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예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 하기를 좋아했다. 주고 나면 곧 잊었다. 나중에 시간이 좀 지나서 친구가 네가 준 것을 잘 사용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내가 그런 것을 주었었나 떠올리고 새삼 놀라기도 했다. 친구는 그런 나를 '쿨하다'며 예쁘게 포장해 주었지만, 실은 그게 아니었다.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는 내가 준 것을 잊을 정도로, 무심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은연중, 주는 행위를 통해 내 기질을 보완하려고 했던 것이라는 걸 이제는 밝힐 수가 있다.
| 그래도 주는 일은 대체로 즐겁다. 무언가를 줄 때에는 그것이 상대에게 곤란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먹는 음식이 특히 그런데, 상대방의 체질이나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고, 간직하기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만약 먹을 것을 주어야 한다면 차나 커피 등의 마실 거리가 좋다. 가벼운 디저트도 괜찮은 편이다. 그런 것들은 대부분 패키지도 아름답고 가벼운 편이라 받는 상대들도 대부분 좋아해 주었다. 물론 이것 역시 상대가 카페인이나 당분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는 관계일 때 줄 수 있다.
| 제일 애매한 것은 책이었다. 내게는 너무 좋았던 책이 상대방에게는 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아주 나중에야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걸, 너도 좋아하면 좋겠다는 마음. 어쩌면 좋아해 달라는 강요. 돌아보니 다분히 이기적인 마음이었다. 문득 귓등이 뜨거워진다. 그동안 책을 너무 많이 선물했다. 너무 많이.
| 줄 수 있다면, 받을 수도 있어야 한다. 관계는 탁구처럼 주고받는 것이다. 한쪽만 계속 서브하면 결국 지치게 되어 있다. 주는 쪽이나 받는 쪽. 혹은 둘 다.
| 물론 주고받지 않는 관계도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관계가 깊어질수록, 지속되는 과정에서 주고받기를 무시할 수는 없다. 꼭 물질이 아니라 하더라도 '마음'이란 것이 있기 때문이다.
|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 중에 하나다. 그런 관계가 지금 내게 얼마나 남아있는지 생각해 보는 요즘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런 것을 생각해 볼 마음이 아직 있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더라면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