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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Oct 23. 2024

읽기

|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쓰기만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멈추었다. 더는 내 안에서 나올 것이 없었다. 읽을 수밖에 없었다.


| 읽는 일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라기보다 언제든 시간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일에 가깝다. 하루 중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는 의미였다. 언제든 시간은 만들 수 있었다. 읽을 수 있었다. 다만 그러고 싶지 않거나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껴서 늘 읽을 시간이 없었던 것뿐이다. 예전에는 그랬다.


| 소설을 쓰고자 할 때는 소설을 읽고, 시를 쓰고자 할 때는 먼저 시를 읽어야 한다. 읽지 않고 쓰는 글은 결국 자기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자기밖에 남지 않게 된다. 밖으로 한 걸음 내딛는 일 중 하나가 읽음이었다.


| 읽는 것은 가끔 쓰는 것보다 어렵다. 읽다 보면 유독 잘 읽히지 않는 책이 있는데, 읽다 말아도 괜찮다고 하는 사람과 인내를 가지고 끝까지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둘 다 맞다. 그런 책이 있고, 아닌 책이 있다. 살다 보면 그런 책과 아닌 책도 늘 달라진다. 사람은 결국 변하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읽으면서 시작한 하루에는 허기가 없다. 


| 어제 읽다만 책에는 오늘 읽을 페이지가 표시되어 있다. 더는 방황하지 않는다. 이어서 읽고, 내일을 위한 페이지에 다시 책갈피를 끼워 두기. 오늘도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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