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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 남PD Dec 19. 2019

#15. 결혼 초, 여자들이 범하지 말아야 할 실수

우리 뇌는 생각이 생각을 물고 온다!


"여보, 여보는 나 보면 설레??"
"안 설렌댔지?"
 "'챙겨주고 싶고 내 사람이다' 싶은 거지. 설레는 것보다 중요한 거야."


아직도 나 보면 설레냐고 물었었다. 결혼한 지 1년이 되지 않아 그렇게 물었다. 당연히 'yes!'가 나올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설레진 않아. 설레는 거랑 다른 느낌이야. 조금 더 편안하고, 조금 더 내 사람이라는 느낌. 내가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


참나... 어이가 없네? 그렇게 결혼 전엔 안달복달 하루도 안 보면 안 될 것처럼, 114일 만에 결혼에 골인시키더니, 너무 한 거 아님? 설레지 않는다는 말에 배신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치!"
"왜 치야?"
"나도 안 설레, 하나도 안 설레"
"자기야, 설레는 건 연애하면서 서로 불안할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해. 난 자기가 있어 마음이 편안하고, 더 챙겨 주고 싶고, 자는 모습 보면 '내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사랑이야. 설레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너무 당당한 그 모습에 당황한 건 나다. 어떻게 설레지 않는다는 말을 이렇게 당당하게 할 수가 있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의 말은 일리가 있었고, 지금은 매우 공감한다. 결혼한 후에 서로가 더더 좋아질 수 있었던 데에는 결혼한 직후 위기(?)를 잘 넘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씨... 변했어... 확실히 변했어.... 내가 잡은 고기야? 내가 잡은 고기여서 맘에 놓여?'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날, 남편과 나는 퇴근하자마자 뗄 자료가 있어 차를 몰고 근처 주민센터로 향했다. 무인발급기가 있었던 주민센터로 가는 길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 남편의 머릿속은 회사에서 다 마무리하지 못한 일로 가득 차있는 듯했다.


"여보, 오늘은 재밌었어?"
"아니, 그냥 그랬어."
"왜??"
"응, 아니 일이 덜 끝난 게 있는데, 그걸 어떻게 마무리할까 그 생각 때문에 골머리가 아팠어."
"그랬구나... 사무실 나오면서 바로 잊어버려. 그래야 집에 와선 힐링을 할 수 있잖아~!"
"응, 그럴게."


계속 시무룩한 남편 얼굴이 신경이 쓰였다.


'회사 일은 회사에서만 생각해야지... 왜 집에 와서까지 머리에 담고 있어?'


그래도 나는 이렇게 저녁에 늦게라도 나오니 좋았던 터라, 그 짧은 시간도 즐겁게 보내고 싶었다. 남편의 기분을 좀 나아지게 만들어주고 싶었고, 오히려 여자인 내가 남자인 남편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연출됐다. 자존심이 좀 상하지만, 것보다는 지금 그의 기분을 업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갑툭튀) 나, 뽀뽀해줘!"
"응? 일단 이거 먼저 떼고 하자!"
"응? 뽀뽀가 뭐 별거라고. 지금 해줘!"
"이따 하자!"


뭐 이리 단호해? 자존심이 확! 상했다. 내가 먼저 뽀뽀해 달란 것도 좀 자존심 상하는데, 뭣이라? 이따 하자니... 그게 뭐 1분이 걸려, 2분이 걸려.  


'그깟 뽀뽀 따위....'


"됐어! 필요 없어! 그리고, 앞으로 나한테 뽀뽀도 하지 말고, 말도 걸지 마! 내 옆에 오지도 말고."


'왜 내가 자존심을 버려야 하지?' 하는 생각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데, 화가 나면서 갑자기 서글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삐딱선을 타겠다고 다짐했다.


'변했어... 아무리 생각해도 변했어....'

'결혼... 잘못했나 봐... 아무래도 너무 빨리 한 거지? 아... 씨....'

'이렇게 빨리 식은 거야?'

'내가 만만해?'

'변할 거였으면 왜 그렇게 잘해줬어?'


서운함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눈덩이처럼 커지기 시작했다. 서운해서 눈물이 글썽글썽하던 중, 남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슨 소리야... 그런 거 아니야. 내가 일 때문에 지금 정신이 없어서..."
"그래, 그럼 일만 하면서 살아. 난 금세 변해버리는 그런 남잔 필요 없어."
"여보, 아니야, 그런 거. 왜 변해, 내가."
"변했잖아. 변한 거야 그건. 난 여자고, 사랑받아야 할 존재야. 여자는 원래 그런 존재인 거야. 근데 변했어."
"아냐. 미안해. 내가 회사 일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서 그래."
"그럼 회사 일만 하고 살아. 나한테 접근하지 마."


정말 말도 안 되는 생떼를 쓰면서 남편의 사과를 받지 않았다. 집에 와서는 어찌나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던지. 엉엉 목놓아 울었다.


'불쌍해... 내가 너무 불쌍해... 괜히 했어... 이렇게 빨리 하는 게 아니었어!'


남편이 변했다는 생각은 나 스스로에 대한 연민으로 발전했다. 눈물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데 남편은 조곤조곤 자기 말만 하고 있었다. 다 듣기 싫었고, 다 거짓말 같았다. 근데 더 어이없는 상황은, 이렇게 우는 날 보고도 가만히 두는 그의 반응이었다.


'뭐야? 왜 안 달래줘? 와서 안아주고, 미안해, 정말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고 안아주면서 토닥거려주고, 뽀뽀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왜 안 달래줘?"
"응?"
"왜 안 달래주냐고... 나 울고 있는데..."


꺼이꺼이 넘어가면서 7살 애 마냥 남편을 보고 눈물, 콧물 흘리며 이야길 했다. 갑자기 우는 통에 당황한 나머지 남편은 내 화와 울음이 가라앉길 기다렸던 모양이다. 결혼 전에 싸워본 경험도, 울어본 경험도 없었기에 적잖이 당황했던 남편. '화가 났을 땐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말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그런 남편의 모습에 나는 더 서운해졌고, 더 화가 났고, 더 슬펐다.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아야 하는데 왜 혼자 외롭게 내버려 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기가 화가 났으니까. 서운한 거 같으니까. 그래서 기다린 거야, 기분이 좀 좋아질 때까지."
"언제 좋아질 줄 알고..."
"안 좋아져?"
"응. 난 안 좋아져, 가만 내버려 두면."
"그럼?"
"미안하다고 와서 안아주고, 달래주고, 남은 눈물 다 떨어질 때까지 등 톡톡 두드려 줘야 풀려."


그제야 남편은 "으이구, 이놈아~~" 하며 볼을 꼬집고 "네가 애기냐~~ 울보!" 하며 꼭 끌어안아 주었다. 서러움에 눈물이 폭발했고 '으앙' 하고 울었다. 그리고 단숨에 서운함은 눈 녹듯 사라졌다. 포근한 그의 품에서 모든 게 다 풀렸다. 그랬다. 생각도, 취향도 비슷했지만, 남편과 나에게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었다.


첫째, 남자인 남편은 한 번에 하나밖에 하질 못하지만, 여자인 나는 웬만한 건 멀티가 가능하다. 고로, 남편은 회사 일에 온갖 신경이 가 있을 땐, 회사 일 하나만 생각하는 반면, 나는 회사일도 고민하며 동시에 저녁에 남표니와 뭘 하며 놀지 생각도 가능하다. 게다가 회사 문을 나오면서부터는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남표니랑 놀아야지~!' 하는 편. 보통 남자들이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머릿속에 동시에 시뮬레이션 돌리는 일은 정말 어렵다. 따라서 이걸 강요하면 안 된다. 싸움만 될 뿐. 그래서 나는 전략을 바꿨다. 남편이 퇴근하면 회사를 나오는 순간부터 잠깐 다른 서랍 속이 넣어 두는 트레이닝을 시켰다. 퇴근 후 저녁 시간은 아내와 온전히 즐기는 꿀맛 같은 시간임을 점점 더 몸과 마음으로 느끼도록 해 주었다. 맛있는 밥을 지으며 퇴근 후 잠자기 전까지를 마치 소꿉장난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고, 저녁식사 시간은 우리 둘의 하루를 공유하는 진짜 재미있는 수다 타임으로 만들었다. 밥을 다 먹고는 집을 정리했고, 때로는 산책을 하며, 때로는 장을 보며 '신혼놀이' 하는 기분을 만끽하게 해 주었다. 결혼 4년 반이 지난 지금, 나의 남표니는 회사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고민은 잠시 접어 둘 줄 알게 됐다. 대신 고민거리의 포인트를 생각해 나와 의논을 하고, 솔루션을 짜 낸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 둘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었고, 실제로 다양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했다.


둘째, 남편에게 바깥에서의 스킨십은 금기사항이다. 범죄 영화를 많이 봐서인지, 우리가 <그것이 알고 싶다> 왕팬이어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행동을 하면 나의 아내, 나의 여자가 다른 사람들의 범죄 타깃이 될 수 있고, 이목을 끌 거라는 생각을 한다. 결혼한 지 4년이 지난 지금, 남표니의 이러한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러나 하도 뽀뽀 타령을 하는 와이프 때문에 요즘은 뽀뽀 정도는 잘해준다. '뽀뽀 둥이' 나는 쉴 새 없이 남편의 뽀뽀를 받으며 뿌듯해하는 중이며, 머리를 쓰담쓰담해 줄 때 사랑받고 있다고 느낀다. 남편이 바깥에서 뽀뽀하고 쓰담쓰담할 때, 매우 좋아하는데, 이런 반응이 남편의 금기사항을 조금씩 깨는 데 도움이 됐다.


셋째, 남편이 조용할 때에는 무언가 중요한 것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혼자 게임을 한다든가(게임은 애초에 취미가 없는 사람이지만 초반엔 몰랐으니까), 쓸데없는데 시간을 허비한다는 생각으로 지레짐작하지 말 것. 남편은 가끔 혼자 핸드폰을 보거나 혼자 뭔가를 하며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럴 땐 보통 내가 언젠가 궁금해하던 것에 대해 검색을 하고 있거나, 우리에게 필요한 제품을 찾거나, 저녁에 함께 볼 영화를 검색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남편이 뭔가 조용할 때에는 잠시 그것에 골몰할 수 있도록 두면 된다. 처음엔 퇴근 후 핸드폰을 들고 골몰하는 모습에 속으로 '뭐해, 혼자..?' 살짝 심통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 뭐하냐고 물어봤을 때 대부분 내가 지나가며 했던 말들을 기억해 해결하고 있는 걸 알고 난 다음부터는 또 한 번 감동, 살짝 반성을 했더랬다. 결혼 초기 이런 경험은 '남편은 스스로 알아서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남편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높아졌다.


아내들이여, 결혼 후 남편이 "설레진 않다"하여 실망하지 말기를! 그가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신혼 초, 아내들이 하지 말아야 할 생각은 '남편이 변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남자라면 보통 결혼을 전후로 대폭 바뀌지 않는다. 약간의 편안함은 생길 수 있지만, 내 여자  내 아내를 사랑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신혼 초, 남편들이 하지 말아야 할 생각은 '결혼하더니 잔소리가 늘었다'는 편견을 갖는 것이다. 단순히 잔소리라 무시할 것이 아니라, 아내의 작은 소리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다 보면 남편에 대한 잔소리는 줄고, 남편의 입지는 더욱 크고 공고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혼하고 나서 누구 한 사람이 기선을 제압한다거나, 누구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길들여야 한다거나, 습관을 잘 들여야 한다거나 하는 주변 오지라퍼들의 책임감 없는 소릴 듣게 된다. 하지만 부부 두 사람 사이는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사람이란 존재는 누가 누구를 길들인다고 해서 길들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길들여진다고 믿고 있다면 그저 겉으로만 그런 척 맞춰주는 것일 뿐, 상대의 마음을 얻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와 나의 남편은 오늘도 서로를 조금 더 사랑하는 중이다. 저녁에 남표니가 퇴근하면 막 지은 갓밥과 따끈한 감잣국을 끓여 저녁을 먹고, 티코 아이스크림 하나씩을 까먹으며 수다를 떨 것이다. 그와 보내는 시간이 너무 재미있어 그의 퇴근 시간이 기다려진다. 보고 싶다, 내 남자~!


이전 02화 #14. "여보...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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