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순수 문학 <2025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

#공감 #재미 #상업성vs예술성의 줄다리기

by 가넷베리


순문학과 장르 문학은 다르지만, 형식과 장르를 넘나드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재미와 공감을 담았다는 점.


이번 회차에선 순문학 단편 소설 2개를 들여다보려 한다.

작품을 만든 이가 그의 피조물 안에 담아내려던 게 뭘지, 아웃풋인 콘텐츠들을 한번 크리에이터의 관점에서 함께 살펴보자.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jpg


당신은 날 모른다. 나도 당신을 모른다. 우린 각자의 생을 몇십 년쯤 살다 방금 생애 처음 맞닥뜨린 사이다. 이런 우리의 관계를 선을 보는 사이쯤으로 설정해볼까.


우린 서로 낯선데, 더 구체적으론 7분 전에 만나 인사한 뒤 어색하게 앉았다. 얼음 가득한 커피 두 잔을 사이에 놓고 마주 앉아 있는 우리의 꼴을 좀 보라.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겠답시고 통창 유리 너머를 흘끗대며 적당히 날씨 얘기 따윌 주워섬겨본다. 공기에 떠다니던 수분마저 우리의 어색한 차가움에 덩달아 온도가 내려가다가 잔 표면에 달라붙어 식은땀과 함께 굴러 내린다.


자, 그토록 낯선 당신을 몰입시킬 작품은 뭘까?


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중 백온유 작가님의 <반의반의 반>과 성해나 작가님의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를 순수 예술이 아닌 상업 예술의 시각으로 접근해보았다.


들숨 날숨에 돈 되는 아웃풋을 목표 삼는 크리에이터에게 제1명제는 재미, 제2명제는 공감이다.


사실 이 공감이란 걸 재미의 하위 요소로 분류하는 사람도 있으니 ‘어쨌든 재미만 있으면 뭐든 된다, 보는 이를 즐겁게 한 만큼 돈이 되리라!’ 아주 돈미새가 되어버린 창작자에게 키워드 #가족애가 가장 먼저 손을 흔들었다.


먼저 <반의반의 반>부터 살펴보자.

이 작품은 이 보편적인 #공감 키워드 가족애를 공략하고 신작에 적용하려 마음먹은 찰나 참 시기적절한 선례로 다가왔다.

도입부부터 평범한 한 가족을 조명한다. 현진-윤미-영실 순으로 자연스럽게 3대 모녀인 세 여자의 시점이 이어지는 이 작품은 가족과 가족애를 다루는 작품이나, 다만 이 경우엔 #가족애의 상실에 초점이 맞춰졌다. 작품 전반적으로 돈, 정확히는 ‘훔쳐진 돈’을 메타포로 삼았으니까.


“그래서, 얼마를 잃어버렸는데?”

“오천이라네.”

“정말이야?”


‘쌩돈 5천을 날린 상황’이라니, 상상만 해도 뒷목이 뻐근해지는 재앙인 동시에 기회이다. 덕분에 그들이 평생 구축해온 관계성이 재조명되었으니, 이 사건을 계기로 이 3대의 대응이 갈려버렸다.


영실의 손녀 현진은 이 돈을 자신의 필요를 채워줄 할머니의 잠재적이며 당연한 희생쯤으로 보았고, 딸 윤미는 십여 년쯤 과거의 자신이 받았으면 참 좋았겠다고 아쉬워하면서 모성애의 결핍을 재차 실감했으며, 영실 본인은 남편의 사망보험금인 이 돈을 자신의 품위를 지킬, 인간성이며 가족애를 얻을 “마지막 선택이자 최선의 선택”으로 여겼다.


손녀와 딸은 그 돈의 권리가 그들에게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들 일처럼 발벗고 나섰다. 정황 증거상 영실의 요양보호사인 수경에게 의심의 눈초리가 갔으나, 오히려 영실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그녀를 감싼다.


수경이 정말 돈을 훔쳐 갔든 훔쳐 가지 않았든, 심지어 그 돈이 처음부터 없었든 중요하지 않다.


왜?

수경은 이미 영실에게 돈의 대가를 지불했으니까.


그녀는 영실을 단순히 돌봐야 할 고객이 아닌 친엄마로 취급했다. 설령 가식이든 의외로 진심이든. 그간 영실의 외면만을 보던 사람들과는 달리 영실이 배우 문숙과 닮은 게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문숙이 영실을 닮은 거라고 말해준 사람이며, 영실에게 인간성이며 가족애를 제공한 이이자, 유일하게 그녀의 품위를 지켜준 주변인이었다.


이미 주인공인 영실이 대가를 받았다. 거기에 이 가족, 이 가족의 관계성을 조명하는 걸로 ‘돈 5천’ 소재는 쓸모를 다했다.

이들 3대 가족애의 가격이었다.


키워드 #가족애를 이용하여 읽는 이의 공감을 이뤄내는 테크닉이며 전체 플롯 구성이 깔끔하다. 더불어 키워드의 재미 요소 반영을 +쪽이 아닌 –로도 가능하단 걸 아주 절묘하게 선보인 작품이었다.


#2025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백온유 #반의반의반




다음으로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를 살펴보자.


길티 플레저

처형대에 오른 우상, 그리고 우리의 죄책감 어린 쾌감에 대하여


그건 언젠가 느껴본 적 있는 감각이었다. 죄의식을 동반한 저릿한 쾌감. 그 기시감의 정체를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독하고 뜨겁고 불온하며 그래서 더더욱 허무한, 어떤 모럴.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중에서


호랑이를 만져본 적 있나?

보통은 없다. 만질 생각도 들지 않는다.

왜냐면 호환마마라는 말처럼 옛날부터 공포의 대명사였으니까.


그러면 발톱이랑 송곳니를 다 뺀 호랑이는? 즐기기 좋고 위험하지 않게 가공된 ‘호랑이 만지기’ 체험 상품은 어떤가?


치앙마이의 타이거 킹덤에서 우리는 호랑이를 만져볼 수 있다.


우리에 들어간 사람에게 쓰다듬어져도 몸을 쭉 뻗고 미동 없이 누워만 있는, 미약하게 그르렁거릴라치면 사육사에게 고무망치로 앞발을 얻어맞아 주눅 드는, 영락없이 길든 집고양이 꼴인 이 호랑이를. 얼마든지.


피숙혜 작가님의 <페일 블루 아이즈> 3권 중 발췌


이처럼 ‘길티 플레저’는 우상을 다룰 때 자주 쓰인다. 이 시대의 우상이란 배덕감, 일탈감이 필요한 우리를 위한 콘텐츠니까.


우상은 닿을 수 없기에 존재한다.

이데아의 실현은 제단 위에서 이루어진다.

손에 닿는 순간 금박이 벗겨지는 이 객체로서의 우상은, 직접 닿을 수 없기에 비로소 완성되며 우리는 우상의 그림자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오직 올려다보는 태도(모럴)에 의해 재해석된, 제각각의 (죄책감 어린) 우상의 해석본을 느낄 따름이다.

세상의 온갖 게 콘텐츠가 된 이 시대, 급기야 사람도 콘텐츠가 됐다.


단, 우상화되어서.



이 작품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는 완전히 금박이 벗겨진 호랑이, “불편한 듯 근육을 움찔댈 때마다 척추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어쩐지 죄를 저지르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흥분되”는 감각을 조명한다.


경외적인 존재의 몰락, 우상의 추락과 환멸을 마주한 한 영화감독의 팬 시점에서 이 걸쩍지근한 기시감, 죄책감이 구체화되었다.


주인공은 이번에 처형대에 오른 우상인, 영화 촬영 중 일곱 살 난 아동 배우를 피멍 들게 꼬집은 죄로 화형 당하기 직전 열심히 사죄하는 영화감독과, 치앙마이의 이빨과 발톱이 뽑혀 흐리멍덩해진 호랑이를 겹쳐 본다.


영화감독 김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길티 플레저 클럽, 줄여서 길티 클럽. 2017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타기 전부터 좋아한 코어 팬, 상을 탄 이후에 입덕한 라이트 팬으로 나뉜다며 끼리끼리 모인 이 작은 인간 군상이 이 작품의 무대다.


길티 클럽인 오프라인 정모에 간 주인공은 좋아하는 영화감독을 파는 동지들을 만나고, 거기서 한 여자를 만난다.

“저들은 김곤을 개발지로 삼으려 하지만 우리는 낙원으로 삼지 않느냐”며 유대감을 느꼈던 미지 선생님은 친구, 동지인 줄 알았으나 모럴의 차이로 인해 나서서 주인공이 사냥해야 할 적인 ‘그 여자’로 격하된다.


대체 이 모럴이란 게 뭔데?


모럴이란 작중 주인공 말마따나 ‘인생이나 사회에 대한 정신적 태도. 어떤 행위의 옳고 그름의 구분에 관한 태도.’다.

소위 말하는 편 가르기, 색안경 끼기.


상황에 익숙해지자 골을 뒤흔들던 악취도 서서히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호랑이가 불편한 듯 근육을 움찔댈 때마다 척추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어쩐지 죄를 저지르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흥분되었다.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중에서


결혼 삼 주년 무렵의 새해, 건기의 치앙마이에 간 주인공은 고압전선이 둘러져 있는 자이언트 타이거 우리를 지나며 ‘냄새’를 맡는다.

그녀를 제외한 일행들은 모두 아무렇지도 않게 호랑이를 구경한다. 금방이라도 구역질이 날 것 같은 악취를 감지한 건 그녀뿐이다. 가이드, 일행, 남편 길우까지도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도 악취는 버젓이 존재한다.


“이미 일어난 일은 없던 일이 될 수 없다.”


주인공이 외면한 누군가의 말처럼.


#2025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성해나 #길티클럽_호랑이만지기


보다시피 형식과 장르 불문 #재미 #공감이 중요 요소다.

#가족애를 쓰거나, #길티플레저를 쓰거나 마찬가지로, 우리는 키워드 이면에 존재하는 재미에 대해 알아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그러니 최대한 깊게 생각하며 콘텐츠들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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