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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언니 Oct 12. 2023

나, 정말 뒤처진 걸까?

자기 객관화를 위해 채용 문을 두드렸다.

임신부터 출산휴가까지 지속되는 불편함이 지독한 불안감이 되어 이를 완화하고자 이직 시장에서 난 어떤 포지션일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정말 좋은 회사였다.


앞선 화를 읽었을 땐, 이런 회사가 다 있어? 이상한 곳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은 정말 좋은 회사였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이런 미션을 이루기 위한 회사다.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진정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돈을 제대로 써야 하는 조직에 있다 보니 업무를 할 때 기초부터 토론하며 업무에 임했다.


또 이런 업무 토론을 하는 구성원은 대부분 해외 유학 출신이거나 명문대 출신이거나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들, 소위 말하는 엘리트인데(나는 평범함 그 자체) 인성도 훌륭하고 생각이 깨어있었다.

구성원 하나하나 존경할 만한 사람들이었고 어떻게 이런 조직이 있지 싶을 정도로 좋았다.


더불어 보수도 섭섭지 않게 잘 챙겨줬다.


돈, 업무, 동료 모두 만족스러웠고 그중 가장 장점은 동료였다.


하지만 훌륭한 구성원이 하나 둘 이탈하며 조직도 의도치 않게 조직 체질 개선이 되어갔다.

그러면서 약 7개월, 조직이 붕 뜬 상태였고, 이전 조직은 다시 기대할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직을 해야겠다는 결심


그러던 와중 임신과 출산 휴가 때 상황을 직면하며 이 조직에 아주 오랜 기간 머물 순 없겠단 결론을 내렸다. 어찌 보면 회사에 대한 콩깍지가 벗겨진 시점이었다.


그렇게 나는 젖먹이 아기를 돌보며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경력 기술서를 보강했다.

아기는 100일 전까지 2시간 30분 텀으로 수유를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밤, 낮 없이 계속 아이를 돌보며 컴퓨터 앞에 앉아 이직을 위해 달렸다. (물론 밤수는 남편이 대부분 다 했다. 정말 대단하고 멋진 그)

혹시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할까 봐 포트폴리오 스터디 모임도 들어서 주기적으로 포트폴리오 피드백도 받고 채용 공고를 보며 내가 어필할 프로젝트에 따라 구성을 바꿔가며 정말 열심히 지원했다.


그렇게 휴직 기간 동안 총 세 곳의 면접을 봤다.


그런데 면접에서 번번이 실패했다.

첫 번째 면접은 직무가 적합하지 않았다. 오히려 면접관 시간을 뺏었다고 생각들 정도로 맞지 않는 곳에 운 좋게 서류 합격하고 면접을 봤고 불합격했다.

나머지 두 개는 자신감 부족이었다.

휴직 기간에 이직하면 당장 아기는 어찌할지, 이전 회사엔 언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누군가의 경험을 듣기도 어려웠고 더욱이 내가 몸담은 조직에서는 어찌 나올지 모르기에 걱정이 됐고 이 걱정은 자신감 결여로 비추어졌다. 그 결과 모두 불합격했다.



그래도 경쟁력이 있음에 안도


그래도 이런 시도는 유의미했다.

이직 시장에서 내 이력이 경쟁력 있고, 실제 이직을 하려 할 땐 마인드셋만 잘 정돈하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단 자신감이 생겼다.

또 회사 다니면 정리하기 어려운 포트폴리오 정비도 하고 경력기술서도 업데이트하여 이후 이직 시도 시 지원 시간을 단축해 주고 서류 합격을 높여주는 귀중한 자산이 됐다.

더욱이 당시 지원한 회사를 분석하는 방법론을 개발해 아직까지 이직 준비 중인 친구들에게 요긴하게 쓰이는 자료도 만들었다.



아기 낳으면 정말 돈이 없어지네?


하지만 이때 극심한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으로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있었고 더욱이 날 힘들게

한 건 빠르게 사라져 가는 통장 잔고였다. 출산휴가 급여는 2달은 회사에서 나오고  육아휴직 때부턴 나라에서만 나오는데 회사에서 고용보험에 제출할 서류(필수는 아니었으나 제출하면 나에게 더 이득인 상황) 전달이 늦어져 정말 긴 시간 그 적은 돈도 받지 못했다.

물론 이 경험 덕에 난 평생 월급 잘 나오는 회사는 관두지 못할 듯하다.


그렇게 허덕일 때 성과급이 들어왔다.

임원분이 특별히 잘 챙겨줬어라는 인사팀 동료의 인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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