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여행이 주는 '부부 관계' 반전 효과
아이를 출산했다. 마흔 하나에 어렵게 임신을 했고, 마흔둘에 엄마가 됐다. 이 글을 쓰기까지 석 달이 넘게 걸렸다. 예상대로 엄마의 삶은 생각보다 더 빡세다. 우리는 새벽마다 수유를 해야 했고, 졸린 눈을 비비며 아기 맘마를 타야 했고, 가끔 아기에게 수유를 하다 젖병을 든 채로 발라당 고꾸라지기도 했다. 그 망할 놈의 코로나 때문에 외출은 극히 드물고, 화장할 일도 드물고, 운동할 시간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여전히 지극정성이고, 애틋하다. 이것이 그 소위 말하는 '전우애'인지 궁금해 물었다.
"자기야. 결혼 전 내가 더 좋아, 아님 지금 내가 더 좋아? 그러니까 내 말은 결혼 전보다 지금 더 많이 사랑해?"
"당연하지! 자긴 안 그래?"
"당연히 더 좋지. 나 요즘 화장도 제대로 못하는데, 그래도 좋아?"
"당연하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난 당연히 지금이 더 좋아. 연애할 때도 좋았지만 그땐 뭔가 불안정했다면, 지금은 자기가 더 소중하고 애틋해. 내 여자고, 내 아내고, 내 아이의 엄마니까. 그래서 더 사랑해. 내가 지켜줘야 할 것 같고."
결혼 전보다 나는 남편이 훨씬 더 좋아졌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짧은 연애를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1년에 한 번 이상 해외여행을 떠났고, 매주 주말에는 강원도부터 제주도까지 여행을 다녔다. 1박이 힘들면 근교 카페라도 가서 좋아하는 커피를 마셨고, 사진을 찍었고,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우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바다와 햇살과 바람과 태닝과 여유로움을 사랑하는 #꽁든부부 는 마치 연인처럼, 이태리, 하와이, 발리, 베트남을 매년 허니문을 가듯 다녔고, 매주 #라떼맛집 을 찾아 전국 카페를 돌아다녔다. 그러다 커피가 지루해질 때 즈음에는 국내 숙소를 정해 여행을 다녔고, 그 지역 우리들의 아지트를 정했다. 양평에 카페가 많아지기 전, 남들이 모르는 카페와 명소들을 찾아 문턱이 닳도록 다녔고, 우리만의 추억을 기록했다.
크고 작은 여행과 근교 나들이는 짧게 연애하고 결혼한 부부에게는 최고의 시간이다. 결혼은 했지만 서로 몰랐던 부분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사진을 찍고 맛있는 걸 먹으면서 꽁알 꽁알 꿀단지 하나가 더해진다. 그러면서 남편의 든든함에 더욱 기대게 되고, 남편은 아내를 더욱 감싸게 된다.
우리 부부는 운동을 좋아한다. 대학 시절 남편의 꿈은 영양 관리를 해주는 짐(당시에는 매우 신박한 아이디어였다)을 만들어 관장을 하는 것이 꿈이었고, 나는 퇴근 후 매일 운동을 하며 업무 스트레스를 풀 정도로 운동을 즐겼다. 결혼 후 우리는 매주 꽤나 비싼 짐에 등록해 운동을 다녔다. 남편은 기구 사용법을 알려 주었고, 나는 훌라후프 돌리는 법을 알려 주었다. 운동을 하다 심심하면 사진을 찍으며 꽁냥 댔고, 운동 후에는 아이스 라떼를 마시며 저녁에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했다.
언젠가 한 번은 짧은 연애 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으로부터 메일을 한 번 받았다. 가끔 고민을 상담해 오는 분들이 있는데, 짧은 연애 후 결혼에 대해 고민을 가진 분들은 적지 않다.
"저는 짧은 연애를 하고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랑입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짧은 연애 후 결혼하는 것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길게 장황하게 답장을 보냈는데, 사실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짧게 연애하고 결혼하면 우선 여전히 설레고, 배우자가 너무너무 좋아서 결혼 초기가 너무 신나고 행복하다. 이것은 뒤집어 보면, '내 남편을, 내 아내를 여전히 알아가는 중'이라는 뜻이고, 이는 즉슨 '내가 모르는 면이 너무 많다'라는 뜻이기도 하다. 자연히 '매우 많이 싸울 수 있음'을 뜻한다. 이 시간을 잘 보내면, 내 남편이, 내 아내가 너무너무 좋아서 매일매일 더 사랑에 빠지는 부부가 될 수 있다. 이 시간에 싸우기 시작하면, 매일 지지고 볶는, 그래서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부부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짧은 연애 후 결혼하는 것을 추천하는 편이다. 만약 당신이 나이가 많다면 더더욱! 그러나 여기에 전제 조건이 하나 있다. '이 사람, 진짜 괜찮다!'라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내가 결혼 전 이 남자를 판단했던 기준은 하나였다.
결혼 후에도 똑같을까?
우리 부모님을 만나 대하는 모습에서 남편의 싹싹함을 보았고, 새로운 제품을 보면 그 제품에 대한 정보나 그 회사 히스토리를 조사해 알려주는 모습에서 남편의 준비성과 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엿봤다. 여행 전 짐을 싸고 여행지에서 여자 친구를 챙기는 모습에서 든든함을 얻었고, 주말의 힐링으로 주중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모습에서 남자로서의 든든함과 섹시함을 느꼈다. 짐 하나도 들게 하지 않고 챙기는 모습에서 미래에 생길 내 아가의 든든한 아빠 모습을 상상했고, 늘 항상 깔끔하고 청결한 모습에서 결혼 후 우리들의 보금자리를 꿈꾸었다. 그리고 결혼 후, 그 모습은 찰떡처럼 맞아떨어졌고 여전히 그는 나의 든든하고 멋진 남편이 되어주고 있다. (현명한 판단! 나이스 캐치!)
만약, 짧은 연애 후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그의 작은 행동 뒤 숨겨진 성향, '그 사람의 행간' 알아차려야 한다. 만약 이미 짧은 연애 후 결혼했다면, 그래서 이미 약간의 싫은 모습을 발견하고 있는 중이라면, 싫은 점을 덮을 만한, 내가 미처 몰랐던 그의 장점을 찾을 수 있는 둘 만의 시간을 많이 보낼 것을 추천한다.
아기를 낳고 나니, 5년 동안 두 어번 싸울까 말까 했던 우리에게도 약간의 위기가 찾아왔다. 아기 맘마를 더 먹이자 말자, 더 울리면 안 된다, 된다, 방 온도를 더 높여야 한다, 안된다... 참으로 소소한 이유로 티격태격할 일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또다시 추억을 쌓고 서로 더 좋아하는 중이다. 와인을 마시며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고, 코로나 때문에 멀리는 못가도 유모차를 끌며 동네 책을 즐긴다. 아기 방을 꾸미며 우리를 똑 닮은 아기 사진을 찍어 주고, 아기 배에 더 좋은 분유를 찾으며 끝도 없는 육아의 세계에 빠져들고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결혼,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능력 있으면 혼자 살라"라고, "하는 순간 후회!"라고. 하지만 해 보면,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아기는 낳지 않더라도 결혼을 한 평생 살며 꼭, 해 보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은 목요일, 이번 주말 우리 세 식구 또 어떤 추억을 만들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 볼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