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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Oct 25. 2024

반복하기

| 매일 소소하게 반복하는 일들이 있다. 아침 일기 쓰기, 독서, 커피 한 잔 내려 마시기, 밥 하기, 고양이 밥 주기. 모두가 일상을 채워주는 일들이다.


| 반려묘 영심이는 반복의 대가다. 매일 아침, 우리 부부의 잠을 깨워주고, 료를 먹는 동안 내가 지켜봐 주기를 강하게 요구한다. 밥을 다 먹으면 빗질을 받고, 아침에 먹는 피모 영양제 한 스푼을 빼먹지 않고 챙겨 먹는다. 오후에는 침대로 가서 일광욕을 즐기고, 저녁이 되면 소파로 자리를 옮긴다. 저녁이 되면 츄르를 먹고, 약간의 놀이를 한 후 11시 40분쯤이면 자신의 잠자리인 소파로 가서 잘 준비를 한다. 녀석은 자신의 애착 이불을 깔아야만 잠을 자기 때문에 미리 소파 위에 준비해두어야 한다.


| 어제 오후,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경기 버스 안에서 노래 한 곡을 반복해서 들었다. 반복해서 들어도 질리지 않는 곡이었다. 무심하게 반복되는 후렴구 가사와 멜로디 속에는 별 의미가 없었지만 따라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이 있었다. 단순한 멜로디를 만들기까지 얼마나 수많은 반복이 있었을지 듣는 입장에서는 알 수 없다. 단지, 단순해 보이는 것들은 수많은 것을 반복해서 깎아낸 결과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 어제 쓴 글을 오늘 고쳐 쓰기. 지금 내게 반복되는 일 중, 중요한 일이다. 중요하기 때문에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다. 같은 곳을 반복해서 맴돌며 확인하고 의심하고 지우고 다시 쓴다. 중요하다는 마음부터 버리면 좋을 텐데 그러는 게 힘들다. 결국 욕심이고 인정욕구에서 비롯된 거라는 걸 알면서도 반복되는 일과다.


| 반복에 단련된 사람들은 쉽게 번복하지 않는다. 일상을 채워주는 반복이 어김없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단단해질 거라고 믿는다. 그렇게 단련되어 갈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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