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나 고우나 우리 회사
회사로 돌아가지 않으면 배신자가 될 것만 같았다.
다들 내 자리를 지키며 기다리는데 나는 이탈할 생각만 하고 있고 모든 걸 꼬아보는 건 아닐까 나를 돌아봤다.
출산 전후로 못나게 각진 내 마음을 치유하겠다 마음먹으며 남은 휴직 기간을 보냈다.
물론 남은 기간도 편하진 않았다.
복직 후 사회생활 지속을 위해 미리 육아 인프라를 구축했다. 어린이집만 보낼까 했지만, 여러 인터넷 선배들 이야기를 보니 어린이집만 보냈다가 감염병으로 가정보육을 해야 할 수도 있어 조부모님께 부탁드리거나 다른 방법을 구축하라고 했다.
우리는 양가 조부모님께서 다 사회생활 중이라 부탁드릴 수 없어 어린이집 하원부터 저녁 8시까지 봐줄 수 있게 사람을 고용했다.
혹여 복직 바로 직전부터 시터를 고용했다가 합이 안 맞아 다른 사람을 구하게 될까 봐 없는 돈 끌어모아 복직 두 달 전부터 시작했다.
맘시터, 시터넷에 내 상황과 근무 환경, 조건을 입력해 보냈지만 생각보다 연락이 오지 않아 이력서를 찾아 몇 분께 연락드렸고 극적으로 정말 좋은 분을 만났다.
복직 두 달 전부터 아이도 나도 적응해 갔다. 대신 아이가 너무 어리기에 어린이집은 최대한 짧게 보내며 아이와 시간을 보냈다.
평일엔 아침을 제외하곤 아기를 볼 일이 없었고 업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다시 열정을 갖고 열심히 할 마음으로 출산 후 6개월 만에 복직했다.
하지만 날 반기는 건 달라진 업무 분장이었다.
출산 휴가 기간 내게 공유하던 그 업무는 내가 하는 게 아니게 됐다.
이럴 거면 왜 이리 서둘러 돌아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