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사랑

#2 아빠가 자라는 오늘들 - 25

by ㅇㅅㅅㅇ

출장이 많아지는 시즌이 돌아왔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지쳐있었다. 가족이 그립다. 그래서 출장 중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약간은 무뚝뚝한 아들이라 전화가 뜸한 편이다.

"무슨 일 있니?"

어머니는 물으셨다.

"아니, 그냥 시아가 보고 싶어서. 그리고 지난 주말에 보니까 시아가 떼가 늘었더라고. 낮에도 많이 생떼 부리지?"

나는 답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싱겁다는 듯이 전화를 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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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아빠 사이에서


어머니는 딸이 보고 싶다는 아들의 이야기에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어머니의 마음 한 구석에서 나는 여전히 시아와 같지 않을까? 혹시 시아 속에서 나를 발견하며 옛 추억에 웃음 짓지는 않으실까? 어머니는 아빠가 된 아들을 보시며 어떤 생각을 하실까? 문득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어머니께는 늘 무뚝뚝한 아들이라 그렇다. 그리고 그런 아들이 딸에게는 한없이 자상하기에 그렇다.

얼마 후 카톡이 울렸다. 시아 사진이다. 꽤 많은 양이었다. 어머니는 나의 말에 마음이 쓰이셨나 보다. 딸을 보고 싶어 하는 아들에 대한 배려였다. 아마도 어머니는 아쉬움이나 서운함 없이 아들의 말에 시아 사진을 찍어 보내셨을 것이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그러한가 보다.



내리사랑


어머니의 사랑은 위치에너지와 같이 위에서 아래로 향한다. 이제 그 사랑은 이름 모를 힘에 의해 아들을 넘어 손녀에게 전해지고 있다. 가속도로 인해 더 크고 위대해졌다. 그 사랑은 어떤 유산과도 비교할 수 없이 값지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살기 시작한 지 1년도 안된 나와는 비교할 수 없다. 그야말로 '내리사랑'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나를 넘어 시아에게로 흘러가고 있다. 그 사랑의 흐름에 나의 부족한 사랑이 더해져 시아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 사랑만으로도 충분하고 감사하다.

'엄마, 시아도 그렇게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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