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이면 찾아가는 조용한 카페가 있었다. 2층 건물이었던 그 카페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는 창가 앞 구석 자리였다. 거기에 있으면 맞은편 건물 아래 담배 피우는 사람들, 커다란 가로수 나무 하나가 보였다. 그렇게 좋은 풍경이라고 할 수 없었지만, 완전히 가로막히지도 공개되지도 않은 그 장소에서 아늑함을 느끼고는 했다. 한 번은 폭우가 내려 한참 동안 내리는 비만 바라보고 있었다. 고양이 한 마리가 비를 피해 달려갔고, 오토바이로 운송을 하던 남자가 비옷을 입고 서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공간은 다시 텅 비어있고, 비는 내리고, 나는 또다시 무언가가 내게서 사라진 것을 알았다. 이후 그 카페도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가진 여름 중 하나가 또 사라졌다.
| 아주 예전에 '불조심'이라는 간판을 단 주점에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드나들던 시절이 있었다. 그곳은 원래 횟집이었는데 큰 화재를 겪고 난 후 간판을 불조심으로 바꾸었다고 했다. 이제 거기에 함께 가던 사람들은 모두 연락이 끊어졌다. 그러고 보니 십 수년 전 일이다. 이제는 완전히 타인이 되어버린 사람들과 술에 취해 웃고 울었던 때. 가게는 사라졌지만, 그때의 기억은 타다 남은 재처럼 가끔 희미하게 흩날릴 때가 있다.
| 나의 첫 작업실은 낡은 주택 건물에 있던 뒷방이었다. 첫 직장 동료이자 절친이 된 H와 함께 벽을 꾸미고, 낡은 책상에 락카를 뿌리고, 곰팡이를 지우며 서너 달을 보내다 오피스텔에 있는 제대로 된 두 번째 작업실을 얻었다. 우리는 그 두 개의 작업실에서 20대 중반을 보냈다. 작업실을 정리하던 해, 우리는 서울로 떠날 결심을 했다. 그때의 결정이 옳은 것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걸 물어볼 H도 이제는 사라지고 없다. 가끔 궁금해진다. 우리가 그때 작업실을 정리하지 않고, 서울에도 오지 않았더라면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 언젠가는 모든 곳이 사라질 것이다. 지금 내가 앉아있는 소파 테이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