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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 남PD May 12. 2020

#17. 5년째 '나 진짜 결혼 잘했다!'며 사는 여자

내 결혼에 믿음이 생겨야 행복한 결혼 생활이 된다!

"리조트 쿠폰 말야, 이번 주에 쓸까?"
"언제까지 써야 하는데?"
"7월까지 쓰면 될 거야! 어머니, 아버지 모시고 가자!"
"꺅! 진짜? 그래도 돼?"
"응! 처제네도 같이 갈 수 있음 가자! 1박 쿠폰이니까 식사만 추가하면 될 거야!"


내 남편이 이렇다! 뭐 좋은 게 있으면 항상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네까지 두루 챙긴다. '엄마, 아빠랑 같이 가면 안돼?'라든가, '쏘이네도 데려가자?'라든가, '그 쿠폰 누구랑 쓸 거냐?' 같은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내 남편은 항상 이렇게 스위트 하다. '아이 낳고 그 망할 코로나 때문에 집순이 놀이만 하는 아내가 안쓰러워서' 라고 하기엔 '원래부터' 그랬다.


"자기야, 쏘랑 엄마랑 '스필' 간대!"
"그래? 우리도 따라갈까?"
"진짜? 자기 괜찮아?"
"뭐가? 같이 가면 좋잖아. 우리 차로 가자!"


이런 식이다. 어유~ 진짜 내가 이뻐 못살아. 솔직히 여자들은 그러하다. 결혼을 해도, 엄마나 여동생과 여전히 쇼핑이 좋고, 엄마, 아빠네에 자주 드나들고 싶고, 엄마 밥도 먹고 싶다. 물론, 남자들도 그렇다는 걸 너무 잘 알지만, 내 남편은 "여자들은 시댁은 불편하긴 하잖아~" 라며 굳이 뭘 함께 할 것을 강요하거나, 시댁, 친정 동시에 똑같이 할 것을 종용하지도 않는다.


"산책이나 갈까? 집에 있으니까 너무 답답해..."
"그러자! 우리 맨날 가는 코스, 좋지?"
"그래!"
"꽈배기랑 핫도그 좀 사 가지고 가자!"
"핫도그 2개만 사지 뭐."
"아냐, 꽈배기랑 핫도그랑 섞어서 사. 어머니 댁 잠깐 들르지 뭐!"


사실 엄마네, 동생네가 매우 가까이 있다. 육아 휴직 중인 나는 거진 매일 엄마, 동생과 애들 둘 육아를 하고 있는데, 그 때문에 아기 둘 까지 총 여덟 식구가 종종 모여서 밥도 먹고 파티도 하는 편이다. 주말이면 좀 쉬고도 싶을 터인데, 동네 산책을 갔다가 항상 처가댁을 찾자 한다. 이런 이쁜 마음이 고마우니 나 역시도 우리 시부모님께 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고, 우리 며느리, 임신해서도 건강하고, 애 낳고도 빨리 회복해서 너무 이쁘다!"
"우리 딸내미는 항상 밝아서 좋아!"
"애 키우는 거 안 힘들어? 우리 며느리, 참 밝아서 좋다!"


아들만 둘 두신 우리 아버님은 말끝마다 '네, 아버님~', '네, 어머님~'하며 생글생글 잘 웃는 둘째 며느리가 참 신기하신 듯 늘 이렇게 칭찬을 해 주신다. 남편이 사랑스럽고 밝으니 내가 시댁에서 생글생글 웃지 않을 수 없고, 웃지 않을 이유도 없다. 아버님, 어머님이 보시기에 이런 며느리가 이뻐 보이는 것이고, 부모님의 이런 칭찬에 남편은 또 한 번 기분이 좋아진다.



배 뿔뚝이 여행자들! 강원도에 그렇게 비가 내릴지 모르고 갔던 당일치기 여행. 만삭을 해서는 비 오는 양떼목장을 신나게도 돌아다녔다!



그러니까, 결혼은 항상 선순환인 거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아내에게, 남편에게 잘하면, 아내는, 남편은 또 내가 행복해할 일을 하고, 그럼 또 나는 행복하고, 또 상대가 좋아할 만한 일들을 찾고.


'어디 갔지?'


주말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눈을 뜨니 옆자리에 남표니가 없다. 거실에 나가봤지만 없다.


"자기야, 어디야?"
"자기야, 나 지금 세차 중이야. 곧 끝나. 30분 정도?"

"헐! 놀랬잖아."
"너무 곤히 자길래. 그냥 나왔어."


남편의 취미는, 참으로 이해 안 가고 웃기지만 '세차'다. 좀 더 범위를 넓히면 '청소'다. 내 입장에서는 '완전 땡큐!' 할 일이다. 잠깐 옆길로 새자면, 주차장에 주차를 하려는데 웬 젊은 남자분이 우리가 주차하길 기다렸다가 다가와서는 "세차 서비스입니다! 월 단위로 하실 수 있습니다!" 하며 세차 서비스를 소개했다.


"우와, 젊은 분인데 엄청 영업력이 좋으시네!"
"그러게! 진짜 적극적이시다!"
"그러게! 휴... 근데 돈 주고 취미 뺏길 뻔했어!"
"킄킄킄킄킄! 청소가 취미인 사람은 자기밖에 없을 거야!"
"청소가 아니라 세차야! 킄킄킄킄킄"


뭐 아무튼 이런 사람이다, 나의 남편이. 우리 아가가 태어나기 전, 남편은 집안 공기 정화 필터를 싹 다 뜯어서 갈고, 정화 구에 비닐까지 씌워 공기 통로를 죄다 청소했다. 아기랑 있을 집이니까 공기가 깨끗해야 한다며! 결혼 후 우리 엄마네가 매주 화장실 청소한다는 걸 알고는 그때부터 두 개 화장실을 매주 청소해 준다. 임신한 와이프가 타고 다닐 차는 2주에 한번 전체 세차를 하고, 실내 세차는 매주 하던 남자다. 이러니, 벼락부자가 아니어도, 모델 뺨치는 외모가 아니어도, '사'자 돌림 전문직이 아니어도 나는 '내 남편이 최고다!'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나만큼 결혼 잘한 여자도 없는 것 같다!'라며 자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어찌 이리 닮았는지! 조리원에서부터 유명했던 '딸바보' 남표니.



"아직도 그렇게 좋나? 우리 아들 다 닳는다!"


우리 아버님은 채근하듯 말씀하시지만, 여전히 깨 볶는 둘째 아들 내외가 너무 이쁘시단다. 당신 아들 닳는다며, 고만 붙어다니라 하시지만, 그래도 좋은 걸 어떡해! 114일 만나도, 서로 조금만 잘하면 이렇게 잘 살 수 있다, 서로 껌딱지처럼 붙어서! 지금 내 가슴에는 '새끼 껌딱지'가 찰싹 붙어서 코롱코롱 잠을 자고 있지만, 그래서 승모근이 딱딱해졌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어깨랑 발은 저녁에 남표니가 풀어줄 거니까! 내 남편의 하품소리까지 똑같은 이 찰떡이 껌딱지가 있어서 행복하고, 이따 곧 퇴근할 엄살쟁이 남편이 있어서 행복하다. 나, 이 정도면 결혼 잘한 거 아닌가?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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