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긴어게인 Jan 27. 2024

까보면 별것 없는 비혼의 주말라이프! 그래도 괜찮습니다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말에 뭐했어요?라고


월요일에 출근하면 받는 질문이다. "주말에 뭐했어요?" 라고. 중/고교 자녀가 있는 부모는 교육에 대한 이모저모로 이야기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어린 아이가 있는 부모는 주말의 힘든(?) '체험학습'과 '핫 플레이스'에 대한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나는 "아이고,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힘들었겠어요"라며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된다. 비혼으로 혼자 살고 있는 '나'는? 특별한 것이 없다. "저요? 서점도 가고, 운동도 하고 똑같죠 뭐...". 피드백도 익숙하다. "솔로니까 너무 부러워 얼마나 편해"라고.


 비혼의 주말라이프 까보면 '별것 없다'


업무 특성도 있고, 쫓기듯이 일하고 싶지 않아 잦은 주말 근무를 했었다. '일'을 내려놓고, 주말 출근을 안하기 시작한지 2년쯤 된다. 금요일 야근, 월요일 새벽 출근으로 나름의 대체 방안을 찾았다. 주말 2일은 누구의 간섭도 없이 내 마음대로 할 시간으로 주어졌다. 쇼핑을 좋아하지 않기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밀린 청소를 한다. 침대 이불을 털고, 일주일의 옷 세탁이며, 흐트러진 옷장과 책상을 정리한다. 때로는 하기 싫어서 미뤄뒀던 욕실 청소까지 하고, 서점과 카페를 가고, TV를 보고, 운동을 가는 것뿐 그닥 별거 없다. 



별거 없지만, 그래도 '괜찮은' 이유가 있다.

혼자이지만 '즐거움'도 있고, '외로움'도 있는 인생, 똑같다.




먹어줄 사람이 없는 '요리'지만 '즐거움'이 있다


요리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혼자이기 때문에 '맛난 음식을 먹는 것'의 즐거움보다는 '요리를 하는 것'의 즐거움이 더 크다. 요리를 하는 과정은 많이 번거롭고, 남는 재료들이 아깝긴 하다. 혼자서 먹을 건데 굳이 이렇게 해야 해?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가끔은 같이 맛나게 먹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이 빠질때도 있다. 그래도 주말에 요리를 계속한다.


요리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어린 시절의 추억 때문이다. 외할머니를 도와 식사 준비를 했다. 특별 요리도 많았다. 밀가루 반죽을 해서 칼국수도 만들고, 맨드라미 꽃잎을 올린 알록달록한 부침(전)도 만들고, 겨울이면 약과가 제법 달달한 간식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따뜻해서 요리를 하면 마음이 뭐랄까... '차분하고 평온해'진다. 가끔 아버지가 그리운 날에는,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셨던 '배추전'을 부치며 그리움을 달래 보기도 한다.


비혼의 주말에도 요리가 있다. 요리를 하는 과정이 즐겁고, 예쁜 그릇에 플레이팅 하는 것도 좋다. 같이 맛나게 먹어 주는 사람이 없어도, 요리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내가한요리(@비긴어게인)




'외로움'이 보이면 스스로 챙기는 법을 찾고 있다


대화소리, 웃음소리가 없는 것이 익숙하다. 익숙하지만 문득 적적함과 쓸쓸함이 싫어질때가 있다. 또 가끔은,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을 때가 있다. '외로움'이다. 주말이라 쉽지 않지만, 지인을 만나기도 한다. 대화의 주제는 '남편, 시댁, 아이들'이다. 만날때는 좋지만, 만나고 돌아올때면 공허함이 더 커진다.  잠시 기분 전환은 되었지만, 그 안에서 더 큰 외로움이 느껴진다.


특별한 위로가 필요하지 않을 일인데, '다들 잘 사는데 나만 못나 보이는 못생긴 마음'까지 생긴다. 못생긴 마음이 오래가지 않도록 '스스로 챙기는 법'을 찾고 있다. 그중에 하나, 혼자지만 어디론가 나간다. 집 밖으로!! 서울 근교 작은 섬, 공원으로 드라이브를 가거나 북카페에 가서 책을 읽거나, 공기 좋고 풍경이 아름다운 절에도 간다.


마음이 복잡할 땐 산과 바다를 품은 '섬'이 좋다
소무의도인도교 끝 소무의도 (@비긴어게인)


사색을 하면 '못난 마음'이 누그러진다


그곳에 가면 쉼터가 있다
보광사 대웅보전(@비긴어게인)


걸어가면 기분이 좋아지는 길이 있다
보광사 대웅보전(@비긴어게인)




주위에 잘 나가는 사람이 부럽고, 가족들과 화목하게 주말라이프를 보내는 사람이 부러웠다. 부러움이 나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이제는 화려하고 특별한 것은 없어도 '혼자서 잘 지내는 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아프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사는 사람, '나의 일'을 즐겁게 해내고, 인생이 외롭고 지루할 때 잘 견디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함께가 아니라 '혼자'이지만!!

이전 04화 기분이 좋아지는 '직장생활 체인지'를 시작합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