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사라질 것을 알게 되면...

by 비긴어게인

어쩌다 시작된 세 모녀의 여행에서 내가 계획하지 않았지만 보이는 것이 있었다. 어떤 드라마의 이런 대사가 기억난다. "사라질 것을 알면 엄한데 힘을 주지 않는다". 사라질것들에 힘주지 말고 살라는 얘기다.




쉽게 말하면, 사라지면 안되는 것들에 힘주자는 얘기


누구나 다 아는 얘기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멕시코 칸쿤에서 잠시 혼자 산책을 하고 돌아와 보니 엄마가 눈물을 보이셨다. 왜 우시냐고 했더니 "이제 남은 건 죽을 때까지 아파야 하고, 병원에서 치료만 해야 하지 않냐. 허망하고 속상하다"라고 하시는데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자식 뒷바라지에 인생이 다 가고, 좋은 곳 가고, 맛있는 것을 맘껏 먹으려 하니 몸이 불편한 것이다.


나는 10대에는 공부만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만 가면 모든 게 아스팔트처럼 인생이 쫘악 펼쳐질 줄 았았다. 20대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공부를 해야 했고, 이 힘든 과정만 잘 견디면 멋진 샐러리맨이 되어서 집도 사고, 여행도 가고, 남자도 만나 결혼해서 제2의 인생이 될 줄 알았다. 30대에는 이 모든 것들이 생각처럼 되지 않음을 피부로 느끼면서, 직장에서 전문가로 살아남기 위해 올인해야만 했다. 그렇게 조직에서도, 나 스스로도 인정받고 인정하기까지 10여 년의 시간이 흐르고 나니 불혹의 나이가 되었다. 오랜 시간 올인해서 이룩한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없고, 어떤 조직의 전문가 한 사람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게 뭐라고. 뭣이 중요하다고. 이러한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많은 것을 느끼고 있는 요즘인데, 정말 사라지지 않을 것들에 힘을 주어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그렇다고 노력 끝에 이룬 이 모든 것들이 의미 없다는 건 아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것이고 지금의 나이기 때문에 의미 있고 소중하다.


그러나, 어쩌면 그런 것들은 사라질 것 들이다. 이 조직과 일을 떠나면, 이 조직에서 핵심 라인이지 않으면 다 없어져 버릴 것들. 무엇을 하던 사라지면 안 되는 것들을 바라봐야 한다. 건강, 가족 그리고 소소한 내 마음의 행복이다. 온몸이 뻐근하게 손에 움켜 잡고 있으면서 힘들어하지 말고, 내 몸과 내 맘이 편한 것들을 찾아서 매일매일의 소중함 만큼 행복한 인생을 살아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