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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긴어게인 Dec 16. 2023

회사가 나에게 준 시그널은 '일'과의 이별입니다


우여곡절, 롤러코스터 나의 인생
이미 나는 2,000번은 넘어졌다가 일어난 사람!!!


아이가 걸으려면 2,000번은 넘어져야지만 걸을 수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미 나는 2,000번은 넘어졌다가 일어난 사람이다. 그 이후로 얼마나 넘어졌을까? 수천번 아니 수만번 넘어졌다 일어났고, 걸었고, 뛰었을 것이다. 앞으로는 얼마나 더 넘어져야 할까?


대학만 가면 다 될 줄 알았다!!

아주 한적한 시골에서 농사꾼의 딸로 태어났다. 보고 들은 것은 있어 대학이란걸 꿈꿨다. 상업고등학교를 가라는 부모에게 11월 눈 쌓인 길에서 시위하며 결국은 인문고 입학 허락을 받아냈다. 언니와 자취를 했고,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으면서도 희망이 있었다. "대학만 가면 내 인생은 해뜰날인거야!!" 그렇게 대학만 가면 다 될 줄 알았다.  


취업만 하면 다 될 줄 알았다!!

대학교 도서관보다 더 많이 간 곳은 아르바이트를 한 곳이다!! 생활비와 학비를 벌어야 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의 수다 대신 아르바이트 식당으로 가서 앞치마로 두르는 것이 대학시절의 전부였다. 때로는 헛한 마음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늦은 시간, 포장마차에서 하는 술 한잔이 빡빡한 현실에 위로가 되었다.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취업만 하면 내 인생은 해뜰날인거야!!" 그렇게 취업만 하면 다 될 줄 알았다


열심히 일하면 다 될 줄 알았다!!

앞서간 선배, 어른들이 회사에 충성도, 올인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나의 생계를 유지시키는 '월급이라는 놈’ 때문에 미친듯이 일만 했고 회사에 올인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해야 할 것 같은 막연한 생각으로 전부 회사를 위해 소진해 버렸다. 대부분의 동료들이 그랬듯이 나도 그러했다. 번아웃이 올 정도로 열심히 살았고, 길이 보이지 않는데 아직도 올인하고 있다. 내가 왜 올인하는지 생각해봤다. 막상 끝이 보여서가 아니라 어디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이다. 나에게 물어본다. 왜 일하는가?라고.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줄 알았다. 막상 마흔 후반이 되고 보니 은퇴는 얼마 안 남았고, 제대로 이룬 것은 하나도 없는 듯하다.


 직장 25년차!! 회사도, 인생도, 노후도 모두가 고민거리이다




직장생활 25년차의 현주소!!

지금은 안전장치가 없는 내리막길!!

90세의 어떤 한분이 얘기했다. 인생을 돌아보니 50세가 위기였던 것 같아요. 직장생활의 은퇴를 고민해야 하고, 은퇴 후 모든것들은 안전장치가 없는 내리막길뿐"이기 때문이라고. 언제부터인지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대화 속 단골 주제는 ‘퇴사 후 뭘 하지? 건강에 이게 좋다더라!!’이다. 실력있고 자신만만해하며 잘나가던 선배들의 떠나는 모습에서 당당함보다는 초라함이, 자신감보다는 쓸쓸함이 진하다. 몇 십년을 몸담은 직장을 떠나는 그 사람들의 모습에서 불안한 나의 미래가 보인다. 나이 먹어서도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슬프고, 평생 일한 곳을 떠나 새로운 일, 새로운 환경에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 막막하다.

[Book] 왜 일하는가



결혼을 안했으면 돈도 많고 시간도 많겠네요!! 아니요, 혼자라서 더 불안해요

솔로는 집에 가서 뭐하세요? 돈도 많고 시간도 많은데!!” 동료의 질문이다. 비아냥인지, 부러움인지, 정말정말 궁금함인지 모르겠다. 복잡미묘한 감정이 솟구친다. 나에겐 남편도, 자녀도, 대한민국 대부분의 며느리가 힘들어하는 시댁도 없다. 그렇다고 편하게 산 것도 아니고 시간이 많은것도 아닌데, 대체 뭘하고 산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할 줄 아는 건 일밖에 없었지. 혼자라서 더 불안했고, 그래서 더 일을 미친듯이 했었다. 야근과 주말 출근으로 몸이 피곤하더라도 일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가다 보니 종착역은 다가오고, 나에겐 ‘자유와 시간에 대한 프리미엄 패스권’이 없다. 어디에 큰 돈을 쓰지도 않았고 아끼며 살았다. 40대초 나의 자산과 부채를 보고 한숨이 나왔다. 이후 10여년이 넘게 나의 재무제표를 만들어서 돈을 모으려고 노력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하던데 태산은 언제 만들어질건지!! 매달 보는 급여명세서에서 떡하니 버티고 있는 세금들이 당연하지만 짜증나기도 한다. 지인 한명은 노후 자금이 충분하다고 은퇴를 했다가 다시 일터로 돌아왔다. 매달 들어가는 돈이, 예측하지 못한 돈이 나간다는 것이다. [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라는 책에서는 ‘시간과 자유’를 살 수 있는 ‘프리미엄 패스권’이 나온다. 나에겐 그 티겟을 살 수 있는 경제적 자유가 없다. 직장생활의 끝’이라는 종착역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경제적으로 나의 노후는 더 불안하다.




회사가 준 시그널!!
난 지금 이대로 괜찮지 않다
작전타임을 활용해야 할 때!!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산전수전!! 몇 십년의 직장생활을 한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나 또한 사람들과 많은 이해와 갈등을 겪었다. 연륜이 쌓이면 인간관계의 노하우가 생길 줄 알았다. 그러나, 아직도, 여전히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렵고 소통은 힘들다. 이번 사업에서 아주 특이한 사람을 만났다. 모든것이 자기 기준이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서운하다, 독선적이다. 일을 많이 시킨다 등’의 말로 불평을 한다. 임원에게 직접 불평을 하고, 임원은 일반적이지 않은 팀원임을 인지하고, 리더인 내가 해결할 것을 바랬다. 리더로서 많은 부분은 인내하고, 언행을 유의해야 하고, 상대방의 마음과 표정을 읽어야 하는 것들!! 리더로서 팀 전체의 협업을 위해 달래기도, 부탁하기도, 화를 내기도 했다. 어느 순간, 회사 건물을 들어서면서 가슴에 통증이 시작되었다. 병원에 몇 번을 가서 검진을 받았다. ‘건강이 제일 우선이다’ 라고 생각하는데, 몸이 먼저 알아서 힘들어한다.


인생후반전 작전타임!! ‘일’과의 이별을 결심했다

스포츠 경기에서 작전타임은 여러가지 역할을 한다. 물론 새로운 작전을 지시하거나 마지막 승부 포인트를 앞두고 선수의 재배치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그야말로 경기의 ‘흐름’을 끊기 위한 ‘시간’으로 쓰이기도 한다.


일을 열심히 하고, 성과를 내고, 그 대가로 회사는 나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비바람을 막아주는 내편이라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어떤 이유로든 회사가 자신의 편이 아닌 순간이 온다. 할 줄 아는게 일밖에 없는 나였지만, 실력으로만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걸 너무나 잘안다.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승진을 하고,  핵심 업무의 키맨으로 이동이 된다. 몰려드는 속상함과 서러움이 한차례 소나기처럼 왔다 가면 후련할텐데…15년 다닌 회사를 두고 이직했다. 회사와 명함으로 연결된 모든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좋은 선배, 후배이고 싶어 시간과 마음을 주었던 그 많은 시간들이 지우개로 지워지듯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열심히 일하고 있다. '나는 회사에서 잘리지 않을 거야. 나는 계속 잘나갈꺼야'라는 환상으로 모든 직장인의 마지막은 '퇴사'인데, 마치 나의 일은 아닌 것처럼 착각하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의 세상도, 낯설고 새로운 세상 모두 나에게 관대하지 않지만, 나는 나에게 올인하기로 했다. 지금은 내 인생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는 전환점이다.


나는 몇살까지 더 돈을 벌어야 할까?

나는 일을 그만둔 후 무엇을 하며 지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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