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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Mar 14. 2024

8화. 종이책 샘플을 만들고 생각한 것들

어느 작가의 1인출판 도전기


2월 말부터 인디자인 편집을 시작해 전자책 <모퉁이 빵집> 종이책 샘플 제작다.

이 책은 초단편 소설로 분량이 적기 때문에, 내가 그린 그림을 삽화로 추가하여 흑백 그림책 형식으로 제작하는 것이 계획이었다.


첫 샘플 표지는 '띤또레또'라는 엠보싱이 있는 종이로 선택했다. 막상 출력해 보니 단가도 높았고, 인쇄소에 따라 해당 종이를 사용할 있는 곳과 아닌 곳이 나뉘었다. 출력물의 느낌이 좋았기에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가능한 곳맡길까 고민도 해보았으나 그림이 주가 아닌 책인 데다 예산도 많지 않은데 굳이 그렇게까지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나의 예산과 맞는 종이, 인쇄 견적을 협의할 수 있는 인쇄소를 다시 수소문했다.

출판사 관련 카페에 내 책의 사양을 올리고 인쇄 견적을 보내달라는 글을 올리자 3곳 정도의 인쇄소에서 견적 메일이 왔다. 그중 에세이나 소설책 대상으로 인쇄 경험이 많아 보이는 업체를 골랐다. 제시해 주신 인쇄 견적도 마음에 들었다. 해당 업체 전무님의 추천에 따라 표지와 내지 종이를 다시 선택했다. 예상한 대로 잘 출력된 샘플북은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다시 현실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아무래도 페이지 수가 적은 작은 책이기에 아직 시작하는 출판사인 내 입장에서는 책값을 정하는 게 난제였던 것이다.


종이책을 준비하며 알아보니 단순히 인쇄 비용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교보나 영풍문고 등의 대형 서점에 종이책을 납품하려면 '배본사'나 '총판'을 통해야 했다.


내가 우선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배본사'였다. 출판사가 책을 만들고 인쇄소가 책을 인쇄해 제작한다면, 배본소는 서점에 책을 납품하고 책을 보관하는 물류창고의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일부 대형 서점에서는 배본사를 끼지 않아도 택배로 책을 받아주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앞으로 책의 종 수가 쌓이면  책을 보관할 창고가 필요하기도 하고, 주문이 들어왔을 때 곧바로 책을 파주 출판 단지에 있는 서점 본사로 보내는 데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권당 택배비도 배본사를 이용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기에 고민이 됐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첫 책을 냈을 때 책 인쇄 수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에 배본사의 월 보관료가 더 부담이 될 수 있었다.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말 정직하게 책 제작 원가와 유통에 맞게 책값을 매긴다면, 과연 내 책을 누가 사줄까?


이제 단순히 예쁜 책을 만드는 것만이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팬시적인 작은 책을 여러 권 낼 계획도 있었지만 그것은 작은 출판사에게 아직 버거운 계획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내 책을 최대한 여러 곳에 유통할 수 있는 객관적인 단가를 고민하게 되자 책의 기획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기존에 써놓은 2~3편의 단편소설을 더해 온전한 1권의 단편소설집으로 만들기로 했다. 종이책 샘플 제작을 해보지 않았더라면 이런 결정을 할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당분간은 전자책 제작에 매진하며 종이책을 출간할 자본력을  키우기로 했다.


결국에는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고 해도 나중에 돌아오는 것보단 낫겠지, 생각해 보며 좀 더 내실 있게 준비를 해보자고 다짐해 본다.



| 전자책 <모퉁이 빵집>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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