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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Mar 21. 2024

9화. 전자책 굽는 출판사, 밑줄서가

전자책<아침의 토스트>는 실물이 없다 ^^;

드디어 두 번째 ebook <아침의 토스트>의 온라인 서점 판매가 시작됐다.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밀리의 서재 그리고 북큐브라는 새로운 온라인 서점을 알게 되어 총 5군데의 서점과 대여 플랫폼에 책 등록 작업을 마쳤다.


<아침의 토스트>의 원고는 2019년도에 텀블벅 출간한 책 <토스트 먹고 갈래요?>의 개정 원고다. 원고를 쓴 지는 더 오래되었다. 2017년에 네이버 오디오클립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어 <따뜻한 일상 한 조각 - 토스트>라는 오디오클립 채널을 1년간 연재했었는데, 그때 방송 중  읽었던 라디오 스크립트가 <아침의 토스트>의 토대가 되었다.


이번 책도 epub파일을 만들기 위해 시길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편집했다. 개정 전의 책이었던 <토스트 먹고 갈래요?>는 종이책만 제작했었고, 당시 인디자인으로 작업해 놓은 터라 PDF 형식으로 전자책을 만드는 것이 훨씬 쉬운 길이었다. 게다가 오래전 원고인지라 원고 파일 원본이 소실되어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백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모든 텍스트를 인디자인에서 옮겨와야 하는 수고를 거쳐야만 했다.



얼른 두 번째 책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인디자인 파일을 다시 손보다가 결국에는 시길에 원고들을 모두 옮겨 붙이기로 결정했다. 일이 커졌지만 돌이켜보면 인생의 어떤 선택지에서 당장 쉬운 길을 선택할 때마다 반드시 후회를 했었다. 이제는 후회를 돌이킬 수 있는 나이도 아니니 작은 선택 하나도 소홀히 여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시 곰곰이 내가 이 작업을 어떻게 해야 추후 더 효율적 일지, 출판사의 방향성에 도움이 될지 생각해 보았다.


지금 밑줄서가가 현실적으로 출간할 수 있는 책의 형태는 모두 전자책, ebook이다. 밑줄서가의 첫 책 <모퉁이 빵집>역시 시길로 제작한 epub파일이었다. epub파일의 장점은 어느 리더기에서나 폰트 조절이 용이하고, 읽는 사용자(독자님) 중심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ebook을 취급하는 모든 온라인 서점에 판매가 가능하다. 또한 밑줄서가의 책은 거의 텍스트 위주의 책이므로 텍스트의 가독성이 중요했다. ebook뷰어에서 내 책에 '하이라이트', 즉 '밑줄긋기'가 가능한 것도 epub파일이었다.(PDF의 경우 최근 가능한 뷰어가 나왔다는 소식도 있다) 이러한 여러 사항을 고려해 조금 귀찮고 손이 많이 가더라도 두 번째 책 역시 epub으로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한 번 프로그램을 다뤄봤다고 자신 있게 책 파일을 만들고 오픈 며칠 전에 온라인 서점에 등록해 두는 여유도 부렸다. 표지 디자인은 이미 해 두었기에 책 홍보를 위한 티저 영상과 쇼츠 영상을 제작할 시간도 남았다.


아, 이거 생각보다 너무 일이 잘 풀리는데?


라고, 생각할 때가 바로 점검해 볼 때라는 걸 잠시 간과했다. 책 오픈에 대한 대부분의 준비를 마치고, 출간 예정일인 3월 18일이 되었다. 티저와 쇼츠 영상을 각 SNS에 업로드하고, 책 홍보 글도 올렸다. 따뜻한 이웃님들의 응원 글과 지인들의 축하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전 무모한 이벤트의 실패 요인을 파악하고 서평단도 모집해 보았다. 물론 아직까지 미미한 신청이지만 신청해 주신다는 것이 어딘가? 그렇게 수상하게 평안한 오픈 첫날이 지나갔다.


다음 날, 하루 늦게 밀리의 서재에도 책이 오픈되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PC 뷰어를 열어보았다. 앞쪽은 순탄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페이지 중반부터 폰트들이 제각각의 크기로 들쑥날쑥 춤을 추고 있었다.


?????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분명 PC에 설치한 자체 이북 뷰어에서는 멀쩡했던 파일이었다.


몇 번이나 검수했었는데 어떻게 된 걸까....  음... 그러니까 내가 어디 어디 등록했지?

맞다... 5군데.... 5군데 다 저 모양이라는 거 아냐...!!


나는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에 설치된 각 서점의 뷰어 앱을 열어봤다.


그런데 또 스마트폰에서는 멀쩡하게 보였다. 이게 무슨 현상이지...? 혹시 내 PC의 오류가 아닐까?


나는 약간의 희망으로 다시 PC 뷰어로 돌아갔다. 도무지 어디서부터 파일을 수정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때 마침, 감사하게도 책을 벌써 읽어 보신 독자님의 한 줄 리뷰가 올라왔다. (이것이 전자책의 스피드일까?ㅋ)


내용은 대략, 감성은 괜찮은 책이지만 폰트 크기가 들쑥날쑥이라 보기 불편했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한번 댓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현실 파악이 정확히 되었답니다! 꾸벅!!)



힘이 빠진 나는 다시 느릿느릿 시길을 열었다. 그리고 문제가 된 페이지의 꼬부랑글씨들을 확인했다. 일단 문제가 없는 페이지와 비교해 봤다. 다행히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문제가 된 파일에는 내가 지정한 스타일 시트가 아닌 다른 코드가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게 어디서 날아와 달라붙은 것인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ㅠ) 당장 설정이 되어 있는 내 뷰어에서는 멀쩡해 보였지만, 나와 세팅이 다른 PC나 스마트폰에서는 당연히 달리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초심자에게 '당연함'은 경험을 통해서만 습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은 순간이었다.


물론, 지금도 완벽을 확신하긴 이르다. 또 어디선가 내가 몰랐던 오류들이 발견될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해도 다시 수정하고, 만들다 보면 되겠지 생각하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힌 두 번째 출간 후기였다.


어쩌다 보니 밑줄서가의 책은 연속으로 '빵'을 소재로 하고 있다. 정말이지 홈베이킹하듯 책을 만들고 있는 요즘이다. 친구 770이 그려준 로고도 마치 '빵'을 굽는 모습이다. 문득 여기에 착안하여 밑줄서가의 캐치프라이즈(?), 방향성을 정해봤다.


전자책 굽는 1인출판사 밑줄서가.
오늘도 맛있는 글을 굽고 있습니다.


형태가 없는 전자책. 어쩌면 손에 잡히는 종이책보다 전자책에는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진심으로 '마음'을 담는 책을 만든다면 그것의 형태가 무엇이 되었든 결국 통하리라 생각한다. 알 수 없는 코드 가득한 전자책이지만, 그 뒤에 아직 이렇게 한 땀 한 땀(실은 떠듬떠듬) 책 만드는 사람이 있다고 알리고 싶다. 뭐 한 번에 되는 것이 있을까.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재료로 밑줄서가만의 길을 찾아 걸어가다 보면 어떻게든 되어가겠거니 작지만 큰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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