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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Sep 15. 2020

꽃고비(와주세요) - 와주세요와 기다려줘 사이 있는 것

봄_4월 11일의 탄생화

누군가를 기다릴 때라도 "기다려줘 그곳으로 갈게."라는 약속이 있다면 기다림이 힘들지 않고 설렐 것 같아.

하지만 그런 약속이나 믿음 없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때도 많아. 하루 종일 연락이 오길 기다리기도 하고,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기약 없는 꿈을 꾸며 살기도 해. 이렇게 언제 올지 모르는 걸 기다리는 건 정말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야. 

그래서 나는 무언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직접 가는 편이 훨씬 편한 것 같아. 즐거운 일이 생기길 기다리기보다는 직접 즐거운 일을 만들고. 바라는 일이 있으면 그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다림은 이런 일들과는 달라서 늘 어려워. 내가 먼저 다가가고 싶다고 해서 다가갈 수는 없으니까. 내가 다가가는 게 좋을까, 언제 다가가는 게 좋을까, 혹시 내가 다가오기를 기다리지 않는 건 아닐까. 이런 궁금증들만 쌓이다가 결국 다가가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 꽃꼬비의 꽃말처럼 "와주세요"라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되는 일도 많은 것 같아.

누군가를, 무언가를, 어떤 날을 기다릴 때. 그 시간까지의 길이가 아무리 길어도 그 기다림 사이에 약속과 믿음이 있다면 설렐 것 같아.

내가 만약 너에게 "기다려줘 한 달 뒤에 그곳으로 갈게" 이런 약속을 한다면. 만약 이 말에 너도, 나도, 둘 다 설렌다면, 누가 가고 누가 오는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겠지. 와주세요와 기다려줘 사이에 설렘과 믿음이 둘 다 있기를 바라. 설레면서도 불안하지 않고 편안할 수 있게.

"기다려줘 그곳으로 갈게."


_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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