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덕골 이선생 Jun 12. 2024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용기

안톤 후쿠아의 <더 길티>

[ 사진 출처: 네이버 ]
예측불허의 반전을 기대하라


911 상담원으로 일하는 조(제이크 질렌할)는 퇴근 시간 얼마 지 않은 상황에서 신고 전화를 받는다. 누군가에게 납치됐다는 에밀리의 전화. 그녀의 집에 전화를 걸어 불안에 떨고 있는 아이를 안심시킨 후 차량 정보를 확인한다.


전 남편이 아들에게 상해를 입힌 뒤 에밀리납치했다고 판단한 조. 그는 납치 현장에 경찰을 보내지만, 일이 순조롭게 되지 않자 동료들을 다그친다. 그러나 자신의 예측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 사진 출처: 네이버 ]
트라우마가 빚어낸 불안


관객들은 두 개의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데, 첫 번째는 현재 시점으로 전개되는 에밀리의 납치,  번째는 조와 관련된 총기 사고다. 조는 소년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생긴 사고와 관련해 재판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주로 좌천으로 숙연의 시간을 보내던 중어 생긴 이야기를 다룬다. 아이러니하게도 감독은 조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차단하는데, 그 흔한 과거(플래시백, 인서트)조차 그리지 않는다. 동료와의 대화를 통해 재판을 앞둔 상황이라는 걸 치채게 만들 뿐이. 이는 작품 저변에 깔려 있는 주제, 즉 무리한 수사와 총기 남발대한 비판 의식을 강화하기 위해서인 듯 보인다. 조에 대한 공감이 커질수록 이와 같은 의도가 옅어질  염려한 것이.


무엇보다 조가 에밀리와 나눈 대화에 주목해야 한다. 제발 죽음만은 안 된다며 간곡하게 부탁하는 가 아버지의 사망에 관해 읊조린 부분이 있다. '우리 아버진...'이라고 고백한 그의 말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19세 소년의 죽음 이외에 아버지 사망과 관련된 트라우마가 무의식에 내재 건 아닐까. 아버지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이 남았을지도 모른. 나의 추측은 상상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죽음이 조에게 적지 않은 불안으로 작용한  분명하다.


[ 사진 출처: 네이버 ]
죄책감이 만들어낸 집착


조는 성격이 급하고 절제력이 부족한 인물이다. 에밀리를 구조해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주변 사람들과 마찰을 빚는다. 동료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대신에 명령과 지시의 방식을 취한다. 과욕은 절제를 어렵게 만들지만, 에밀리에게 집착하게 된 데그만의 이유가 있다.  소년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딸과 이별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과중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관으로서 명예를 회복하길 바라는 열망도 컸을 것이다.


결국 에밀리가 온전한 피해자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 조는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우친다. 자신의 성급한 판단이 희생자를 만들 수 있다, 그것과거의 전력(총기 사고)과 다르지 않다. 그는 자신의 오를 인정하는 용기를 발휘한다. 유리한 증언을 해주기로 한 동료에게 연락해, 진실을 말하라고 부탁한다. 유죄 판정이 나면 딸을 만나지 못할 거라는 동료의 걱정에도, 부디 본 대로 증언하라고 말한다. 자신의 모든 잘못을 인정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더 길티>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배우의 열연이 어우러진 완성도 높은 영화다. 영화 후기를 보면 '제작비는 얼마나 들었을까요'라는 질문이 많은데, 대다수의 영상이 한정된 공간에서 제작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목소리 출연을 제외하고는 주연 배우가 모든 스토리끌고 가는 부담을 안았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출연해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 제이크 질렌할. 그는 이번 작품에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전 28화 불안과 공포로 얼룩진 심연의 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