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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덕골 이선생 May 29. 2024

살인자의 어머니로 산다는 것

린 램지의 <케빈에 대하여>

[ 사진 출처: 네이버 ]


살인자의 어머니로 산다는 것

살인자의 어머니로 살아가는 에바의 삶을 그린 영화다. 에바는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우는 아이조차 달래지 못하는 초보 엄마로, 아들의 욕구보다 자신의 욕망우선시하는 사람이다.  


케빈은 여행을 즐기며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에바욕망증오하며 비행을 저지른다. 실리아가 태어난 직후 놀이를 과장해 동생을 괴롭히는데, 그녀가 아끼는 애완동물을 음식 분쇄기에 넣어 죽이거나 화살로 실비아의 눈을 맞춘다. 몇 년 후 지친 에바가 떠날 계획을 세우자 아빠와 동생, 동급생을 무참히 살해하는 케빈. 그가 소년원에 간 지 2년째, 에바는 매일 아침 페인트로 범벅된 집과 차를 정리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 사진 출처: 네이버 ]
박탈로 인한 증오와 분노

양육에서 박탈은 사랑을 철회하는 행위다. 부모가 유아의 공격성을 잘 버텨준다면 융합된 형태로 자리 잡아 통제와 절제가 가능하다. 반면 아이의 공격성이 분열의 방식으로 내재화되면 증오와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다. 아이의 공격성을 인내해주지 못한 결과로 반사회적 성향을 갖게 되는데, 이로 인해 사회 부적응자로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


케빈의 비행은 실비아가 탄생된 직후 심화된다. 그는 어머니와 공생 관계가 시작되기도 전에  어머니를 잃은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케빈은 어머니로부터 지지와 동조를 얻지 못해 우울감을 느낀다. 양육자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내면의 분노와 증오키운 것이다. 이로 인해 유기된 자기, 즉 나쁜 자기의 표상을 떠올리며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감정을 외부로 투사한다.

  

[ 사진 출처: 네이버 ]
간헐적 사랑과 방임적 태도

아이의 발달 단계에 적합한 호응이 이뤄지기 위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케빈은 어머니와의 공생 관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경우다. 안타깝게도 에바는 연속적인 사랑을 주지 않았고, 진심을 다해 안아주지 못했다. 성공한 작가로서 완벽한 가정을 이루고 싶었고, 아들의 존재가 자신의 이력에 구멍이 될까 봐 걱정했다.

 

아버지의 역할은 어떤가. 친구 같은 아버지 이면에 엄격하고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아이는 내면의 공격성을 사랑 안에 융합할 수 있다. 프랭클린은 다정한 아버지였지만 케빈행동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왕처럼 군림하면서 욕구 충족에 집착하는 케빈의 행동을 장난으로 치부했다. 그는 케빈의 박탈 신호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못했고, 어머니를 향한 강렬한 욕구에 선을 긋지 않았다. 아들을 믿고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라 믿었다.


[ 사진 출처: 네이버 ]
안아주는 환경의 재경험

청소년기 아이들은 안아주는 환경을 재경험하려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박탈의 첫 증후를 지극히 평범히 여기는 것이다. 반사회적 성향을 가진 케빈의 행동에는 폭력성, 대담성, 충동성이 보인다. 그럼에도 묻지 않았다. 왜 방을 더럽혔는지, 동생을 괴롭혔는지. 케빈이 파괴적 성향을 보일 때도 격노하며 화를  뿐 공감과 훈육은 없었다.


에바는 케빈 비행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떠나기로 결심한다. 플랭클린과 이혼을 결심한 뒤 실리아를 데리고 집을 나선다.  에바를 붙잡기 위해 비행의 최고 수위인 살인을 저지르는 케빈. 2년 후 에바는 여전히 케빈의 곁에 머물며, 어머니의 자리를 지킨다. 살인에 대한 이유를 물으며 아들을  안아준. 또한 살인자의 어머니로 살면서, 혐오와 차별을 묵묵히 견뎌낸다.



케빈은 안아주는 환경을 갈망하다 살인자의 을 걷게 되고, 그의 어머니는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며 소외된 삶을 산다. <케빈에 대하여>는 양육 환경이 인격 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모색하는 작품이지만, 아이모든 비행을 부모의 과오로 돌릴  있는 건 아니다. 케빈의 예민한 기질, 에바의 간헐적 사랑, 플랭클린의 방임적 태도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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