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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언니 Oct 05. 2023

의욕 있는 육아휴직 대체자가 왔다.

이때부터 시작된 불안감

당시 회사에선 내 업무를 백업할 수 있는 동료가 없어 육아휴직 기간 대체자(계약직)를 뽑는다고 했다. 하지만 ‘대체자’라는 어감이 주듯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만 일하고 계약이 종료되는 고용형태였다.


나에게 JD(Job Description)을 써달라기에 현 프로젝트에서 필요한 역량을 상세히 적어 팀장에게 공유했고 연차도 너무 낮으면 안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국 확정된 희망 연차는 3-5년 차였던 걸로 기억한다.

‘쉽지 않을 텐데…’ 걱정했지만 구직자들은 JD내용과 희망연차, 고용형태를 종합하여 정말 극소수를 제외하곤 지원하지 않았다.

출산 일정은 다가오고 대체자는 보이지 않고 매우 막막했다.


그때 인사팀 동료가 적임자가 있다며 연차는 많이 높지만 잘할 거라며 추천해 왔다.

이전 회사에서 같이 협업했던 동료인데 꼼꼼하고 차분하고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하여 이력서를 받았다.


연차는 나보다도 높은 10년 차 이상이었고 진행한 프로젝트도 많고 프로젝트 난이도도 높은 작업이라 적임자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멋진 이력을 가진 사람과 근무기간도 상당기간 겹쳐 시너지 내며 열심히 일해야겠단 마음에 면접에서도 긍정 시그널을 보내며 전임자로서 면접 합격 의견에 힘을 싣었다.

면접에서 임원분이 “연차도 높고 프로젝트도 많이 하셨는데 계약직인데도 지원하신 이유가 있을까요,“라며 질문했고 “지금 다니는 에이전시는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해서 돌아가려면 언제든 돌아갈 수 있지만 여기는 아니라고 생각되어 지원했습니다.”라고 답했다.

내가 휴직이 끝나고 돌아올 때까지 자리를 잘 지켜줄 수 있는 든든한 사람으로 보였고, 나도 내가 돌아와도 내 자리는 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결과 합격했고 이전 회사 일정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입사했다. 그 시점은 내가 출산하기 한 달 전이었고 함께 회사를 다니며 인수인계해 줄 수 있어 참 다행이었다.


회사에 잘 적응하고 업무 파악도 빨리 할 수 있게 문사도 정말 꼼꼼하게 만들고 매일 인수인계 시간을 잡고 늘 회의하며 일했다.

그러던 중 업무를 하며 내가 실수한 일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이거 실수한 거 아니야?”라고 말했다.

“아, 내가 실수했다. 수정할게, 앞으로 꼼꼼하게 볼게.” 당시엔 답답해서 그랬나 보다, 내가 더 잘해야지, 좋은 사람이 왔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지 라며 내 실수를 들춰도 큰 타격이 없었다.


인사팀 동료의 추천대로 그는 정말 꼼꼼한 사람이었지만 다른 동료의 실수를 누구나 있는 자리에서 말하는 사람이었다. 합리적인 사람이겠지, 효율을 중요시하는 인재라 그런 거겠지 하고 참았다.


하지만 이런 일이 빈번히 발생했고 결국 내가 돌아왔을 때 내 자리가 없으면 어쩌지? 내가 휴직 간 기간 동안 나를 깎아내릴 것만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함께 일하는 한 달 동안 이전에 반려당한 프로젝트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보고로 올라가지 못했다.

결국 난 프로젝트 착수도 그에게 맡긴 채,

꼼꼼하지 않은 나를 탓하며 출산 휴가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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