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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화 Apr 14. 2024

봄 햇살 깃털 같은 날

내가 키워낸 아기가 찾아왔다.

  자궁 경부가 짧아서 전전 긍긍했던 우리 일본인 산모 아가, 벌써 세상에 나온지 2달이 되어 우리 병원에 인사를 하러 왔다. 이름은 일본어로 '영원하다'라는 의미의 '토와'. 너무 순하고 사랑스럽다.


  한국인 남편과 일본인 아내인데 20대 초반 커플이라 너무 귀엽고 씩씩하고 이렇게 아기까지 낳아서 키우는 거 보니 정말 기특하다. 장하고 멋지고 한편으로는 너무 부럽고.


  일본에서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았는데 총 분만 수가가 800만원이 넘는다고 하더라. 그 중 500만원 정도는 정부에서 보조를 해준다고 했다. 그리고 토와군이 태어나는 날 다른 아가들도 꽤 많이 태어났고 주변에 아가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출산율이 꽤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역시 소송 리스크가 있어서 산과는 기피과라고 하니... 참 어려운 일이다. 그냥 안하는 것이 답 같기도.


  토와군의 말랑말랑한 볼과 발바닥을 만지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기 특유의 부드러운 향기에 잠시 얼굴을 뭍었다. 이게 평화지. 세상은 미쳐 돌아가고 시끄러워도 생명은 소중하고 존귀하며 이렇게 태어났다. 그 가운데에 내가 이 아기를 키워내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 토와군은 내 아들이기도 하다.


 아기를 안고 고맙다고 연거푸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는 커플은 다시 또 오겠단 말을 남기며 사라졌다. 잠시 햇살이 병원을 비춘 것 같았다. 그 기운으로 월요일 하루를 버텼다. 강아지 수염같은 아기의 머릿결과 복숭아를 닮은 아기의 볼 같은 봄날이 그렇게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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