을 드러낸다.


감독은 풍수사세계관을 중심에 다. 상덕의 세계관음양오행을 토대하는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조화를 추구하는 게 핵심이다. 이에 산, 물, 바람, 토지 등이 조화롭게 이룬 곳을 명당이라 하고, 토금수목화의 균형을 이상적 삶으로 여긴다.


상덕은 음양오행의 가치를 중시하는 인물이. 도입부'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라는 독백이 나온다. 그는 삶과 죽음을 순환의 원리로 인식하고, 풍수지리를 흥망성쇠의 원인으로 여긴다. '돈 많은 사람들은 우리 같은 사람을 불러 묫자리를 고른다'풍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감독은 <파묘>가 '귀신 쫓는 이야기'로 치부될까 염려하는 눈치다. 그래서인지 음양오행의 이치를 전체 세계관으로 부각한다. 다만, 정령과 상덕의 대치는 오행의 이치에 어긋하는 구석이 있다. 상덕이 '불붙은 금을 극하는 건 물에 젖은 나무'라고 외치는 부분은 오행의 원리에 맞지 않다. 불을 극하는 건 물이 맞지만, 금을 극하는 건 나무가 아니다. 오히려 금이 목을 극한다. 상덕이 뚫리지 않는 갑옷을 향해 젖은 나무를 휘두르는 모습 오행의 원리를 아는 자도 모르는 자도 개운치가 않다. 


감독은 일본의 정령을 모티브로, 민족의 트라우마를 상기시킨다. 한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 새말뚝을 박은 일본의 만행을 떠올리게 한다. '민족성의 고취'라는 비장한 각오가 있었던 걸까. 주인공들 이름을 보면 독립투사를 연상하게 된다. 특히 봉길은 윤봉길 의사의 이름으로, 온 국민이 아는 고유명사다. 이는 주제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반전 묘미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필자가 묘지 아래  놀라운 실체를 예측하게 이 때문이. 오컬트 영화백미는 초자연적 세계를 이미지로 묘사하여, 관객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데 있다. 그런 면에서 <파묘>의 친절함은 오히려 짐 듯하다.



<파묘>의 흥행 요인


장재현 감독은 배우복이 많다. 몇 년 전 강동원과 김윤석이 사제옷을 입더니, 김고은과 이도현은 젊은 무당으로 나선. 살풀이하는 화림과 빙의하는 봉길, 혼귀와의 접촉 과장되지 않게 풀어낸다. 최민식과 유해진은 경력 많은 풍수사와 능글맞은 장의사로 변신한다.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캐릭터, 그 뒷면에 감독과 배우들의 열정이 보인다. 이에 프로들의 향연을 지켜보는 관객들 즐거울 수밖에 없다.


<파묘>의 하이라이트는 도깨비불이다. CG가 아닌 특수효과로 극의 절정을 만들었다. 관객들은 현란하게 움직이는 도깨비불에 점점 빠져든다. 깜깜한 밤하늘에 떠도는 불덩이, 감독은 그 역동적인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많은 제작비를 들였. 완성미를 향한 제작진의 진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또한 오컬트 장르의 음향은 극의 절정을 이루는 동시에 공포감을 자극하는 요소다. <파묘>는 음악적 효과로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미스터리한 상황 빠져들게 만든다.




 현직 풍수사를 직접 만나, 파묘에 관한 몇 가지 답을 구했다. 상덕은  미각을 이용해 흙의 상태를 분석하거나 동전을 던졌는데, 풍수의 필수 과정은 아니었다. 또한 풍수사가 장례사와 무당의 일을 모두 담당하는 경우도 . 마지막으로 묘터가 완벽하고 좋은 경우라면 첩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풍수사의 가치관에 따라 그 절차와 방법은 다를  분명하다. <파묘>는  직업적 특성고려하면서도, 영화적 요소를 가미해 극의 재미를 더했다. 이에 특정한 직업군의 한정된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감독의 집념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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