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상담원으로 일하는조(제이크 질렌할)는퇴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신고전화를받는다.누군가에게납치됐다는에밀리의 전화. 조는 그녀의 집에 전화를 걸어불안에 떨고 있는 아이를 안심시킨 후 차량 정보를확인한다.
전 남편이 아들에게 상해를 입힌 뒤에밀리를 납치했다고판단한 조. 그는납치 현장에 경찰을 보내지만,일이 순조롭게 되지 않자 동료들을다그친다. 그러나자신의예측이틀렸다는 걸 알게 되면서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 사진 출처: 네이버 ]
트라우마가 빚어낸 불안
관객들은두 개의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데, 첫 번째는 현재 시점으로 전개되는 에밀리의 납치,두 번째는 조와 관련된 총기사고다.조는소년을체포하는 과정에서 생긴 사고와 관련해 재판을 앞두고있다. 영화는 주로 좌천으로 숙연의 시간을 보내던중어 생긴 이야기를 다룬다. 아이러니하게도 감독은 조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차단하는데, 그 흔한 과거(플래시백, 인서트)조차 그리지않는다. 동료와의대화를 통해재판을 앞둔 상황이라는 걸눈치채게만들 뿐이다.이는 작품 저변에깔려 있는 주제, 즉 무리한 수사와 총기 남발에 대한비판 의식을 강화하기위해서인듯 보인다. 조에 대한 공감이 커질수록이와 같은 의도가 옅어질 걸염려한것이다.
무엇보다 조가에밀리와나눈 대화에 주목해야 한다. 제발 죽음만은 안 된다며 간곡하게 부탁하는 그가 아버지의 사망에 관해 읊조린 부분이 있다. '우리 아버진...'이라고고백한 그의말을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19세 소년의 죽음 이외에 아버지사망과관련된 트라우마가 무의식에내재된 건 아닐까. 아버지를 구하지 못한 데 죄책감이 남았을지도모른다.나의 추측은 상상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죽음이 조에게적지 않은 불안으로 작용한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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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이 만들어낸 집착
조는 성격이 급하고 절제력이부족한인물이다. 에밀리를구조해야 한다는생각에 빠져주변 사람들과 마찰을 빚는다. 동료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대신에 명령과 지시의 방식을 취한다. 과욕은절제를어렵게만들지만,그가 에밀리에게 집착하게된 데는 그만의이유가 있다.소년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이남아있기때문이다. 동시에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딸과 이별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과중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관으로서 명예를 회복하길바라는열망도컸을것이다.
결국 에밀리가 온전한 피해자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 조는 자신의판단이 틀렸다는 사실을깨우친다.자신의 성급한 판단이희생자를 만들수 있다는 것, 그것은 과거의 전력(총기 사고)과 다르지 않다. 그는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용기를 발휘한다.유리한 증언을 해주기로 한 동료에게연락해, 진실을 말하라고 부탁한다.유죄 판정이 나면 딸을 만나지 못할 거라는 동료의 걱정에도, 부디 본 대로 증언하라고말한다.자신의 모든 잘못을 인정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더 길티>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배우의 열연이어우러진 완성도 높은 영화다. 영화 후기를 보면 '제작비는 얼마나 들었을까요'라는 질문이 많은데, 대다수의 영상이한정된 공간에서 제작됐기 때문이다. 게다가목소리 출연을 제외하고는 주연배우가 모든 스토리를 끌고 가는 부담을 안았다.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출연해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 제이크 질렌할. 그는 이번 작품에도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