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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기억되는 3명의 사수

나의 직장생활은 3명의 사수로부터 시작되었다

by 비긴어게인

누구나 한 번쯤 "학교에 가서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라고 들었을 것이다. 직장에서는? 누구를 잘 만나야 한다? 오랜 직장 생활에서 비롯된 나의 경험으로는 '맞는 말'이다. 어떤 사수와 일을 했는지에 따라 그 시기의 나의 일과 라이프가 달라졌다.


내 인생에서 기억되는 사수는 누구일까?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사수로 기억되고 있을까?



나의 첫번째 사수
'칭찬과 성실함의 맛'을 알려주었다


1998년 IMF로 온 나라가 힘들어했던 시절, 나는 대학 졸업반이었다. 대기업의 기획팀으로 운 좋게 입사가 되었다. 차장님을 사수로 부장님 그리고 몇 명의 직원들과 근무했다.


차장님과는 경력 차이가 많이 나서 주눅 들고 자신감 제로 그 자체였다. 물어볼 수 있는 것도 전전긍긍했고 어렵기만 했다. 차장님은 앞에서 팩트 지적을 하기보다, 회사에서 지원해 줄 테니 엑셀, 영어 등 학원을 다니라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차장님의 배려로 회사 일도 조금은 낯익어 갔다. 다행이었다. "넌 이런 것도 못하냐"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어느 날, 회식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삼삼오오 얘기를 나누던 찰나, 여러 사람이 나를 찾아와 얘기한다 "차장님이 OOO 씨 하는거 반만이라도 하라고 하네요... 좀 보고 배우라고, 일을 어떻게 하는 거예요?" 나는 당황했다. 내가? 잘한다고? "네... 차장님이 칭찬을 많이 하세요". 나의 직장 생활의 성실함은 그때부터였다. "아!! 군가에게 잘 보이려 의도적으로 하기보다는 묵묵히 열심히 하면 누군가 알아주는구나"



두번째 사수
업무해결의 원리/원칙을 알려주었고
'리더의 책임감'을 알려주었다


2년 후 이직을 했다. IT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IT가 국내에 들어올 때 가장 먼저 도입하는 곳이 금융이라고 알게 되었다. "그래서 금융회사에 들어가자"라고 결심했다. 은행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사수를 만났다. 사수는 업무의 개념과 원리를 아주 상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그러나, 알려준 것과 동일한 원칙의 일이 되었으면 끝까지 알려주지 않는다. 이유는 원리를 알고 이해를 하면 유사한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알려주려고 한 것 같았다.


기본 원리를 반드시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었다

원리를 깨닫지 못하고 일을 할 경우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하게 했다. 예로, 데이터가 맞혀지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고 사수가 나서서 정리하지 않는다. 옆에서 기다려준다. 내게 그 시간은 너무 힘들었다. 화장실에 가서 혼자 울기도 했다. 막막했으니까. 그렇지만 내 스스로 해결하기를 기다려준 탓에 나의 문제 해결 능력은 나의 직장생활에서 성과를 내는데 탁월한(?) 능력이 되었다. 처음 해 보는일, 어려운 일도 어떻게 접근할까? 어떤 원리를 적용해서 응용할 수 있을까? 생각으로 그리고 그 생각은 업무의 성과로 이어졌다.



팀원이 잘못 한일을 몰래 리더로서 책임지고, 생색내지 않았다.

실수로 엄청난 데이터를 지웠다. 백업이 되어 있어서 찾으면 되지만, 손실된 데이터도 있다. 금융에서는 큰 일이다. 난 출근을 해서 안절부절이었다.


며칠 동안 회의가 열렸고, 나는 쥐죽은듯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부장님을 찾아갔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했더니 부장님께서 "본인이 한 일이야? OO가 한 일이라고 보고하고 경위서 쓰고 3개월 감액받았는데..."라고 말씀하셨다.


세상에!! 팀원이 한 일을 본인이 피해를 입으면서도 리더로서 책임지고, 얘기도 하지 않았다.

생각했다. 나도 팀원을 책임질 수 있는 진정한 책임감 있는 리더가 되겠다고!!




세번째 사수
자기계발과 커리어패스
'진정한 워커홀릭의 맛'을 알려주었다.


한 명의 사수와 14년을 같이 일했다. 엄청난 워커홀릭의 리더이다. 힘들어하는 나에게 "누군가 대체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일을 잘하는 사람은 성과도 따라오고 돈도 따라온다"라고 했다.


오랜 기간, 나도 워커홀릭의 늪에 빠져들었다. 내 기준으로 나를 비롯한 모든 팀원들의 기준은 '일'이어야 했다. 야근과 주말 근무는 당연했다. 명절, 연휴에도 늘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일이 전부였다.


덕분에 나의 커리어는 몇 가지 타이틀을 줄 만큼 성장했다. 업무의 특성상, 짧은 기간에 해보지 않은 것들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워커홀릭에서 벗어난 지금!! 어떤 주어진 업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른 직원들 대비 상대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 이 또한 내가 만들기보다 나의 워커홀릭의 리더를 통해 배운 것들이 지금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어떤 사수로 기억되고 있을까?


나는 일하는 게 좋고,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해결하고 싶고 해결해내야 한다. 품질도 좋아야 하고, 칭찬을 들어야 하고, 잘해야 한다. 조금 부족하다는 등 싦은 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런 성향으로 깐깐한? 사수로 기억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바라는 게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누군가에게 '좌절'이 아니라 '전진'을 하게 하는 리더로 기억되고 싶다. 칭찬과 성실의 맛, 책임감, 똑똑한 일처리와 커리어 패스 등 어떤 요소이던지 간에 한가지라도 도움이 되는 사수로 노력해야겠다. 내가 누군가로부터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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